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쇼에 정글의 법칙팀이 출연했다. 말수가 많지 않아 원샷의 기회가 그리 많이 돌아가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은 화면 외곽의 김병만을 주목했을 것이다. 김병만의 존재감은 이제 먼저 1박2일로 스타가 된 이수근도 멀리 느껴질 정도로 커져버렸다. 개그콘서트를 떠나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에 이어 자기 이름을 붙인 예능 정글의 법칙을 성공시킨 저력은 아무리 강호동의 부재 속에 거둔 결실이라 할지라도 대단한 일이다.
그런 김병만에게 고쇼 엠씨들은 자연히 연예대상 이야기를 꺼냈다. 말로는 소문을 근거로 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SBS 측에서 김병만 대세론을 만들기 위한 사전포석일 가능성도 더 높다. 그럴 만큼 김병만은 확실한 성공을 거뒀고, 유재석의 런닝맨과 함께 SBS를 일요 예능의 승자 자리에 올려놓았다.
고쇼에서도 언급했듯이 올해 SBS 연예대상은 이경규, 유재석 그리고 김병만의 삼파전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올해만은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김병만이 되어야 한다. 점수를 따지기 전에 이경규, 유재석은 모두 연예대상을 여러 차례 받았고, 긴 세월 일인자로 군림해왔다. 그런 유재석이나 이경규이기에 김병만이라면 기꺼이 연예대상을 양보할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김병만은 카메라와 상관없이 자기 몫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다. 얼마 전 다녀왔던 바누아투에서 새벽에 잠이 깨어 우연히 작은 게를 쫓아갔다가 결국 섬의 반 바퀴를 돌았다는 말을 했다. 아무리 리얼이라도 잠을 자기로 한 때니 카메라를 메고 따라갈 촬영감독이 없었다. 그랬다면 보통의 연예인이라면 카메라 없이 긴 시간 식량을 찾아나서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카메라가 꺼지고 켜지는 사이의 간극은 대단히 크다. 온에어 상태의 리얼리티로는 김병만의 자기 프로그램 몰입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런 성실성은 대한민국에서 진짜로 김병만 말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결국 개그나 예능에 있어 웃음의 조건에 엄격한 시청자도 별로 웃기지 않는 정글의 법칙에 홀딱 빠지게 된 이유는 김병만의 우직한 성실성에 있다. 웃기지는 않은데 묘하게 눈을 뗄 수 없는 관심과 흥미가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웃기지 않아도 되는 예능을 만든 김병만 효과는 이제 한풀이 꺾여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능의 조상 이경규는 ‘예능의 마지막은 다큐일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경지에 이경규보다 김병만이 먼저 다가서고 있다. 뭐 이 정도면 김병만에게 연예대상 두어 번은 그냥 줘도 좋지 않겠는가. 아니 그냥 연예대상은 좀 부족하다. 곱빼기쯤은 되어야 적당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