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 쟁취'와 '김인규 사장 퇴진'을 내걸고 총파업을 벌였던 KBS 새 노조가 파업을 풀고 현업에 복귀한 지 곧 한 달이 된다. 당초 파업의 목표였던 '김인규 사장 퇴진'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대신 공정방송 실현의 장치로 '대선 공방위 구성' '탐사보도팀 부활' 등을 얻어냈던 새 노조는 6월 8일 파업을 접으며, 현업에서 '보도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김비서'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KBS. 새 노조의 보도투쟁으로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미디어스>는 새 노조 파업 종료 한 달을 맞이하여 보도투쟁의 성과와 한계를 정리했다.

◇ 복귀 이후 '희망버스' '민간인사찰' 방송

새 노조가 현업에 복귀한 뒤, KBS에서는 '예전 같았으면 볼 수 없었을' 아이템이 줄줄이 방송되고 있다. 6월 24일 <취재파일4321>은 '희망버스 1년 그 후…' '만화, 시대를 그리다'를 다뤘으며, 지난 3일에는 <시사기획 창>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정면으로 다뤘다. 모두 새 노조에 소속된 기자들이 취재한 아이템이다.

▲ 7월 3일 <시사기획 창> '민간인 불법사찰'(윗쪽)과 6월 24일 <취재파일4321> '희망버스 1년 그 후...'(아래쪽) 캡처

<시사기획 창>의 한 제작진은 "우리가 보도해야 했음에도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제대로 해보자는 결기를 가지고 복귀했다. 민간인 사찰의 경우, 깊이있게 정리한 방송프로그램은 없지 않느냐"며 "그래서 이 아이템을 다루게 됐고, 통상적으로 한 기자가 한 아이템에 대해 3~4달씩 취재하는데 이번엔 3명의 기자가 제작에 매달렸다"고 전했다.

그는 "시사기획 창의 경우, 파업 전에도 나름대로 제작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윗선에서 우리의 보도에 대해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인 경우가 몇번 있었으나 예전만큼 심하지는 않았다"며 "100일 가까이 월급 내놓고 싸웠던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 복귀 이후 KBS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 "(공정보도를 하겠다는) 기자들의 결기가 강하기 때문에, 간부들이 예전처럼 노골적으로 막아서지 않는다. 노골적 압박이 분명히 줄어들었다"고 전하며, "파업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6월 12일 KBS <뉴스9>의 '전두환 하나회 골프' 단독 보도의 경우에도 비조합원이 리포트한 것이긴 하나, 전반적으로 달라진 사내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당시 KBS <뉴스9>는 14번째 리포트 '정부 골프장서 골프'에서 "최근 육사에서 사열을 받은 사실 때문에 논란이 일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늘은 수도권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골프장은 국가보훈처 소유고, 골프장 사장은 하나회 출신 육군 예비역 장성"이라며 "취재진이 (촬영을 막는) 직원들에게 붙들린 사이 측근들과 함께 골프를 끝낸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골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 기자는 "당시 KBS 뉴스가 전두환 사열 논란을 다루지 않아서 비난 여론이 매우 거세지 않았느냐"며 "(직원들이 취재를 막는 탓에) 취재진이 현장에서 확보한 게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 보도를 9시 뉴스에 전진배치시킨 것은 눈치를 본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추적60분, 시사기획 창도 'MBC파업' 다룬다

전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MBC 파업' 역시 <추적60분>이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당초 권순범 KBS 시사제작국장은 새 노조 소속의 제작진이 MBC 파업 취재 기획안을 제출하자 "연대파업의 당사자였던 KBS노조원이 관련 아이템을 취재한다면 그 방송은 공정한 방송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MBC 파업 취재를 막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일 <추적60분> 제작진들이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항의하자 4일 오전 MBC 파업을 다루기로 합의했으며 제작진들은 곧바로 취재에 돌입했다. 방송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시사기획 창>도 MBC 파업을 비롯해서 쌍차 등 노동자 파업 문제에 대해 10일 방송할 예정이다.

탐사보도팀 부활, 지지부진…여전한 문제들

▲ 6월 27일 새 노조 공추위 보고서
그러나, 새 노조가 파업을 푸는 조건으로 얻어냈던 탐사보도팀 부활, 대선검증팀 구성 등의 문제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후보검증을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팀이 구성되어 심층 취재에 나서야 하지만, 관련 논의는 좀처럼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경영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는 "보도본부에 탐사보도팀, 대선검증팀을 두기로 했으나 몇명으로 할지, 누구를 보낼지, 운영은 어떻게 할지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며 "현업 복귀 이후 어느정도 성과가 있으나 9시 뉴스를 보면 크게 바뀌었다고 보기도 힘들어 긴장의 고삐를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6월 27일 주간보고서를 내어 △6월 21일 KBS <뉴스9>이 '가뭄으로 식수가 말랐다'고 보도하면서도 정작 당시 논란이 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으로 가뭄극복' 발언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고, △6월 15일 대법원의 PD수첩 승소 판결에 대해서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 노조는 보고서에서 "KBS의 보도행태는 누가 봐도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에 관련된 보도에는 철저히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시청자들이 이꼴을 보자고 수신료를 내서 공영방송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KBS가 '김비서'라는 오명을 듣는 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던 정부여당 편향의 정치보도 역시 달라진 게 없다. 정치부 기자들 가운데 KBS기자협회의 제작거부, 새 노조 총파업에 참여한 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최경영 KBS 새 노조 간사는 "정치부에 1~2명이 새 노조 소속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정치보도가 바뀌기 힘들다. (정부여당 편향의) 정치보도는 여전하다"며 "출입처 시스템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출입처-기자 유착으로 연결되기 쉬운데 특히 정치부 쪽이 심하다. KBS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사들이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화이자 행태이기 때문에 한번에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기자는 "복귀 이후 물론 변화가 있긴 하지만, 이대로 생색만 내다가 끝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보도본부장, 사장이 그대로이지 않느냐. (구조적으로) 아직까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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