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한국방송광고공사 독점의 방송광고판매제도가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지 3년 2개월여 만인 지난 2월 '방송광고판매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새로운 방송광고시장의 밑그림을 그리는 후속 작업이 이뤄지면서 중소방송사들의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사 광고의 대부분을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 판매해 왔던 과거와 달리, 공영미디어렙(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과 민영미디어렙(SBS미디어크리에이트) 양대 체제로 바뀌면서 중소 방송사들의 생존권이 위태롭게 됐다는 주장이다.

▲ OBS노조는 미디어렙법 후속 조치로 마련된 미디어렙 고시제정안에서 OBS가 공영렙과 민영렙에 7대3 비율로 분할 지정된 것을 문제삼으며 지난달 30일부터 방통위 앞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곽상아

지난달 말부터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는 'OBS노동조합'과 '지역방송협의회'가 연좌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OBS노동조합이 연좌농성을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30일. OBS노조는 미디어렙법 후속 조치로 마련된 미디어렙 고시제정안에서 OBS가 공영렙과 민영렙에 7대3 비율로 분할 지정된 것을 문제삼으며 "OBS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쟁 매체인 SBS 미디어크리에이트와의 분할 지정이 아닌 공영렙에 단독 지정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용주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장은 "어차피 이대로 미디어렙 고시가 통과된다면 OBS는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며 "잘 해결될 때까지 여기서 무기한 농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가 OBS에 대해 최대 253억원의 광고판매를 보장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작년 매출액 280억원을 기준으로 한 계산인데, 작년에도 180억원의 적자가 났다"며 "OBS의 전신인 iTV시절인 10년 전에도 500억원은 됐었는데, 절반밖에 안 되는 금액을 가지고 어떻게 생존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모든 중소방송사를 공영렙에 넣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자꾸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들 하는데, 방통위의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용주 지부장은 "OBS는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광고판매의 책임마저 한쪽에 확실하게 지우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라는 건가"라며 "지금도 OBS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떠나가는 인력들이 있다. 사원들이 OBS에 정착해서 콘텐츠 질 향상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돼야 하지 않은가"라고 호소했다.

▲ 지역방송협의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세종로 방통위 앞에서 방통위를 향해 SBS 미디어크리에이트 설립 불허를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진행하고 있다.ⓒ곽상아

OBS노조 옆에는 지역민방 노조 등으로 구성된 지역방송협의회가 '판'을 깔았다. 지역방송협의회는 지난달 31일 방통위를 향해 SBS미디어크리에이트의 설립 불허를 요구하며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영만 언론노조 대전방송 지부장은 SBS가 SBS미디어크리에이트의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SBS가 민영 미디어렙에 대해 너무 큰 영향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SBS가 미디어렙을 사유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방송광고판매에서 공공성, 독립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수영 언론노조 전주방송지부장은 "SBS미디어크리에이트는 사실상 SBS의 자회사 개념과 다를 바 없게 된 것 아닌가"라며 "예전에도 SBS와 지역민방의 관계는 '갑을' 관계였는데, 이제 SBS가 광고판매의 칼자루까지 쥐게 되면 SBS는 그냥 '갑'이 아니라 '슈퍼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황수영 지부장은 "기본적으로 코바코체제에서 보장받았던 광고 수익이 부장돼야 하는데, 지금 SBS와 지역민방이 맺은 협약을 보면 수익이 보장될 지 의문"이라며 "협약 내용을 보면 '평균 배분비율에 따른 정률제' 대신 SBS가 자신들 마음대로 배분율을 조정할 수 있게끔 돼 있어 해마다 지역민방의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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