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독재 시절 박정희 정권에 맞서다 의문의 죽임을 당한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이 다시 부각되고 있으나, 유독 방송3사의 메인뉴스에서는 관련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 16일 장준하기념사업회가 공개한 장 선생 유골 사진. (장준하 기념사업회 제공)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이 37년만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15일자 <한겨레> 보도를 통해서다. 15일 <한겨레>는 1면 <"장준하 선생 두개골서 6cm 뻥뚫린 구멍"…타살 의혹 재점화>에서 장준하 선생 유족과 장준하추모공원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나사렛 천주교 공동묘지에 안장된 장 선생의 유골을 지난 1일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조성중인 '장준하공원'으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유골에 대한 검시가 이뤄졌다"며 "머리 뒤쪽에 6cm 정도 크기의 구멍과 머리뼈 금이 발견돼, 검시한 의사가 '인위적인 상처로 보인다'는 1차 의견을 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16일에는 장준하기념사업회가 장 선생 유골 사진과 유골을 검시한 법의학 교수의 소견서를 공개했으며, 민주통합당은 "유신독재의 정치적 계승자로, 5.16 쿠데타에 대한 미화와 역사왜곡에 앞장서온 박근혜 후보의 사과와 태도변화를 촉구한다"며 이날 즉각적으로 당 차원에서 의문사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이 직접 장 선생의 유골을 통해 상당히 신빙성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문제가 대선 국면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15~16일 방송3사 메인뉴스에서는 관련 보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기간 <혹등고래와 인간의 교감…렌즈에 포착>(KBS) <뺀 살 다시 찌는 '요요현상' 이유는?>(MBC) <멧돼지 등장에 농작물 쑥대밭…포획비상>(SBS) 등이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보도보다 뉴스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의 최경영 간사는 17일 "역사적으로나, 현재적 맥락으로나 충분히 뉴스가치가 있는 사안이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이번 검시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큰 비중을 두고 다뤘어야 했다"며 "만약 오늘(17일) 저녁까지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는다면 내주 공정방송위원회 안건으로 올려 따져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17일) 오전에 장준하 선생 추모식 및 장준하공원 개원행사가 있어서, 사회부가 (늦게나마) 이 행사를 취재해 보도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사안이 가지는 함의에 비춰볼 때 엄연한 축소보도"라고 덧붙였다.

SBS노조 관계자는 "보도국 쪽에 알아보니, 이번 사안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올림픽 취재 등으로 인해 취재 인력이 마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한겨레가 충분히 보도한 사안이라 추가적으로 새로운 사실이 나와야 방송할 수 있기 때문에 지켜보던 중이었고, 마침 오늘(17일) 오전 장준하공원 개원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이걸 계기로 관련 보도를 내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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