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파문에 대한 언론의 논조를 분류하고, 이에 대한 조직적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특히 경향신문 등 쇠고기 파문에 비판적 논조를 견지해온 일부 언론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부 광고 배정 등에서 차별적 대응을 검토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이 지난 17일자 2면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지난 9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주재로 정부 부처 대변인·공보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정홍보회의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 이 기사에서 특히 관심을 모았던 건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이날 회의에서 신재민 제2차관이 ‘요즘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서울신문이 의외로 세게 쓰더라.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원래 논조가 그러니까…’라면서 쇠고기 파문 관련 언론사별 보도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경향신문 5월17일자 2면.
정부, 서울신문에 대한 ‘사실상 협박’ … 조용한(?) 서울신문

이건 서울신문에 대한 사실상의 ‘협박’이다. 그래서 오늘자(19일) 서울신문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거론된 언론사 입장에서 어떤 대응책이나 입장이 나왔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조용하다. 국가기관의 공식 회의에서 이 정도 발언이 오갔을 정도면 ‘비공식적으로’ 상당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을 거라는 게 ‘이 바닥’ 상식인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서울신문의 지면이 지나치게 조용한 것 같다.

오히려(?) 대응은 정부에 의해 ‘원래 논조가 그랬던’ 것으로 판명된(?) 경향신문에서 나왔다. 경향은 1면 머리기사와 관련기사 그리고 사설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의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을 통제하거나 장악하려는 시도는 인수위 시절부터 끊임없이 있어왔다는 점을 상기했을 때 이번 파문은 일회성 사안으로 볼 수가 없다. 오늘자(19일) 경향신문이 1면에서 든 사례만 봐도 ‘MB정부의 언론통제’ 시도는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사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정부의 ‘언론통제’ 의도가 이처럼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그것도 정부에 의해 논조가 불온한(?) 것으로 거론된 언론사마저 입장 표명이 없다면 이번 파문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는 사실 뻔하다. 정부의 ‘의도대로’ 정부와 일부 언론간의 갈등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게 묻자 … 조선일보는 ‘비판신문’ 아닌가

▲ 경향신문 5월19일자 사설.
정부의 언론사 논조 분석은 어찌 보면 타당한 일이다. 정부의 주요정책 사안에 대해 언론들이 어떤 관점을 취하고 있고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 지 정부가 자체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에 가깝다. 그런 측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런 ‘분석’을 바탕으로 정부의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사를 차별화시킨다는 데 있다. 말이 차별화이지 실제는 언론통제나 탄압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자체적인 논조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 가끔 의문이 생긴다. 신재민 문화부 차관은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는 ‘원래 그런 언론’으로 그리고 서울신문의 경우 ‘예상을 뒤엎고 정부는 비판하는’ 언론으로 분류했는데, 정작 결정적으로(!) 정부를 코너에 몰아넣는 보도는 조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8일자 조선일보 3면에 실린 기사가 대표적이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으며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의 이 기사는 ‘한미 쇠고기 협상’이 왜 ‘졸속으로 타결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정부의 입장이 갑자기 ‘급선회’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자(19일) 조선일보 3면 기사는 거의 ‘확인사살’ 수준이다. 제목이 <'졸속' 비판받는 韓美 쇠고기협상 어땠기에 / 최종준비 고작 1주일, 처음부터 밀린 협상>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준비기간이 기껏해야 1주일 정도 됐다는 얘기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에는 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조선일보 “쇠고기 협상, 미국측 통역 도움 받았다”

▲ 조선일보 5월19일자 3면.
“한미 양국은 각각 통역을 두고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통역은 주한 미국대사관의 경제참사관 C씨가 맡았다. 한국 국적 보유자로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그는 한미 쇠고기 협상 때마다 참여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C씨는 통역뿐 아니라 쇠고기 관련 업무에 있어서도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 통역은 올해 3월 25일부터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근무하는 통역사 D씨가 맡았다. 쇠고기 관련 업무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쇠고기 협상 통역을 맡은 것이다. D씨의 통역 실력과 전반적인 의사소통에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어려운 수의(獸醫) 용어 등에서 미국 측 통역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한국 측 협상 참가자는 말했다.”

지난 8일자 기사와 오늘자(19일) 조선일보 기사를 종합하면 한미 쇠고기 협상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졸속으로 타결됐으며 때문에 정부의 협상력이 ‘수준 이하’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로 정리가 된다.

“국가적 사안에 대해 협조가 안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각 부처별로 알아서 지혜롭게 대처하기 바란다.” 신재민 문화부 2차관이 지난 9일 회의에서 언급한 발언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국가적 사안에 대해 협조가 잘 되는 언론사일까 아닐까. 정부와 조선일보 모두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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