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는 매회 적어도 하나의 명대사가 존재한다. 10회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김수영의 시 풀을 인용한 풍자적 대사가 압권이었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다. 쉽게 말하자면 알아서 긴다는 뜻이다. 작가는 당분간 사소한 죄라도 지으면 큰일 날 것이다. 검찰에게 이렇게 밉상이 돼서야 절대로 일이 쉽게 풀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대신 시청자는 통쾌하고 후련하다.
그러나 다른 풀도 있다. 분명 검찰처럼 바람보다 더 빨리 눕지만 바람보다 더 빨리 일어서서 바람과 맞서는 무모함, 바로 민초의 저항을 몸소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이 풀 같은 사람은 다름 아닌 조형사 박효주다. 그저 겉보기에는 전과7점 박용식과 코믹을 맡은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선배 백홍석과의 굳은 의리를 지킨다.
추적자는 배우들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인 드라마다. 그런 속에서 감초 정도로 여겼던 조형사 박효주가 어느 샌가 크게 다가와 있었다. 박효주는 다들 진지하고 심각한 캐릭터 연기를 뽐낼 때 조재윤과 함께 유일하게 코믹한 모습을 보이는 감초 역할을 묵묵히 견뎌왔다. 보통은 이런 감초 연기가 호응도 얻고, 화제도 되는 법인데 드라마 전개 자체가 워낙 무거워 형사와 건달 커플이 주는 웃음에 마음을 주기가 어색했다.
거기에는 지금까지 묵묵히 자신을 도와줬던 박효주에 대한 선배의 소박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것을 본 박효주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박효주는 정말 예쁘지 않게 울었다. 그래도 여배우인데 예뻐 보일 최소한의 여지없이 목 놓아 울었다. 자기 자신을 잊고 배역 조남숙에 완전히 몰입한 후에 보일 수 있는 아주 진솔한 감정이었다.
추적자에는 김성령과 장신영 그리고 고준희와 박효주 총 네 명의 여자 연기자가 출연하고 있다. 박효주는 이들 중에서 미모나 분량 면에서 앞서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른 연기자들이 화려한 의상으로 바꿔 입을 때에도 박효주 홀로 후줄근한 의상 그대로 버텨야 한다. 여배우로서 불만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신 박효주의 진솔된 연기는 여자 백홍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주 친근하다.
지금까지 그저 감초역할만 해왔던 박효주는 비록 적은 분량이지만 자기 역할에 대한 충분한 해석과 준비로 마침내 분량을 극복해낼 연기력을 터뜨렸다. 추적자는 분명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없는 구도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전과 7범과 사랑하게 된다는 괴짜 여형사 박효주에게 우울한 결말이라도 조금은 웃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겨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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