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 미니시리즈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기대 반 우려 반’인 듯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전문직 드라마가 국내에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라는 세계를 얼마나 드라마적으로 현실감 있게 그려낼 수 있을 것인가. 안타깝지만 아직은 <스포트라이트>가 이런 의문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는 못한 것 같다. 더구나 <스포트라이트>에서 주인공으로 그려질 사회부 기자를 맡은 배우는 다름 아닌 손예진. 배우로서 손예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대중적 이미지는 사회부 기자와는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이다.

‘하얀거탑’의 리얼리즘을 ‘스포트라이트’가 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접지 않고 있는 건 이 드라마의 작가가 <하얀거탑>의 이기원 작가라는 점이다. <하얀거탑>은 그동안 의학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멜로를 중심에 내세웠던 기존 메디컬드라마 계보를 탈피하고, 병원 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풍경을 카메라의 중심에 담아 리얼리즘에 충실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 MBC 수목 미니시리즈 '스포트라이트' ⓒMBC
우리가 병원에서 마주치게 되는 일상적 풍경이 무언가.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 치료하고, 수술하면서 벌어지는 각종 갈등과 분쟁의 모습 아닌가. 물론 외과과장을 선두로 수십 명의 의사들이 회진을 도는 장면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적어도 <하얀거탑>을 둘러싼 ‘리얼리즘 논란’은 이전과는 궤를 달리했다.

지금까지 2회가 방영된 <스포트라이트>의 경우 기자사회의 디테일한 묘사 -가령 사회부 기자 서우진(손예진 분)이 모텔에 잠입해 탈주범과 인터뷰를 시도하는 장면이나, 서우진 기자가 경찰에게 테이프를 뺏기는 장면- 에서는 다소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드라마가 전하는 전반적인 풍경은 기자들의 일상적 세계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 않다.

‘스포트라이트’는 선과 악의 이분법에서 자유로울까

사실 <스포트라이트>가 전문직 드라마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기자사회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것 외에 한 가지가 더 추가돼야 한다. 바로 선과 악의 이분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하얀거탑>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데, <하얀거탑>은 기존 드라마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공식’과 거리를 두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즉 영원한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는 캐릭터를 중심에 내세우면서 리얼리즘을 구현했다는 말이다. <하얀거탑>은 착한 주인공과 나쁜 주인공을 고집하지 않고, 이 모든 요소들을 각각의 등장인물을 통해 드러나게 했다. 현실에서는 영원히 선한 인물도, 절대적으로 악한 인물도 없다는 ‘항변’인 셈이다.

▲ MBC 수목 미니시리즈 '스포트라이트' ⓒMBC
<스포트라이트>의 경우 이런 구도에서 벗어나 있는가. 누군가 지금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가능성이 보인다’는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유보적이면서도 기대 섞인 답변인 셈인데 나름의 근거가 있다. 지금까지 2회가 방영된 <스포트라이트>에서 기자들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스포트라이트>에는 이른바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기자들의 모습만 그려지는 게 아니다. 언론사의 군대식 서열주의를 비롯해 속보와 시청률 경쟁에 내몰리는 기자들의 ‘일상적 현실’ 그리고 언론사 내부의 ‘권력관계’도 일정하게 묘사된다. 뿐만 아니라 경찰기자와 경찰과의 미묘한 관계, 경찰서장 폭행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거래를 시도하는 장면 그리고 기사를 위해서라면 가족관계까지도 일단 접는(?) 치열한 ‘경쟁’까지. 2회밖에 방영되지 않은 <스포트라이트>지만 전문직 드라마로서 일단 ‘합격점’은 받은 셈이다.

GBS와 명성일보로 상징되는 한국 언론의 현실

관심을 모으는 건 <스포트라이트>가 한국 언론의 리얼리티를 어느 정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지난 15일 방영분에서 스치듯 지나가긴 했지만 국내 언론의 주요 문제점을 한번씩 언급하고 넘어간 것이 눈에 띈다. 이른바 ‘자전거일보’(신문시장 혼탁)를 비롯해 국무총리와 정치부 기자들간에 내기골프(출입처와의 유착), 사주의 부도덕성(명성일보 사주 관련) 등등.

그리고 이것이 명성일보가 경찰서장 폭행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거래를 시도한 GBS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낸 이후 GBS가 이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언급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언론개혁이나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비판해? 그럼 너도 한번 죽어봐!’ 차원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언론의 현실이 이렇다.

물론 <스포트라이트>가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드러낼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기자사회를 다룬 전문직 드라마라면 언론현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는 수면 위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진희와 손예진의 캐릭터가 주요 변수가 될 듯싶다. 이 둘의 캐릭터가 드라마 전면에 내세워질 경우 <스포트라이트>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두 사람의 활약과 그에 따른 멜로가 드라마 전반에 나타나면서 다른 캐릭터들은 주변부적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정의구현 기자’로서만 그려질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의만 구현하는 기자도 그리고 현실에 비굴하게 굴종만 하는 기자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스포트라이트>는 아직 ‘기대 반 우려 반’인 셈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