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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보조출연자 유족, 3달 넘게 KBS앞 시위 "진심어린 사과를 원한다"
곽상아 기자 | 승인 2012.08.23 15:51

만화가 허영만 원작의 KBS 드라마 <각시탈>이 수목극 가운데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각시탈> 방영 다음날인 매주 목요일, 금요일 포털사이트에는 <'각시탈', 자체최고 시청률 또 경신…20% 고지 '눈앞'> <'각시탈' 박기웅, 소름돋는 이중연기> <'각시탈' 주원, 가짜 각시탈 내세워 교란 작전…흥미진진해진 두뇌 싸움> 등 각시탈에 대한 긍정적 기사들이 넘쳐나지만, 각시탈 드라마는 물론이고 관련 기사들도 보기 힘겨운 사람들이 있다.

   
▲ KBS <각시탈> 포스터

바로 지난 4월 18일 경남 합천의 <각시탈> 촬영현장으로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유족들이다. 고 박희석씨의 아내 윤아무개씨는 "사고 직후 KBS를 비롯해 관련된 4개 회사가 언론사들에게 보도자료를 뿌려서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으나 정작 유족들을 찾아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며 5월 18일부터 KBS 앞 시위에 돌입했으며 박희석씨가 사망한 지 4달을 넘긴 8월 23일 현재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유족들의 요구사항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고인의 죽음에 대한 자막' '보조출연자 대기실' 2가지다. <각시탈> 드라마 초반 또는 말미에 그동안 KBS를 비롯한 제작사 측이 후속 조치 등에서 소홀한 부분이 있어서 유족들이 시위를 하게 됐는데, 이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이 담긴 자막을 내보내 달라는 것이다. '보조출연자 대기실'의 경우, 드라마 촬영의 특수성상 보조출연자들이 지역에 촬영갔다가 새벽에 서울로 올라오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임금으로 인해 택시를 타고 집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에 방송국이 보조출연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대기실 한 칸을 마련해 달라는 호소다. 고인의 죽음이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지만, 사람이 죽었음에도 KBS를 비롯해 4개 회사가 '나몰라라'하는 것은 계약서 한 장 없이 일해온 보조출연자들의 열악한 현실로 인한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 4월 18일 경남 합천의 <각시탈> 촬영현장으로 가다가 버스전복사고로 사망한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아내 윤아무개씨는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3달 넘게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곽상아

그러나, KBS를 비롯한 제작사 측은 유족들이 시위에 돌입한 지 3주만인 6월 초 보도자료를 내어 "전세버스공제조합이 사망보험금으로 1억5천만원을 확보해둔 상태다" "형사합의금은 3천만원으로 합의 여부는 유족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유족들에 대한 보상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망보험금'과 '형사합의금'은 KBS를 비롯한 제작사 측과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부분으로서, 유족들의 요구사항과도 거리가 멀다. 유족들은 KBS를 비롯한 제작사 측이 보도자료에서 이 부분을 언급한 것 자체가 "마치 우리가 '돈'을 원해서 시위를 한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것"이라며 분노했으나, 시위 초기 반짝 관심을 가지던 언론들은 제작사 측의 보도자료만을 그대로 받아쓴 이후 후속보도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보조출연자 사망 사고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 사건은 이제 '잊혀진 사건'이 된 셈이다.

3달 넘게 KBS 앞에서 시위 중이지만, 점심식사를 위해 혹은 취재를 위해 오가는 KBS 직원을 비롯한 행인들 가운데 시위 중인 유족들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남편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음에도 KBS를 비롯한 4개 회사가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만 보인 것에 분노한 미망인은 관련 회사들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밝혔다. 외주제작 시스템 안에서 '슈퍼갑'인 공영방송사 KBS 앞에서 몇 달째 시위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KBS 측은 지난 6월 21일 KBS 앞에서 시위 중이던 유족들을 한 차례 찾아와 '자막방송'에 대해 "검토해볼 수 있다"고 의사를 표시한 이후 다시 감감무소식이다. 보조출연자 대기실 문제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도 KBS에서 지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몇백 명에 이른다. 공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천 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사무공간으로 분류하기도 힘든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KBS가 부족한 공간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전향적으로 고려할 수 있으나 당장은 힘들다"고 밝혔다.

23일 미망인 윤아무개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출근한다고 나갔던 아이 아빠가 주검으로 돌아왔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받고 싶지만, KBS는 '자막에 대해 검토할 수는 있어도 자막을 통해 (미흡한 사후처리에 대한) 사과는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대기실 문제도 확답하지 않고, 다시 오겠다고 하더니 감감무소식이에요.

제가 어떻게 각시탈 드라마를 볼 수 있겠어요? 여론을 통해서 드라마가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항일드라마라고 하던데, 다른 나라를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 드라마를 찍으러 가다가 보조출연자가 난데없이 죽었는데, KBS나 제작사나 모두 언론플레이만 하고 실제로 유족들이 어떤 심정인지는 끝까지 신경안쓸 건가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친일파를 처단하는 각시탈의 행동에 통쾌해하는 일반 시민들은 이런 사고를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고를 접한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고, 알더라도 이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곧 드라마가 끝나는데, 자막을 통해 사과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저는 계속 시위할 겁니다. 남편이 갑자기 죽었는데, 뙤약볕에서, 비내리는 날에 피켓들고 서있는 게 대수겠어요? 공영방송 KBS…정말…너무 나쁩니다."

'삶이 팍팍하고 고단한 조선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던 이름없는 영웅' 각시탈. 그러나 정작 드라마를 촬영하러 가다 안타깝게 숨진 보조출연자들의 유족들에게는 철저한 무관심 뿐이다. <각시탈> 마지막회는 내달 6일 방송될 예정이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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