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스크는 값싼 허영심이 아니라 자취를 감춰버린 여론을 상징하고, 또한 과거의 분노를 상기시켜 온갖 악행을 일삼으며 국민을 탄압하는 사악한 벌레들을 멸할 도구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는 히어로 'V'는 강력한 국가 권력이 국민의 생활과 사상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전체주의를 거부합니다. 영화 속 독재정권이 영국을 장악하게 된 배경은 다름 아닌 '과거를 향한 분노'입니다. 독재정권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세뇌시키는 '런던의 목소리'는 과거 세계 강대국인 영국을 농락했던 미국의 만행을 끊임없이 주입하며 강력한 영국을 만들기 위한 국민들의 희생과 복종을 강조합니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에 저질렀던 만행에 대한 분노는 2012년 대한민국에서 현재진행형입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처럼 지배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본을 향한 분노를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 일제시대를 애써 침묵, 미화하고자하는 일부 우익의 움직임에 국민들이 반감을 느끼는 상황입니다.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무려 67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은 일본에게 유린당했던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자신들의 과거에 진심어린 반성과 사죄를 보여주지 않은 일본은 지금도 우리 영토에 대한 강탈 야욕을 보이고 있고, 일본에 비해 국제무대에서 힘이 미약한 이 나라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계략에 속수무책인 듯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나치에 협력했던 주요 인사를 처벌했던 독일과는 달리, 여전히 대한민국은 일제에 협력한 친일파 후손들이 독립운동가를 제치고 대대손손 이 나라의 요직을 차지하는 등 친일청산의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일본을 상대로 한 축구경기에서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며 펼친 박종우 선수 세레모니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시상식에 불참케 하고 박종우 선수의 메달을 박탈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수많은 국민들이 울분에 쌓여있는 지금,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각시탈'을 쓴 영웅이 조선인들을 괴롭히는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입니다.

조선땅을 유린한 일본인들과 친일파 조선인을 응징하는 <각시탈>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일본'이란 존재 때문에 겪는 설움과 분노는 '과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12년' 현재에도 진행 중인 '한'으로 맺혀 있으니까요.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독도가 일본의 뜻대로 '분쟁지역화'될지도 모른다는 침울한 분위기에서 시기적절하게도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은 분명 우리 땅임에도 우리 땅이라고 대놓고 자랑하지 못하는 독도를 찾아갑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과 함께 독도 땅을 밟은 김승우와 주원은 갑자기 쏟아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막내 주원은 그동안 독도에 무심해온 자신을 반성하면서 말만 한국인일 뿐이지 그동안 독도를 위해서 뭘 했나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합니다.

현재 주원은 드라마 <각시탈>에서 형의 바통을 이어받아 낮에는 일본 순사, 밤에는 각시탈로 조선인들을 괴롭히는 일본인들을 저격하는 2대 각시탈로 맹활약 중입니다. 참고로 <각시탈>은 항일정신을 고조시킨다는 드라마 주제 때문에 수많은 한류 스타들이 고사하였다고 하여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된 드라마입니다.

하필이면 그때 보조 출연자 사망 사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문제가 커지며 연일 지속되는 한류스타 운운 언론 플레이가 곱게 보이진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원은 향후 한류스타로 성공할 수 있는 재목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자신의 일본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는 <각시탈>을 선택했고, 멋진 연기로 학교 역사시간보다 더 실감나게 일제시대 만행을 뼈저리게 일깨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드라마를 통해 과거의 분노를 끄집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현재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일관계는 단순히 '분노'에만 그칠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은 우리 영토인 '독도'를 굳건히 지켜야 하고 아직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위안부 문제도 일본 측의 정당한 사과와 보상을 받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교과서까지 왜곡시키며 자신들의 과거사를 정당화하려는 일본을 제대로 상대하려면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분노만을 되새기는 것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대응하기 위한 필수 전략입니다.

주원이 독도를 보고 눈물을 흘린 것은 <각시탈> 출연을 계기로 과거의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깨달음에서 비롯됐을 것입니다. <각시탈>에 출연함으로써 앞날이 창창한 배우 주원이 한류스타로 가는 지름길은 막혀버릴지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 문준원으로서 우리 영토의 소중함과 올바른 역사를 인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지금도 그칠 줄 모르는 <각시탈>의 출연 요청을 거절했던 익명의 한류스타들을 이간질시키는 노이즈 마케팅은 한숨을 자아내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소신을 앞세워 드라마를 통해 지금도 이어지는 일본과 친일파 후손들의 농간에 국민의 울분을 대신 풀어주는 이 시대 <각시탈> 주원의 행보는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독도를 소중히 생각하는 주원의 뜨거운 눈물이 당연한 우리 땅이라고 잠시 소홀해왔던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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