2010년 <익스펜더블>의 기획 의도는 좋았다. 한때 잘나갔던 영웅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들에게 열광하며 자라난 베이비붐 세대에게 추억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것.
하지만 실베스터 스텔론이 감독, 주연으로 1인 2역을 해내며 의욕적으로 시작한 첫 프로젝트의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실베스터 스텔론은 물론, 잠깐의 출연이지만 아놀드 슈워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화제성을 불러왔지만 액션이나 연출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로부터 2년 후 새로운 히어로물의 성공을 위해 메가폰을 <툼레이더>의 감독 사이먼 웨스트에게 넘겨준 것은 <익스펜더블2>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지만 <익스펜더블2>는 1편보다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액션은 정교해지고 볼거리는 더욱 풍성해졌다.
영웅들의 출연도 전편보다 화려해지는데, 전편에서 특별출연격으로 나선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브루스 윌리스가 한층 늘어난 분량으로 직접 악당 소멸에 나선다. 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펄펄 날아다니는 실베스터 스텔론과 달리 캘리포니아 주지사 활동 탓인지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준 아놀드 슈워제너거는 몸 대신 자신의 유행어를 패러디하는 재치로 작품을 빛낸다.
여기에 '고독한 늑대' 척노리스가 바니 로스(실베스터 스텔론)와 미스터 처치(브루스 윌리스)가 이끄는 팀에 합류한다. 애초 혼자서 적을 소탕하길 좋아했던 고독한 늑대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때로는 무리에 껴서 활동하는 의아함을 자아낸다. 그리고 실베스터 스텔론, 아놀드 슈워제네거, 척노리스, 브루스 윌리스, 제이슨 스타뎀이 상대해야 할 강적으론 장 끌로드 반담이 선정되어 눈길을 끈다.
<지옥의 반담>으로 영화팬들이 주목하는 액션스타로 우뚝선 장 끌로드 반담의 강점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날렵한 돌려차기다. 그도 50줄에 들어선 지 오래지만 그래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형님들에 비해 아직 어린 축(?)이라 그런가, 여전히 살아있는 발차기로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럼에도 싱그러운 청춘의 부재를 200% 메운 형님들의 액션은 장 끌로드 반담에 의해 빛의 속도로 사라진 리암 헴스워스의 퇴장을 숭고하게 만든다. 또한 실베스터 스텔론, 아놀드 슈워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등을 이어 슈퍼 액션스타 계보를 충실히 이어나가는 제이슨 스타뎀은 형님들을 잘 보필하면서도, 동시에 어르신들은 엄두도 못내는 현란한 액션을 소화해내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물론 액션만이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 스토리의 개연성까지 찾는 관객으로서는 이 영화가 상당히 성에 차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익스펜더블2>은 과거 영웅들이 전면에 나섰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말이 되고 안 되고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악역을 얼마나 시원하게 응징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컴퓨터 그래픽이 이끄는 섬세한 액션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투박해 보일 수 있어도 여전히 과거 슈퍼 솔저들을 흠모하는 세대에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영웅들의 귀환. 제이슨 스타뎀의 대사를 빌면 ‘역시 구식이 최고다’. 이제 칠순 잔치를 해야 하는 실베스터 스텔론, 아놀드 슈워제네거 등 어르신의 반열에 올랐어도 여전히 펄펄 날아다니는 이 영화는 고령화 시대 일자리 창출에 더할 나위 없는 뜻 깊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합니다.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http://neodol.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