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추적자의 무게중심이 김상중과 김성령을 쫓는 손현주에서 박근형과 김상중의 힘겨루기로 옮겨가 있다. 보통은 이럴 경우 시청자가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박근형과 김상중의 일진일퇴가 하도 흥미로워 불평할 겨를도 없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 드라마의 시점은 손현주의 행보라는 것을 확실하게 해줄 필요가 있었던지 작가는 검사 류승수를 통해서 재확인시켜주는 친절함을 보였다.

보좌관 장신영은 김성령을 대신해서 PK준 차량에 동승한 내연녀를 자처해 자수를 했다. 어차피 PK준이 사망한 이상 동승자에 대한 특별한 조사가 없을 거라 예상했던 장신영은 류승수를 만만히 본 것이 실수였다. 장신영은 사건을 상대후보의 음해인 정치적 사건으로 몰아가려고 했지만 류승수는 그런 장신영에게 힘주어 말한다.

“열일곱 살 수정이가 죽었어. 그 어머니는 투신사망했고, 아버지는 진실을 밝히겠다고 탈옥까지 했어. 이게 팩트야.(서류를 뒤적이며) 여기 어디에 정치가 있지?”라며 장신영의 입을 막아버렸다. 이어 “어떤 약속을 받고 왔든 당신이 왔던 그 자리로 다시 못 가”라며 장신영이 몸통에서 잘려 나온 꼬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것은 류승수 말고도 박근형 역시 그렇게 하고 있었다. PK준에게 흘러간 자금이 서지수라는 것을 언론에 흘렸고, 장신영이 아무리 주장하고 싶어도 앞뒤가 뒤틀리게 될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결국 김성령은 김상중에게 장신영의 횡령으로 가자고 제안하고, 김상중 역시 그 길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장신영에게 사실을 통보한다. 충격적인 통보에 다시 생각해달라는 장신영의 말에 김상중은 예의 낮은 톤으로 “생각은 선택지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바꿀 수 없는 결정임을 전달할 뿐이었다.

김성령과 PK준 사이를 의심하는 루머(?)가 퍼져나가 김상중의 지지도를 폭락시키고 있는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차츰차츰 김상중의 선택은 자신의 측근마저 잘라내야 하는 궁지로 몰리고 있다. 그 사실을 안다고 하더라도 워낙 막강한 적과 대립중인 김상중으로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리수를 따르게 된다.

그와 동시에 흔들리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 죽은 수정이의 납골당에 참배를 하기로 하고,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피해자 구제대책도 발표하기로 한다. 그 뉴스를 본 손현주는 분노를 느끼며 갖고 있던 권총의 탄창을 열어 무언가를 결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는 편지를 써가기 시작한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말을 남기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일련의 결심을 담은 손현주의 모습은 오히려 담담하고 고요해서 더 비장했다. 그리고 그 결심이 무엇인지는 다음날 딸의 납골당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손현주는 쇠소리 나는 낮은 목소리로 “수정아, 아빠도 갈게”라고 했다. 손현주는 권력이라는 높은 벽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하고 무력한지를 알게 됐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김상중을 쏘고 그 자리서 자신도 죽을 각오를 한 것이다.

이윽고 김상중의 도착을 알리는 요란한 소리에 손현주는 납골당을 나섰다. 그리고 허공에 공포를 쏴 주변을 물리고 김상중에게 총을 겨눴지만 결심한 대로 쏘지는 못했다. 그뿐 아니라 상대후보 진영에 가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던 점을 들어 손현주는 박근형에게 매수당한 김상중에게 농락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사건의 당사자가 졸지에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고 정치인 김상중의 무섭도록 놀라운 임기응변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항변도 해보기도 전에 경호원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 만다.

그렇지만 예고를 보면 박근형 편에선 장신영의 말을 통해 손현주가 이번에도 무사함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비록 거대한 힘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일개 도망자에 불과하고, 단 하루도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손현주지만 그래도 그 굴욕적인 목숨을 부지하는 이유는 단 하나 복수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김상중도 만나보고, 사건 변호사도 만나고 결국 박근형까지도 다 만나면서 손현주는 그 복수에서 한 걸음 벗어나게 될 것 같다.

자신의 딸 수정이와 아내 미연이가 아닌 세상의 모든 수정이와 미연이를 대신해서 이 부정한 권력과 싸워야 한다는 각성으로 전진할 것 같다. 그 당위와 개연을 마련하기 위해 작가는 박근형과 김상중의 갈등에 더 집착하고 있을 것이다. 설혹 그런 변화가 없더라도 어느 샌가 이미 손현주의 싸움은 개인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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