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티아라 소연이 처음으로 정극에 도전한다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던 <해운대 연인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악재로 작용한 소연 출연 이전에도 과연 <해운대 연인들>이 <골든타임>, 곧 방영할 <신의>의 벽을 뚫고 선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일단 최근 영화 <돈의 맛>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김강우는 믿음직스럽습니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방자전>, <후궁:제왕의 첩>으로 에로틱한 사극에서는 확실히 주연급을 굳힌 조여정의 오랜만의 브라운관 복귀도 반갑구요. 뿐만 아니라 개그계에 이어 충무로까지 섭렵한 임하룡과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팜므파탈 매력을 발산한 김혜은과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얼굴 박상면 등 비교적 빵빵한 감초 캐스팅은 김강우, 조여정이 출연해도 어딘가 모르게 불안했던 <해운대 연인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 드라마 계는 다소 힘들 것 같았던 <추적자>가 인기를 끌고 <유령>, <골든타임>이 명품 드라마로 환호 받는 세상입니다. 그런 트렌드 속에서 현실성 제로에 '해운대'라는 배경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배우들의 노출과 속살만 강조했지 어떠한 개연성을 찾아볼 수 없는 <해운대 연인들>의 발상은 가히 '시대착오적'으로 보여지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해운대 연인들>의 개연성 없는 스토리가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시청자들이 무수히 사랑해왔던 로맨틱 코미디, 혹은 재벌 2,3세가 출연하여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 중에서 현실감각으로 중무장한 드라마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요.

말은 안 되지만 그래도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시청자들을 대리만족 시킬 수 있는 능력 있는 남자와 평범한 여자간의 달달함과 그 주변인들의 깨알 같은 연기로 '괜찮다'면서 너그럽게 이해받는 게 바로 이러한 '로맨틱 코미디 혹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가진 장점이었지요.

<해운대 연인들>은 아직까지 젊은 여성 더 나아가 중년 여성에게 어필될 수 있는 억척 평범녀와 검사 혹은 유능한 사업가와의 연애를 전면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달달함을 맛보기 이전에 첫 회부터 왜 태어나고 자란 배경도 다른 남자와 여자와 어떻게 운명적으로 만났을까하는 스토리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눈살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노출과 손발 오그라드는 조폭과 검사 간의 싸움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듯합니다. 부산이 배경인데 몇몇 배우들의 어색하기 짝이 없는 '사투리'는 어떻게든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려고 하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입니다.

<해운대 연인들>이 <피라냐 3D>같은 아예 대놓고 '병맛'을 내세운 코미디도 아니고 극중 결혼식 당일 갑작스런 복막염으로 힘들어하는 윤세나(남규리 분)를 잡는 과정에서 그녀의 가슴을 집중해서 강조하고, 고소라(조여정 분)가 난데없이 어우동으로 변장하여 춤을 추고, 메인 주인공 이태성(김강우 분)와 고소라가 운명적으로 첫 만남을 가지는 과정에서 굳이 고소라의 치마를 벗기고 친절하게 '속바지'까지 훤히 보여줘야 할지는 의문입니다.

이 정도면 <해운대 연인들>은 바다와 물이라는 배경뿐만 아니라 다소 허무맹랑한 스토리, 아예 대놓고 글래머의 탄력 있는 몸매만 내세운 <피라냐>의 겉모습을 적극 차용한 듯합니다. 하지만 <피라냐> 시리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미국 강타에서 보듯이 잘 만들어진 블록버스트와 탄탄한 소재를 앞세운 미드 못지않게 'B급 코드'를 사랑하는 미국이기에 가능했던 병맛 시리즈입니다. <피라냐>은 말도 안 되는 '병맛' 소재를 적극 내세웠음에도 재미있었지만, <해운대 연인들>은 재미있다기보다 황당함만 앞섭니다.

그렇다고 tvN <SNL 코리아 시즌2>와 싸이의 '강남 스타일'처럼 몸매를 집중 부각시키면서도 단순히 노출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은밀한 풍자와 시대에 걸맞은 웃음 코드를 자극하는 기발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해운대 연인들>이 과연 <추적자>, <골든타임> 등 진지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명품 장르 드라마에 익숙해진 대한민국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현재 문제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소연의 출연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첫 회만 봐도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했던 <해운대 연인들>이 아니었나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