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엔 그야말로 '양학선'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가 온통 양학선 관련 키워드로 장식되어 있음은 물론, 양학선 집은 물론 그의 여자친구까지 화제가 되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배출한 최고 스타는 단연 양학선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7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6.533이란 압도적인 점수로 금메달을 목에 건 양학선 선수는 이미 전 세계 체조계에서는 도마의 신으로 불리는 챔피언 중의 챔피언이었습니다.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도마 금메달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한 양학선은 이듬해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명실상부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체조계를 놀라게 합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아시안 게임, 세계선수권을 석권하는 등 훌륭한 선수로 이름을 알렸지만 정작 국내에서 그의 인지도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양학선의 금메달 수상은 대한체육회나 관계자 사이에서 거의 99% 예상가능한 일이었다고 하지만, 기계체조가 양궁같은 확실한 텃밭이나 축구같은 인기 종목은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올림픽 관계자 사이에서도 확실한 금메달감으로 인정받았음에도 정작 그를 향한 매스컴(언론)의 관심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00m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이나 언론이 그토록 사랑하는 손연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스포츠에서 불모지로 인식되었던 수영과 피켜스케이팅은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 박태환과 김연아 때문에 온 국민들이 응원하는 국민 스포츠(?)가 된 지 오래지만, 기계체조계에서도 이미 '양학선' 이름을 딴 기술이 존재할 정도로 도마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추앙받아온 양학선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그제서야 양학선에 열광하는 일종의 신드롬을 일으킵니다.

어떻게 보면 양학선이 체조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도 반할 정도로 '양1'이란 우월한 테크니션을 발휘하여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과 설레발이 덜했기에 가능했던 쾌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언론의 지나친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이 오히려 부담이 되어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유능한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었잖아요.

어찌되었던 조용히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양학선은, 그의 이름이 낯선 대한민국 국민들은 물론 같이 경기에 나섰던 경쟁 선수들도 그가 경기를 마치자마자 바로 축하 인사를 건넬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성공을 거둡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갑자기 양학선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그가 어렵게 자랐고 지금도 부모님이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얼마 안 되는 훈련비를 아껴가면서까지 부모님 생활비를 보태면서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양학선의 일대기는 그가 펼쳤던 기술 못지않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의 놀라운 경기력과 감동 스토리가 맞물리면서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피땀 흘려 이룬 그의 성과에 더 큰 박수를 보냅닌다.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양학선에게 잘 어울리는 CF를 주선해주고, 그의 매력이 돋보일 수 있는 기발한 콘티까지 짜주는 정성을 과시합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끝내 세계 최고 선수의 경지에 올랐고, 거기에다가 효심까지 지극한 양학선은 그 자체만으로 귀감이 될 만한 스타입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더욱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고 세계선수권을 재패한 체조계 1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살림살이 때문입니다. 다행히 양학선의 가능성을 알아본 몇몇 대기업에서 그가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게 통 큰 지원을 해주었지만, 그의 부모님은 그동안 살던 광주를 떠나 전북 고창 비날하우스에 몸을 맡길 정도로 생활을 궁핍해졌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미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을 거머쥔 양학선은 김연아, 박태환처럼 CF스타가 되진 못해도 최소한 기본적인 수입은 유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어도 규정상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양학선 손에 쥐어진 수입은 훈련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하루 4만 원이 고작입니다. 훈련비에 손 안 대고 차곡차곡 모아야 겨우 80만 원 남짓이고, 그것도 대회에 나가면 아예 훈련비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나마 포스코 건설 등 몇몇 기업들이 양학선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꿈을 키우는 체조 선수들을 후원해줘서 따로 훈련비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아시안 게임에서 금을 따도 군면제만 됐을 뿐 그에게 돌아오는 금전적 혜택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양학선이 불우한 환경을 딛고 전 세계가 인정하는 압도적인 신기술을 개발하고 체조계를 재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산업화를 겪은 어르신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헝그리 정신'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실제로 아들의 금메달 획득 이후 곧바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 돌아오면 너구리 라면을 끓어주겠다"는 양학선 어머니의 소감은 지난 1986년 아시안 게임에서 라면 먹고 육상에서 3관왕을 차지한 임춘애와 오버랩되기까지 합니다.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주류 언론들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세계를 감동시킨 양학선의 사례를 들며, 그들의 주장대로 정치 탓, 사회구조 탓만 하지 힘든 일 안 하고 편하게 살려고 하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이 시대의 88만 원 세대를 꾸짖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도전적이고 취업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하루하루 버텨가는 청년들은 양학선이라는, 요즘 그렇게 보기 힘들다는 '개천의 용'을 통해 힘을 얻게 됨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도 그를 뒷받침해줄 돈과 배경이 없으면 압도적인 기술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서야 겨우 주목받는 암울한 현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역경을 딛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선 그의 성공을 앞다투어 축하함은 물론 앞으로도 제2의 양학선 같은 인물이 많이 나와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 배경 없이 오직 실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식'적인 세상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요즘 보기 드물게도 한 개인의 성공과 엄청난 부의 획득에 내일인 양 기뻐하고 당연하다고 박수쳐주는 현상. 양학선은 그렇게 아무리 노력해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암울하다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새 희망의 아이콘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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