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KBS 드라마 <각시탈>은 우리 역사의 아픈 손가락 '위안부'를 본격적으로 다뤄 눈길을 끌었습니다. 당시 태평양전쟁에 참가한 일본군의 사기진작을 위해 조선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끌고 간 만행을 저지른 일본. 하지만 그들은 지금까지도 당시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뻔뻔한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60년 전 일본군에 의해 피폐한 상처를 입은 할머니들은 지금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요일이 되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과거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할머니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말로는 할머니들이 안타깝다고 하나, 실제로는 일본을 향해 위안부 사과 및 보상 문제와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에 대해 속 시원한 한마디를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강산이 여섯 번 바뀌고 이제 하루하루 집회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의 수가 줄어들들만큼 세월이 흘렀음에도 본질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미국 하원의회에서 일본 정부의 보이지 않은 강한 로비에도 불구, 일본에 위안부 존재를 인정하고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될 정도이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더구나 그들 할아버지, 아버지 대가 일으킨 만행이고 범죄니까요. 그러나 그들은 대한민국은 물론, 위안부가 뭔지 아무것도 몰랐던 꽃다운 여인들을 잔인하게 유린했고, 소중한 생명을 무참히 짓밟는 참혹한 짓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 선조 때문에 상당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일본도 과거 '전범국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평화국가로서 새 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만행에 대해 사과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일본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교과서를 왜곡하고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진실을 가리기에 급급합니다. 또한 이제는 독도까지 대놓고 넘볼 정도입니다. 반성 없는 일본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를 받아낼 의지가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한국 정부. 아직도 기약 없는 침묵에 할머니들의 가슴은 나날이 타들어갑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를 대신해 할머니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준 이는 현재 한국에서 인기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사유리입니다. 그녀는 한국에서 오래 방송 활동을 해왔으나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일본인입니다.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고 한국에서 돈을 버는 상황이라고 해도 한 개인이 선대의 만행을 인정하고 3천 만원이란 제법 큰 돈을 기부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입니다.

또한 사유리는 한국에서 방송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2008년부터 위안부 할머니 쉼터 '나눔의 집'에 꾸준히 기부 및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일본인임을 떠나서 같은 여성으로서 할머니들의 사건이 너무 가슴이 아파 시간이 날 때마다 '나눔의 집'을 찾아온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은 위안부 문제에 침묵하는 수많은 위정자들을 부끄럽게 합니다.

그런데 지난 7일 사유리와 함께 '나눔의 집'을 찾은 이가 최근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막말 논란'으로 방송활동을 전면 중단한 방송인 김구라로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논란이 터지고 난 후 김구라는 일주일에 한 번 꼭 나눔의 집을 방문해 봉사 활동을 해왔습니다. 자주 오다보니 이제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족 같은 존재가 된 김구라의 속죄는 진심이었습니다.

매스컴을 타나 안 타나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나눔의 집을 찾아와 위안부 할머니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김구라는 진정으로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위안부 할머니들과 나눔의 집 관계자들을 감동시키기까지 합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막말을 한 과거의 행위에 대해 책임지는 의미에서 스스로 방송에서 물러난 김구라입니다. 과거 그의 막말은 쉽게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김구라는 자신의 과오에 대해 비겁하게 변명하거나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속죄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김구라는, 정작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진정한 관심이나 도움을 주지 않는 이들보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인인 사유리와 과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막말로 구설수에 오른 김구라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이긴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과거의 만행에 대해 회피하기 바쁜 일본 정부를 대신해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일본인 사유리와 자신의 과오를 통감하고 진심으로 속죄하는 삶을 살고 있는 김구라입니다.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침묵하며 되레 당당하기만 그들이 이들을 보고 좀 본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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