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MBC 시사제작국장은 <PD수첩> 작가 해고 사태와 관련해 "PD수첩 작가들이 노조 파업을 옹호하고 노조측에 가담해 회사를 상대로 싸웠다"며 정치적 이유로 <PD수첩> 작가들을 해고했음을 밝혔다.

"정재홍 작가를 포함한 PD수첩 작가들은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MBC 노사분규 사태에서 일방적으로 노조 파업을 옹호하고, 노조측에 가담해 회사측을 상대로 싸움을 한 것이 하나의 사례"라는 것.

또, 김현종 국장은 "작가는 프리랜서이므로 '해고'가 아니라 '교체'가 정확한 표현"이라며 "프리랜서인 작가의 교체는 기본적으로 방송사의 자율권에 속하는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 최근 MBC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작가 6명을 전원 해고 했다. 사진은 12년간 MBC 에서 활동한 정재홍 작가.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에 대해 <PD수첩>에서 12년 동안 일하다가 해고된 정재홍 작가는 2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잘못됐을 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간부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며 김현종 국장을 향해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작가들이 불편부당해야 하고, 중립을 갖춰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어디까지나 '방송 프로그램'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김현종 국장은 저희가 중립성을 잃은 사례로 '노조 파업 지지 성명서'를 들더군요. 파업 지지 표명은 작가들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 아닌가요?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했을 뿐인데, 이게 해고 사유라니요? KBS, MBC, SBS, EBS 등 방송4사 구성작가들이 MBC 파업 지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저희가 공정방송의 토대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재홍 작가는 한진중공업 등 권력을 불편하게 할 만한 아이템들을 철저히 막아왔던 MBC 사측이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분노를 나타냈다.

"권력이 불편해 할 아이템은 어떻게 해서든 기를 쓰고 막던 이들이 저희에게 '중립성'을 잃었다고 하다니 황당합니다.

지난 1년 사이, 한진중공업 아이템을 7번 정도 발제했고,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4번 발제했습니다. 4대강 공사로 인해 18명이 돌아가셨을 때 관련 아이템을 발제했더니 김철진 당시 PD수첩 부장은 '18명이 뭐가 많냐'며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통계 분석을 통해 '18명이 적은 숫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방송하자"고 했습니다. 김철진 부장은 '노동자들이 잘못했을 것'이라며 일축했구요.

그래도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또 취재를 한 이후 '공사를 진행한 측에서 공사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 무리하게 장비를 불법 개조하다가 사고가 났다.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문제제기를 했는데, 김철진 부장은 '그렇게 장비를 불법 개조한 데는 뭔가 사연이 있을 것'이라며 막아섰습니다.

만약 PD수첩 작가들이 적당히 취재하고 순응했더라면 이렇게 해고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저희들은 탐사 프로그램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잃은 게 누구인지, 김현종 국장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합니다."

정재홍 작가는 PD수첩 작가들이 엄연히 계약서까지 썼음에도 불구하고 황당하게 내쳐졌다며, '비정규직'으로서의 설움을 나타냈다. 작가들이 방송사와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십수년 투쟁 끝에 얻어낸 소중한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김현종 국장 등은 계약서의 존재 자체도 모른 채 "정식 고용관계가 아니니까 해고가 아니라 교체다. 우리는 (비정규직인) 작가들을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다"며 해고를 알렸다는 것.

"저희가 해고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뒤 김현종 국장을 찾아가 '해고의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김현종 국장은 '정식 고용관계가 아니니까 해고가 아니라 교체다. 우리는 당신들을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다'고 말씀하더군요. 황당해서 물었습니다. '저는 전속 계약작가이고, 나머지 작가들도 PD수첩 팀장들과 계약돼 있다. 작년에 윤길용 국장이 오면서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는 않았으나, 2010년에 계약했고 이후 실질적으로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별도의 계약 갱신이 없어도 계약서는 유효한 게 당연하지 않느냐'라고.

랬더니, 김 국장은 놀라면서 '뭐라고? 계약서가 있다고?'라고 답하더군요. 황당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비정규직이지만, 공영방송이, 그것도 PD수첩을 한다는 사람들이 엄연히 계약서를 작성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제작 파트너들에게 말 한 마디 없이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해고 사실을 알리는 게 어디있느냐' '앞으로 PD수첩이 비정규직 문제를 다룰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누구를 가르치려 하느냐'고 응대하더군요."

정재홍 작가는 "비정규직인 작가들은 90년대 후반부터 방송사를 상대로 피눈물 나게 싸워서 결국 4~5년 전부터 정식 계약서를 쓰기 시작했다. 비정규직으로서 그토록 힘들게 투쟁해서 얻어낸 계약서인데, 우리를 자른 이들은 계약서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며 "사회적 약자의 피눈물 나는 역사도 모르는 이들이 PD수첩 부장이고 MBC 시사제작국장이라는 게 참담하다. 앞으로 과연 PD수첩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정재홍 작가는 "만약 작가들을 정말 바꾸고 싶었다면 몇 달 전에 미리 이야기하면 될 일이었고, 그랬다면 관행대로 작가들이 떠났을 것이다. 우리가 PD수첩에서 평생 일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런식으로 하는 게 어디있나"라며 "작가들이 씹다가 단물 빠지면 버리는 껌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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