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유령의 최대 관심사는 팬텀에 대한 추격이 아니었다. 드라마 외적인 부분이지만 곽도원이 차 안에서 율동과 함께 열창했던 태티서의 트윙클은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잠시 쉬어가자는 뜻도 있겠지만 미친소로 일관해온 진짜 형사 곽도원에 대한 심층적 접근을 위한 창문열기의 의도가 있었다.
곽도원과 소지섭이 따로 쫓고 있는 신효정 사건의 진범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담은 노트북을 손에 넣은 권해효는 그로 인해 엄기준에게 살해를 당하고 말았다. 김우현에 이은 두 번째 경관 살해를 범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엄기준을 결정적 실수를 두 가지나 범하고 말았다. 첫 번째는 권해효에게 음주음전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단순 교통사고로 위장했다면 몰라도 곽도원을 비롯한 사이버수사대원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작의 심증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권해효는 곽도원의 지시에 따라 죽은 남상원의 행적을 쫓으면서 의외로 많은 증거들을 찾아냈다. 거기에는 아직 꺼내기에는 불충분하고 위험한 자료가 있었다. 소지섭이 엄기준과 함께 있는 사진들이 그것. 권해효는 미친소가 아니었기에 그 사진만으로 무작정 소지섭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더 확실해지기까지 권해효는 사진을 자동차 트렁크 스페어타이어 두는 곳에 숨겨두었고, 권해효를 잘 아는 곽도원은 그 사진을 폐차장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 곽도원에게 시원하게 한 대를 맞은 소지섭은 미뤄왔던 결심을 하게 된다. 비로소 자신이 김우현이 아니라 박기영이라는 사실을 밝히게 된다. 힘든 고백이긴 하지만 진작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권해효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을 수도 있다는 자책감이 소지섭에게는 있을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정체를 밝혀서 그로 인해 불이익이 올지라도 더 이상 무고한 죽음이 없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같은 수사를 하면서도 동료를 도청까지 하게 되는 비효율을 없애야겠다는 생각도 그 결심의 배경에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위험에 처한 인물이 있었다. 1999년 세강그룹 정치비자금 사건기록을 찾는 이연희의 뒤를 은밀히 쫓는 시선이 있었다. 그것이 죽은 김우현이 말한 경찰내 동조자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의 정체는 사이버수사대원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권해효가 노트북을 입수한 사실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그들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권해효를 의심하게 만든 제작진의 트릭일지도 모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