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규 KBS 사장
KBS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한 드라마 <강철왕>이 내부 기획회의를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해부터 외주사에 '편성의향' 공문을 수 차례 보내는 등 물밑에서 제작을 추진해온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인규 KBS 사장이 27일 국회에 출석해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결산 심사에 출석한 김인규 KBS 사장은 야당 의원들이 드라마 <강철왕> 제작 추진의 정치적 의도를 문제삼자 대선 전에는 방송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며 "드라마는 1년 전부터 준비가 돼야 방송할 수 있다"며 "마치 대선에서 참고하기 위해서 (제작을 추진) 했다는 것은 정말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인규 사장이 "'편성의향' 공문은 드라마 기획단계 시점인 1~2년 전에 외주사에 주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박정희 미화 드라마 제작을 위해 기획 초기부터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한 것과 달리, KBS가 드라마 제작 초기에 외주사에 편성 의향을 통보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이 27일 회의 이후 KBS로부터 추가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S는 '1~2년 전부터 (외주사에) 편성의향서를 보낸 적이 있는 경우 목록을 제출해 달라'는 배재정 의원의 요구에 "없음"이라고 답했다.

▲ KBS 측이 27일 회의 이후 배재정 의원 측에 보낸 자료에 따르면, KBS가 '1~2년 전부터 외주사에 편성의향서를 보낸 적이 있는 경우'는 없다.

또, KBS가 외주사 측에 2번 이상의 공문을 보낸 경우는 <각시탈>(2번) <동안미녀>(2번) 단 두 차례 밖에 없으며 이 드라마들의 경우에도 실제 방영을 불과 3개월에서 5개월여 남겨둔 시점에 '편성 의향 통보' 공문이 발송됐다. <강철왕>처럼 편성이 확정되지도, 기획회의를 통과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외주사에 편성의향 공문을 보낸 경우는 전무하다는 얘기다.

배재정 의원은 "김인규 사장은 명백하게 '위증'을 한 것이다. 국회에 출석한 사장이 거짓말로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고 모독하는 KBS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향후 문방위 차원에서 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에 출석해 위증을 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