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2000년대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전지현에게 지난 10년은 배우라기보다 CF전문 모델 활동에 가까웠습니다. 소위 톱스타가 되기 전 가요 프로그램 MC도 하고 리포토도 하면서 또래 여고생다운 풋풋한 모습을 보여줬던 전지현은 영화와 CF 활동 외엔 다른 방송 활동을 일절 하지 않는 전형적인 신비주의 행보를 고수합니다.

하지만 강산이 바뀌고, 여신에서 이제는 한 남자와 결혼한 새댁이 된 전지현은 최근 개봉 예정작 <도둑들> 프로모션을 계기로 이전과 다르게 활발한 활동 의지를 보여줍니다. 일단 영화 속 전지현의 연기도 괜찮다는 평가입니다. 유독 오락영화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저명한 영화평론가들도 <도둑들>의 전지현을 보고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면서 호평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 영화 '도둑들' 감독과 배우 ⓒ연합뉴스
세계적인 기대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맞선 <도둑들>의 흥행 예상도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도둑들>의 최종 스쿼어가 어떻게 기록되든 간에, 그간 전지현의 유일한 히트작(?)으로 기록된 <엽기적인 그녀> 이후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은 긍정적인 예감이 듭니다.

과연 <도둑들>에서 평론가, 기자들이 극찬하는 전지현의 배우로서의 귀환이 어느 정도의 모습인지는 영화 개봉 이후에 확인되겠지만, 중요한 건 단순히 유명 배우들 틈바구니에서 숟가락 하나 올리는 얄밉기만 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도둑들>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를 흥행시킨 최동훈 감독의 작품으로 김윤석, 김혜수 등 충무로 대표 배우와 요즘 대세 김수현까지 등장하는 초특급 호화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영화 내용이나 호화 캐스팅 때문에 영화 제작 전부터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죠. 김윤석, 김혜수, 오달수, 김해숙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총 등장으로, 사실상 <엽기적인 그녀> 이후 배우로서는 아예 평가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전지현은 대중이 느끼기엔 '얼굴마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지도 몰라요.

▲ 배우 전지현 ⓒ연합뉴스
그러나 전지현은 그녀에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는 칭찬을 들을 정도로 배우로 불리기도 민망했던 지난 10년의 간극을 어느 정도 극복한 듯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평소 평론가들과 엇갈린 시선을 보이던 다수의 관객들이 <도둑들>에서의 그녀의 모습을 어떻게 평가하느나입니다. 또한 연출의 귀재 최동훈 감독을 만나 생긴 일시적인 변화인가 아닌가는 차기작에 따라 결정되겠죠.

그런데 전지현에게 뒤따른 변화는 연기력에 대한 평가뿐만이 아닙니다. 충무로 자본과 인력이 대거 투입된 데 따른 엄청난 제작비 회수 의지인지, 막강한 스타 출연진을 제대로 이용하겠다는 이유인지, 아님 전 주에 개봉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의식한 탓인지 그 어떤 한국영화보다 활발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는 <도둑들>에서 전지현은 확실히 지난 10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말도 늘었고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입니다.

나름 몸매로 주목받던 연예인인데 아무래도 결혼한 새댁이라서 그런가 김혜수와 비교되는 자신의 몸매 컴플렉스(?)를 털어놓으며 웃음을 자아내지 않나, 그간 상상할 수 없었던 유머스럽고 재치 있는 모습도 마음껏 발휘합니다. 하지만 배우라기엔 CF모델, 엄청난 신비주의 고수로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던 전지현이 단번에 젊은 네티즌들의 호감도를 끌어모은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지금 보고 싶어도 누구 때문에 보지 못한다는 MBC <무한도전>과 유재석입니다.

물론 유재석은 <무한도전> 외에도 <해피투게더>나 <런닝맨>에서 볼 수 있지만, 수많은 유재석 팬들은 <무한도전> 속 유반장 유느님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들 <무한도전> 금단 현상에 시달리는 사이, <무한도전> 팬들은 아예 TV는 안 보는 걸로 믿어 의심치 않던(?) 전지현이 그들과 다를 바 없는 <무한도전> 팬임을 알고 그녀와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이미지 호감도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보지도 않는 <무한도전>을 열거하는 가식이 아닌, 정말 <무한도전>을 즐겨보는구나 싶을 정도로 <무한도전>의 특징을 줄줄이 꿰뚫고 있었습니다. 평소 도도하고 신비스럽기로 소문난 전지현이 <무한도전>으로 말꼬를 여는 순간, 그칠 줄 모르고 <무한도전> 찬양을 늘어놨다고 하니 그녀가 얼마나 <무한도전>을 사랑하는지 짐작이 갑니다.

특히나 <무한도전>의 출연 여부를 두고, 자신도 <무한도전>에 나가고 싶으나 <무한도전>은 게스트가 없어야 고유의 색이 더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이라고 꼬집은 것은 <무한도전>을 여러 번 보지 않은 이상 쉽게 터득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또한 요즘 방송을 안 해서 너무 속상하고, 볼 게 없다고 불평하는 모습은 여느 <무한도전> 애청자와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유재석을 두고 '유느님'이라는 극존칭을 부르는 전지현은 "저거 혹시 <무한도전> 언급하여 관심 받으려는 쇼 아니야?"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확실한 <무한도전> 팬임을 입증했습니다.

어찌되었건 여느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무한도전>의 정상화를 기다리는 배우 전지현은 그간의 어떤 대중친화적 행보보다도 그녀의 대한 호감도를 끌어모으는 데 큰 성공을 거둔 듯합니다. 대중과 상당한 거리감이 있을 것으로 보였던 CF속 여배우는 우리가 생각한 그 이상으로 한 방에 호감받는 법을 잘 알고 있었고 동시에 젊은 네티즌들로부터 "뭘 좀 아네"하는 칭찬(?)까지 듣게 됩니다.

이게 다 전지현과 비슷한 또래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무한도전>과 유느님으로 연결된 강한 공감대 형성 덕분이 아닐까 싶네요. 아무튼 현재 오랫동안 방송 재개를 기다린 팬 서비스 차원에서 SUPER 7이란 부제로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는 <무한도전>이 정상 방송을 한다면 일단 녹화한 이나영 특집 방영 이후 연말이나 내년 쯤 유재석을 유느님으로 부른다는 전지현이 나오는 시나리오도 계획될 법 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무한도전>이나 쫌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왕이면 전지현을 비롯한 수많은 <무한도전> 팬들을 애타게 한 근본 원인을 확실히 해결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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