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조사실에서 벌어진 염재희의 밀실살인의 범인이자 스파이는 사이버수사대 강응진이었다. 강응진 역의 백승현이 과거 카인과 아벨에서 소지섭과 지독한 악연을 보였기 때문에 설마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다시 소지섭과의 악연을 이어가고 말았다. 그렇지만 정체가 탄로 나자마자 강응진은 잽싸게 증거들을 삭제하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분명 누군가 강응진의 도주를 도왔다는 의심을 남겨놓았다.

계속해서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는 사이버수사대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얻은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강응진이 스파이였고, 그가 마지막으로 삭제한 것이 과거 신효정 동영상 원본이라는 점에서 당시 용의자로 몰렸던 박기영에 대한 의심을 풀 수 있었으며, 또한 조현민에 대한 더 분명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 몇 가지 아쉬운 점들도 발견됐다. 염재희(장문성)를 죽게 한 것이 강응진이라는 결론이 나왔는데, 아무리 스파이라고 할지라도 데이터분석이나 하던 사람이 진짜 첩보물의 스파이처럼 경찰서 유치장에서 약통을 바꿔치기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휴대폰이 아니라 내선 전화를 사용해 엄기준에게 전화를 건 사실은 더욱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결국 그것이 결정적인 꼬투리가 되었으니 실망은 더욱 크다.

그런 주변의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엄기준은 흐트러짐 없다. 엄기준은 최근 한국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무서운 범죄자다. 그에 의해서 살해당한 사람이 다섯 명이고, 그 중에는 경찰과 자기 심복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자기 아버지를 죽게 했던 작은 아버지 명계남을 궁지로 몰아넣고는 결국 독이 든 술을 보내 자살을 택하게 했다. 그러고도 조현민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철의 얼굴을 한 엄기준을 긴장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이버수사국 내에 심어둔 스파이 강응진이 오래 전에 조작해둔 신효정 동영상이 다시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원본이 아니라 조작된 동영상을 다시 조작한 것이다. 다만 그것은 진실이고, 그 진실을 아는 범인 엄기준은 소지섭의 추격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대응할 것을 부하에게 지시했다.

또한 김우현과 만나고 온 후 엄기준은 해커그룹 대형에 전화를 걸어 중앙지검 임치현 검사의 최신정보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물론 소지섭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사전작업을 위해서다. 대형 리더는 엄기준의 지시를 화이트보드에 적었는데, 여기서 그만 웃지 못할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보드에 쓴 글자는 중앙지검이 아니라 중앙지점이었다. 이것이 검찰에 대한 의도적인 디스로 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틀린 건 틀린 거다.

북경어와 광둥어의 차이가 있다지만 적어도 지검과 지점은 혼동할 단어는 아니다. 이는 연출팀 누군가가 지검을 지점으로 잘못 검색한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분명하다. 그런데 실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제의 중앙지점 다음에 영어로 임치현을 쓴 후에 다시 한자로 검관(檢官)이라고 썼는데, 얼핏 맞는 표기 같지만 이 역시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또한 옥에 티를 포함해 유령 소품팀의 발칙한 장난기도 발견할 수 있었다. 엄기준이 명계남의 빈소를 찾아온 장면에서 조화 리본에는 capital을 captial로 잘못 쓴 것이 발견되었고, 다른 조화는 대표이사 이름이 주원이었다. 주원이라는 이름이 결코 흔한 것이 아닌데, 소품팀에서 경쟁작 각시탈의 주연 이름을 쓴 것에서 사소한 장난기도 읽을 수 있었다.

이처럼 유령 14회에는 이런저런 옥에 티들이 많이 발견됐는데, 흐름을 방해하는 심각한 것이 아니라 진지한 가운데 잠시 웃을 수 있는 활력소 같은 작은 흠일 뿐이다. 또한 옥에 티 찾기는 때로 본 드라마 전개보다 더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가능한 옥에 티는 없는 편이 좋기는 하다.

어쨌든 종반부를 향해 가는 유령은 대부분의 의혹들이 풀렸다. 이제 강응진의 탈출을 도운 경찰청 내부의 거물급 스파이를 찾는 일과 김우현이 왜 남상원의 살인현장에 있었으면서도 사건을 은폐했는지에 대한 의문만이 남았다. 초반부터 가장 의심스러웠던 권해효가 스파이가 아니었던 것처럼 가장 의심받지 않아온 인물이 스파이로 드러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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