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올림픽은 모든 사회 이슈를 휩쓸어 버리는 '블랙홀'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번 2012 런던 올림픽은 선수 활약상보다 국내 연예계에서 벌어진 불편한 소식들이 '올림픽'을 묻어버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야 맙니다. '왕따설 논란'과 그 뒤에 이은 뒤처리 미흡으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네티즌들을 분노로 휩쓸어버린 티아라와는 달리, 또 하나의 이슈의 축이었던 양승은은 '신의 계시'로 런던 올림픽 중계에 나선 상태이기에 어떻게 보면 그녀 또한 올림픽과 관계되어 있다고도 부를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공중파 아나운서로서 런던에 올림픽 캐스터 신분으로 활동했던 그녀에게는 그 날 있었던 선수들의 활약상과 이모저모를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큰 책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양승은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런던 올림픽 방송은 가장 중요한 컨텐츠인 선수들의 이야기보다, 정작 양승은 아나운서가 매일같이 쓰고 나왔던 '모자'에 시선이 가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집니다.

양승은 아나운서가 굳이 '모자'를 고집한 것은 모자를 통해 영국의 문화를 한껏 알리고 싶은 '바람'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신사의 나라'라기 보다 날씨가 좋지 않아 우산과 함께 모자가 필수품이 될 수밖에 없는 영국에서는 양승은이 방송 당시 착용하였던 '모자'를 애용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신사의 나라'도 지극히 현대화 되어버린지 오래라 양승은이 열심히 착용하던 모자들은 영국 여왕이나 귀족들이 귀중한 행사에 참여할 때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버렸습니다.

▲ 런던올림픽 방송 화면캡쳐ⓒMBC

뭐 그래도 우리나라의 한복, 쪽두리, 비녀, 갓과 마찬가지로 모자가 영국의 문화라고 하니까, 우리나라 한복 입는 식으로 모자를 씀으로서 그 나라의 '문화(?)'를 알리려는 양승은 아나운서의 생각은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합니다. 그런데 모자 덕분에 한껏 영국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자화자찬하는 '본인'과는 달리, 정작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딤섬 찜통 비스무리한 것을 머리에 얹고 방송에 나서는 양승은 아나운서가 한없이 '어색하고' '우스꽝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녀의 주장대로 '신의 계시를 받아' 동료들을 뒤로하고 노조를 탈퇴하고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를 꿰차고 런던 올림픽 메인 아나운서 자리까지 얻어 무엇을 해도 못마땅해보이는 차에, 모자는 그녀의 꼬투리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런던 올림픽 참여를 위해 노조를 배신하고 주말 뉴스 데스크 앵커까지 꿰찬 케이스가 아니라 하더라도 모자 쓴 양승은 아나운서는 우습게 보여집니다. 물론 그녀가 노조 탈퇴를 안했다면, 웃기다고는 해도 이처럼 네티즌들의 '몰매'까지는 받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딤섬 모자 등 그녀가 착용했던 여러 모자가 화제가 되긴 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고 황당했던 양승은 아나운서의 모자 패션을 꼽자면 선수들의 소식을 전하는데 흰 모자에 검은 정장을 입고 나타난 그녀의 난해한 감각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영국 문화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모자'를 썼다는 그녀의 변명에도 불구, 영국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검은색의 옷은 '상복'을 뜻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그러나 한 네티즌들의 농담처럼 과거 뭇 여성들의 로망이었던 영국 전 왕세자비 '고 다이애나' 코스프레에 심취했던 모양처럼 본인 딴에는 우아하고 지적이게 보여지고 싶었으나, 실상은 '장례식에 참석했나?'나는 비아냥만 들었던 양승은의 아나운서의 '상복 패션'은 올림픽 중계 내내 연일 방송 사고가 터져나왔던 MBC와 함께 오래오래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을 것 같군요.

대다수 시청자들에게는 MBC가 기록한 수많은 방송사고 중에서도 가장 어이없는 급에 속해있었던 '모자패션'으로 연이은 구설수를 일으킴에도 불구. 정작 양승은 아나운서는 런던에서의 자신의 활약이 회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자화자찬하는 분위기입니다. 하긴 그녀의 모자 패션이 망가질대로 망가진 방송국 이미지에 화룡정점을 찍었으니 어떻게 보면 회사에 큰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겠군요.

신뢰와 책임감은 기본이고 상황과 프로그램에 충실한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양승은 아나운서. 하지만 노조 탈퇴를 떠나 자신의 모자 패션으로 정작 중요한 런던 올림픽 이모저모는 완전히 뒷전으로 만들어놓았던 진행자가 신뢰와 책임감. 그리고 상황과 프로그램에 충실함을 운운하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요즘은 다수의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따위는 안중에 없이 직진하는 '철판'이 대세가 되어버린 씁쓸한 세상이 맞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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