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조합이 짓궂기로 유명한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엠씨들을 뒤흔들었다. 로버트 할리와 닉쿤, 빅토리아가 출연한 라디오스타는 한국에 뿌리를 깊이 내린 외국인 스타들의 이모저모를 다뤘다. 간만의 출연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아이돌그룹 멤버가 나온다는 것은 식상한 에피소드 반복재생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라디오스타는 확실히 달랐다. 이미 했던 이야기라도 그것을 라스만의 ‘독하게 다루기’를 통해서 신선한 웃음으로 만드는 재주를 유감없이 보였다.

독하기로는 라디오스타 엠씨들도 당하지 못할 입담을 가진 로버트 할리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미 한국에 정착한 지 32년차인 로버트 할리는 정말 독했다. 외국인들에게는 필수라 할 수 있는 한국문화 적응기를 이야기할 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양놈’으로 부르는 실수를 저질렀다.

사실 양놈이라는 표현은 요즘은 한국사람들도 잘 쓰지 않지만 거친 경상도 식 언어습관에서 튀어나온 귀여운 실수였다. 다소 의도적인지 않나 하는 의심도 있지만 그 의심보다 할리의 거침없는 한국사랑이 더 커보였다. 떼놈, 왜놈과는 뉘앙스가 다른 것이 또 양놈이기도 하다.

할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중에 고향 이야기할 때에는 유명한 헐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을 훔친 오노에 대해서 ‘오노 그’하고 말을 멈췄지만 그 다음 말이 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고, 다시 한 번 스튜디오를 들썩이게 했다. 당시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솔트레이트 시티가 할리의 고향이었고, 할리는 고향망신을 시켰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이런 할리의 거침없는 모습은 늦었지만 상처받은 한국사람에게 작은 치유를 주는 것 같았다.

그런 할리에 뒤질세라 또 다른 모습으로 라디오스타 엠씨들을 경악하게 만든 것은 중국에서 찾아온 빅토리아였다. 처음에는 그저 빅토리아 특유의 살인애교로 목석남 김국진을 액체인간으로 만드나 싶었지만 음식이야기가 시작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먹기 힘들어하는 음식들은 빅토리아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한국사람들도 먹기 힘든 홍어조차 할리와 빅토리아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애초에 외국인들에게 던지는 흔한 질문을 빅토리아에게 한 것부터가 실수(?)였다. 닭발을 먹을 수 있냐는 질문에는 닭발은 물론이고 닭뇌를 좋아한다고 되받아쳤고, 공격에 실패한 엠씨들이 소생간을 먹을 수 있느냐고 재차 공격했지만 간은 물론 소혀도 맛있다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빅토리아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닉쿤이 소뇌도 먹냐고 묻자 빅토리아는 소뇌는 안 팔아서 못 먹는다고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결국 빅토리아가 못 먹는 음식은 단지 팔지 않기 때문이며, 파는 음식이면 뭐든지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라디오스타 엠씨들이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빅토리아가 중국출신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세계 어느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요리의 천국이며, 다리가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을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 다양한 음식문화 속에서 자란 빅토리아에게 번데기를 먹을 수 있냐고 물은 것은 결례였다. 그야말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셈이다. 그러면서 식신 정준하가 떠올랐는데, 먹는 양으로서는 정준하와 빅토리아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종류의 다양성에서는 단연 빅토리아의 승리가 아닐까 싶었다.

요즘 mbc파업이 끝나갈 조짐이 보이는데, 무한도전이 언젠가 재개된다면 정준하 대 빅토리아의 식신대결 특집을 마련해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폭식의 대가 정준하와 미모의 걸그룹 빅토리아의 식신대결은 타이틀만으로도 흥분이 된다. 아무튼 빅토리아는 미모와 애교만이 아니라 웬만한 미식가도 혀를 내두를 엽기 식성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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