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수신문의 ‘키워드’는 뻔뻔함과 후안무치인가. 월정사 국고지원금 문제를 두고 최근 조선일보가 불교계를 ‘우롱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더니, ‘이명박-부시 면담’과 관련해서는 동아 중앙이 뻔뻔함의 선두에 섰다.

오늘자(4일) 동아와 중앙일보는 각각 10면과 2면에 <성과주의-정치공세가 빚은 해프닝> <이명박, 부시와 면담 불발 왜 “미국을 몰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내용을 추리면 이렇다.

▲ 동아일보 10월4일자 10면.
며칠 전 동아 중앙의 보도는 잊어라?

△이번 부시 대통령 면담 추진 해프닝은 조급한 성과주의와 부풀리기 식 논평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였다 △한나라당은 별도의 확인 창구도 없이 ‘비공식라인’에 의존, 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강영우 정책위원의 입만 바라봤다 △이른바 ‘외교적인 어법’을 통해 백악관이 완곡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 강 위원이 이를 확대 해석했다 등이다.

뻔뻔하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우선 동아일보. 동아는 지난달 29일자 8면 <“MB는 한미관계 중시” 공화당 원로 편지 주효>에서 이명박-부시 면담 성사의 배경을 자세히 보도했다. 당시 동아일보 보도를 한번 살펴보자.

▲ 동아일보 9월29일자 8면.
“본보가 입수한 손버그 전 주지사의 서한은 이 후보를 영문 이니셜 ‘MB’로 지칭했다. 그는 서한에서 ‘MB는 한국 대선의 선두주자로서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했으며, 한국 정치권의 일부 반미 성향 주자들과 분명하게 차별화를 해왔다’고 썼다. 또 ‘귀하(부시 대통령)가 북-미관계의 화해를 통해 새로운 동아시아 전략을 구축해 가는 시점에 가장 핵심요소가 될 전통적 한미관계를 유지하는데 MB가 핵심(pivotal)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MB는 현 한국 정부와 달리 북한의 인권침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도 있었다.”

‘이랬던’ 동아일보가 갑자기 오늘자(4일)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지난달 말 이 후보 측의 면담 성사 발표로 시작된 이번 부시 대통령 면담 추진 해프닝은 조급한 성과주의와 부풀리기 식 논평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였다.”

후안무치란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이다.

동아와 중앙일보는 독자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리다

▲ 중앙일보 9월30일자 1면.
중앙일보도 뻔뻔함에 있어선 동아와 쌍벽을 이룬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30일자 1면에서 ‘이명박-부시 면담’이 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실은데 이어 지난 2일자 1면에서는 “부시와 이명박의 면담을 막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압박을 넣고 있다”는 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강영우 정책위원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강 위원은 “부시 대통령과 이 후보의 면담 결정이 알려지자 미 행정부에 많은 항의와 압력이 들어왔다고 들었으며, 이는 면담을 막아보려고 한국 정부가 그랬을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압력을 행사했다’도 아니고 “많은 항의와 압력이 들어왔다고 들었다”는 것이고, ‘한국 정부가 면담을 막으려고 했다’가 아니라 “면담을 막아보려고 한국 정부가 그랬을 것이 뻔하다”는 추측성 인터뷰 내용을 버젓이(?) 1면에 실은 중앙일보. 갑자기 오늘자(4일)에서 면담 불발 배경을 다각도로 짚기 시작한다. 비공식라인에 의존했고, 외교적 수사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으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참모진들이 문제라는 식이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참 정말 완전' 뻔뻔하다. 중앙의 오늘자(4일) 보도를 잠깐 보자.

“이 후보는 6월 공식 외교 라인으로 부시 대통령 면담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엔 비공식 라인에 의존했다. 강영우 차관보는 백악관 직속 독립기구인 국가장애위원회(National Council on Disability)를 이끄는 15명(Member로 불리며 차관보급) 중 한 명이다. 상원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 500명 중 한 명이지만 장애인 복지 정책을 다루는 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무리였다. 한나라당은 별도의 확인 창구도 없이 그의 입만 바라봤다.”

▲ 중앙일보 10월4일자 2면.
묻자. 강 위원과 한나라당의 일방적 발표를 근거로 면담 성사를 기정사실화한 동아와 중앙일보와 같은 언론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심하게 말하면 강 위원과 한나라당의 ‘언론플레이’에 언론이 ‘놀아났고’ 이로 인해 국가적 망신을 자초한 셈인데 이를 비중 있게 보도한 동아 중앙은 ‘딴소리’만 하고 있다.

‘친절한 금자씨’는 이렇게 말했다. “너나 잘하세요.” 동아 중앙일보에게 하고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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