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새 노조는 30일 오전 이길영 감사를 KBS 이사로 추천한 방송통신위원회와 감사 업무의 공백을 용인한 KBS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곽상아

KBS 직원 317명이 차기 이사장으로 유력한 이길영 KBS 감사에 대해 공익 감사를 청구하고 나섰다. KBS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KBS 이사 자격을 문제삼으며 감사 청구에 나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KBS 새 노조는 30일 오전 이길영 감사를 KBS 이사로 추천한 방송통신위원회와 감사 업무의 공백을 용인한 KBS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KBS 직원 317명이 청구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새 노조는 청구서에서 방통위에 대해 "이길영씨가 학력변조 의혹, 부정채용 적발, 정권편향 이력 등으로 공영방송 이사에 부적합한 인물로서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학력 등 관련 자료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단수 추천한 것으로 보아 공공기관인 방통위가 사인인 이길영씨를 (이사에) 선정하기 위해 재량권을 남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지적했다.

또 새노조는 KBS에 대한 감사청구서에서 "감사 고유 업무의 공백이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현 감사실 직원이 현 이길영 KBS 감사를 KBS이사로 추천하는 한편, 업무상 공백에 대한 사내 우려에 대해 '감사실장이 직무를 대행해 감사 기능을 수행한다'라고 관련 규정을 부당하게 해석하는 등 KBS 감사 본연의 업무에 공백을 용인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익을 현저히 해했다"고 밝혔다.

◇ '대구상고 출신' 내세워 명예졸업장 받았던 이길영, 이제와 "다닌 적 없어"

▲ 이길영 KBS 감사
후배들로부터 사상 초유의 감사를 청구당한 이길영 감사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5~6공 시절 KBS 보도본부 간부로서 정권에 부역하다가, KBS를 떠난 이후인 2006년에는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활약했으며,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장으로 재직했던 2007년 친구 아들을 부정채용했다가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부역언론인' '정치인' '비리감사'라는 표현을 꼬리표로 달고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최근 '학력조작'이라는 불명예까지 얻게 됐다. 서울의 대신고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명문고등학교 '대구상고' 출신 행세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가 '대구상고 동문'으로 살아온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경향신문사 발행의 '월간 정경문화 1984년 10월호'에 나온 '대구상고 동문들의 현주소'에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2005년에는 대구상고 명예졸업장까지 받았다. 대구상고 동창회장은 명예졸업대상자 추천서에서 "(이길영 감사가) 1957년 4월 6일 입학했으나 집안 사정이 어려워 이듬해 4월 자퇴하게 됐다"며 "모교의 기개와 위상을 제고함에 이바지한 공이 지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길영 감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이사지원서에는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서울 대신고'를 다닌 것으로 나온다. 이길영 감사가 문공부 직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당시의 인사 기록 카드에도 출신 고등학교는 '서울 대신고'라고 기재돼 있다.

학력조작 의혹은 고등학교 뿐만이 아니다. 방통위에 제출한 이사지원서에는 '국민산업학교'라는 이력이 기재돼 있으나, 문광부 직원 재직 시절 인사기록 자료에는 '단국대 상학과'와 '국민대 농업경영과'를 다닌 것으로 나온다. '미스테리 인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학력 사칭 의혹에 대해 이길영 감사는 27일 국회 문방위에 출석해 "(총동창회 목록에 이름이 오른 것은) 대구상고 출신 친구들의 낚시 모임에 한 번 갔는데, (낚시모임) 명단에 있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문회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며 "(학력사칭 의혹이 사실일 경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이길영 감사가 2005년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로부터 받은 명예 졸업장. 대구상고 명예졸업장에는 이길영 감사를 "본교에 입학하여 수학한 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실 제공)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은 "이길영 감사는 기자 선배지만 부끄러운 사람이다. 권력에 잘 보여 호의호식하기 위해 평생 양지만 쫓아다녔던 사람"이라며 "이길영 감사는 '대구상고를 다닌 적 없다'고 자백했고 의혹이 사실일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명예졸업장과 추천서가 공개되어) 하루만에 거짓말이 드러난 셈"이라며 이사직 사퇴를 요구했다.

◇ '비리감사' 이길영의 후임, '학력조작 이사장' 이길영이 뽑게 되나?

'비리감사'로 불리던 이길영 감사가 KBS 최고의결기구인 KBS 이사회로 자리를 갈아타면서 KBS 조직에 큰 피해를 끼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07년 채용비리를 저지른 전력으로 인해 2009년 12월 KBS 감사 취임 당시 거센 반대에 부딪혔던 이길영 감사. 당시 그는 감사실 평직원들의 거센 반대를 뚫고 감사에 취임했으나 3년의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도 못하고 감사 자리를 떠나게 됐다. 만약 이길영 감사가 학력조작 의혹에도 불구하고 내달부터 KBS 이사로서의 업무를 시작하게 될 경우 이길영 감사는 자신의 후임을 직접 뽑게 되는 셈이다.

한 KBS 직원은 사내게시판을 통해 "이사 또는 이사장이 되었을 때 첫 번째 해야 할 업무가 본인이 맡았던 감사를 새로 뽑아야 하는 일이라면 이는 누가 봐도 KBS가 우스워지는 꼴이 아니냐"라며 "KBS 최고의결기관인 이사가 되신 이후 국회의원 공천이나 방통위원장에 추대하겠다는 제안이 오면 또 중도포기하고 나갈 것인가? 이길영 감사께 KBS는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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