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던 노조원들을 뒤로하고 "올림픽은 MBC"라면서 2012 런던 올림픽 홍보에 열을 올리던 MBC. 예상대로 MBC는 개막식부터 지금까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볼거리로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개막식에서 몇몇 시청자들의 귀를 거슬리게 한 배수정의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는 발언과 진행논란, 개막식 피날레를 장식했던 세계적인 아티스트 폴 매카트니의 열창을 광고를 이유로 과감하게 중단한 MBC의 연이은 실수 행각은 다음 날 이어진 박태환 선수 중계에 비하면 가히 '애교' 수준이었습니다.

28일 박태환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영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실격 판정을 받은 것도 수많은 국민들의 분통을 터트렸지만, 더 가관은 실격당한 이유를 모르는 채 당황하는 박태환에게 마이크를 갔다대며 실격 이유를 물어보는 MBC 기자의 패기였습니다.

다행히 박태환 선수는 실격 판정과 번복 못지않은 모 기자의 무례함에서 비롯된 멘붕을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끝내 은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열린 자유형 200m 예선을 막 끝낸 박태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집요함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기자가 선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하지만 28일 박태환은 어이없이 실격을 당한 최악의 상태였고, 제 아무리 알권리를 중시하는 기자라고 해도 최소한 인터뷰할 여건이 안 되는 선수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실격 조치에 혼란을 빠진 박태환에게 "본인의 레이스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나"며 취조하듯 막무가내로 박태환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박태환을 괴롭힌(?) 그 기자는 다음날 열린 자유형 200m에서도 막 경기를 끝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박태환을 잡고 인터뷰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구태여 "어제 눈물을 보이셨는데" 질문을 던져 박태환에게는 최고 악몽이었던 전날 400m를 연상시키는 신종 무개념 인터뷰로 보는 이들의 눈을 찌푸리게 합니다.

하긴 명색이 대한민국 스포츠 뉴스인데, 한국 국가대표 박태환이 중국 선수 쑨양에게 선두를 야금야금 뺏겼다고 표현하고, 진종오가 사격에서 금메달을 땄음에도 박태환 실격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결코 뒤지지 않는 사례 중 하나죠

올림픽을 중계하는 MBC의 황당 퍼레이드는 개념 실종 인터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경기가 있던 당일 아침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면 수영복을 입고 진행하겠다"는 MBC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박은지의 우스개 멘트가 박태환의 실격 판정 이후 뒤늦게 지상파 방송인의 멘트치곤 오버스러웠다는 몰매를 맞습니다. 또한 29일 아침에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며 노조를 탈퇴하고 주말 뉴스테스크 앵커에 이어 런던 올림픽 진행까지 꿰찬 독실한 기독교 신자 양승은 아나운서가 검은색 정장에 모자 차림의 영국식 상복을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따가운 구설수에 오르게 됩니다.

올림픽 중계팀 구성부터 개막식에 이어 하루도 빠짐없이 연이은 실수를 벌이며 런던 올림픽 최고 '트러블 메이커'로 확실히 입지를 굳힌 MBC. 사실 지상파 방송 진행이라고 믿기 어려운 MBC의 무리수 퍼레이드는 이미 시작 전부터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였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파업을 한 노조 인력을 최대한 배제한 채 사용 기자들과 대체인력으로 중계팀을 꾸린 MBC. 그들은 자신만만했고, 노조 인력 없이 시청자들에게 알찬 중계방송을 보여줄 것을 호언장담했습니다.

그럼에도 MBC는 노조 파업 때문에 결방을 해온 <무한도전>에게 런던 올림픽행을 독촉합니다. 정작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출연진들은 파업 문제가 해결되어야 간다고 계속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사측은 몇몇 언론 매체에 <무한도전> 런던행을 암시하는 소식을 전하는 등 본인들 뜻대로 <무한도전>을 런던으로 보내기 위해 갖은 회유와 협박(?)을 이어나간 듯합니다. 그 과정에서 <무한도전> 외주제작설 심지어 폐지설이 나오기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끝내 <무한도전> 런던행은 무산되었습니다. <무한도전>은 지난주 노조의 파업 종료와 더불어 방영을 재개했지만, 올림픽 중계를 위해 런던으로 가기에는 여러모로 시간이 빠듯했거든요. 사측의 바람과는 달리 무산으로 끝난 <무한도전> 런던행. MBC가 그토록 <무한도전>을 런던으로 보내고 싶었던 것은 높은 화제도와 시청률 확보가 목적일 것입니다.

이미<무한도전>은 4년 전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체조 해설 및 올림픽 특집 방송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경험이 있기에 어떻게든 런던 올림픽 중계 시청률을 올리고 싶었던 MBC는 <무한도전>을 런던으로 보내기 위해 여러모로 공을 들였습니다.

그러나 아쉽게(?) <무한도전>은 런던으로 가지 않았고, 대체인력으로 런던 올림픽 중계팀을 구성했던 MBC는 역대 최악의 올림픽 중계의 진수를 선보이며 하루도 빠짐없이 시청자들의 몰매를 맞고 있습니다. 그래도 박태환 자유형 400m 예선 단독 중계 횡재에 21.6%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니 재주는 박태환이 넘고 실속은 인터뷰를 빙자하여 박태환을 연이어 괴롭힌(?) MBC가 챙기고, 그렇게 됐네요.

참으로 방송국 국격에 맞게 품격 있는 올림픽 중계와 진행으로 MBC와 아무런 상관없는 시청자들 얼굴조차 화끈거리게 하는 MBC. "올림픽은 MBC"라고 외쳤던 그 방송사가 미운오리새끼 <무한도전>을 런던으로 보내는 데 왜 그렇게 사활을 걸었는지 이해가 갈 듯도 하네요. 아마 스포츠 인터뷰 진행 경험이 많지 않은 <무한도전> 멤버들도 실격당한 박태환에게 다짜고짜 마이크를 갔다대며 소감을 묻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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