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무한걸스> 퇴출은 런던 올림픽 특집 방송 시작 전부터 기정사실화된 내용이었습니다. 아니 그동안 활동하던 케이블에서 지상파로 넘어오게 된 날부터 예고된 비극이었는지도 모르죠.

케이블에서 잘 나가던 <무한걸스>가 갑자기 지상파에서 방영된 주요 이유는 바로 그들이 <무한~>으로 시작되는 프로그램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무한걸스>는 MBC 최고의 인기 예능 <무한도전>에서 뼈대를 따온 프로그램입니다. <무한도전> 스핀오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종종 <무한도전>이 방영했던 아이템을 활용한 적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팬들도, <무한걸스> 시청자들도 그러려니 하고 재미있게 시청했습니다. <무한걸스>는 <무한도전>의 충실한 '스핀오프'였을 뿐, <무한도전> 아류, 따라하기 프로그램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MBC 노조 파업과 그로 인한 <무한도전>의 장기 결방으로 <무한걸스>가 지상파로 넘어오면서 <무한걸스>는 그간 듣지 않았던 폭격을 한 몸에 받게 됩니다. 물론 <무한걸스>가 지상파에 진출할 때부터 시청자들의 사나운 시선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MBC에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동안 여러 외주제작 프로그램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싸늘한 외면을 받고 쓸쓸이 종영했던 시기였던 만큼, 그래도 오랫동안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무한걸스>가 자리를 메우는 것이 제격으로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무한걸스>가 그간 <무한도전>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주요 아이템을 차용하겠다는 발표를 한 이후 <무한걸스>는 탄생 이후 최고의 원망 섞인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무한도전> 스핀오프 프로그램의 특색을 잘 알고 있다하더라도 <무한도전> 시청자는 물론, <무한걸스>를 사랑하던 팬들에게도 이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무한도전>이 파업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무한걸스>가 <무한도전>을 그대로 따라하겠다는 것은 사측의 검은 속내가 뻔히 보이는 행위였습니다.

하지만 <무한걸스>는 <무한도전>을 대신할 수도, 대체할 수도 없었습니다. <무한걸스>가 그나마 케이블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 골격이 되는 <무한도전>의 힘도 뒷받침되었지만, 지상파에선 보기 힘든 여성 예능의 독특함과 신선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상파로 넘어오면서 특유의 참신함과 B급 코드를 거세당한 <무한걸스>는 <무한도전> 따라하기에만 충실했을 뿐 <무한걸스>만의 재미와 매력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설상가상 기존 <무한도전>에서 약간 변형을 꾀했다고 하나 손바닥처럼 훤히 보이는 반전과 결말은 '허무함'까지 안겨줄 정도였습니다.

지상파 등장 이전부터 미운 털이 제대로 박히고, 방영 내내 그 털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하고 2~3% 시청률 대에 머무르던 <무한걸스>는 MBC 노조 파업이 끝나고 예능국이 정상으로 돌아가자 곧바로 퇴출 수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시청률 10% 이상 나오는 대박을 기록하지 않는 한, <무한걸스>는 MBC에서 노조 예능 PD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그 빈자리를 지켜주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요. 고작 2~3% 나오는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을 떠안고 갈 이유가 없었겠죠.

<무한걸스>는 다시 원래 활동하던 MBC 에브리원에 돌아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건 사측의 안일한 판단일지 모릅니다. 현재 <무한걸스>는 차라리 지상파에 오지 않았던 게 더 좋았을 정도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이야 원래대로 재정비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지상파에 넘어와 와르르 무너진 케이블 예능 절대강자의 위엄과 자존심, 그리고 <무한걸스> 아류로, 시작부터 끝까지 온갖 비판과 쓴소리에 받은 충격과 상처는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요.

토사구팽의 주동자 사측은 불러줘도 제대로 시청률 성과를 내지 못한 <무한걸스>에 모든 비난의 화살과 실패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씌운 채 케이블로 돌려보내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듯합니다. 그렇게 <무한걸스>는 상처뿐인 지상파 진출의 영광을 안고 다시 케이블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합니다.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http://neodo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