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이 100회를 맞았다. 유재석은 생각도 못한 일이라고 했지만 요즘 전체 예능을 총망라해서 런닝맨만큼 핫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런닝맨은 적어도 앞으로 100회도 보장받지 않았을까 싶다. 고정멤버 모두가 뚜렷한 캐릭터를 굳혔고, 매주 막강한 게스트들이 등장하니 단연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예능 1인자 유재석과 함께 다른 모든 요소마저 잘 굴러가니 예능의 기린아로 성장한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런닝맨은 100회 특집답게 초특급 게스트를 섭외했다. 인기만큼 비밀을 지킬 수 없어 방송당일의 깜짝쇼가 불가능해지긴 했지만 10년 만에 예능에 출연한 김희선을 본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는 아주 큰 선물이었다. 물론 가까이서 함께 촬영한 멤버들만큼 김희선의 미모를 제대로 만끽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런닝맨 멤버들 중에서 김희선의 출연이 특별히 기쁘지 않을(?) 송지효조차도 김희선을 대하는 모습이 좀 이상했다. 항상 남자들과 촬영해서 그런지 자신도 여배우라는 것을 잊은 것이 아닌가 싶은 모습을 보였다. 그것은 미션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신들의 전쟁(뭔가 나가수2를 겨냥한 듯한 냄새가 난다)이라는 미션에서 미리 신의 자격을 얻지 못한 김종국과 이광수를 잡기 위해서는 신전 중앙의 종을 울려야 했다. 개리와 김희선이 종을 울리기 위해 부리나케 뛰어가서는 송지효를 다급하게 불렀다. 누군가 한 명이 두 명의 도움을 받아 올라가 종을 쳐야 하는데, 당연히 먼저 도착한 개리와 김희선이 무릎으로 떠받칠 준비를 했다.

그러나 달려온 송지효는 망설임도 없이 김희선과 자리를 바꿔서 대신 올라가게 했다. 제작진조차 이 대목에 대해서는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았지만 평소 멍지효의 털털함을 잘 아는 시청자라면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물론 김희선이 선배니까 충분히 후배로서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다급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송지효가 올라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김희선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자신도 여배우라는 사실을 잊고 여자 게스트를 대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들 수도 있었다.

사실 그 의심은 진작부터 가질 수밖에 없었다. 차량으로 이동 중에 입 벌리고 졸기, 티셔츠 안으로 두 팔을 집어넣고 잠들기 등 보통의 인기 여배우라면 결코 하지 않을 털털한 모습을 보여 왔던 송지효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김희선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는 그런 송지효가 단지 털털해서가 아니라 런닝맨에 출근한 때는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잊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오프닝에서도 빨간 원피스를 입고 나와 영화제 레드카펫 분위기를 조성했던 아리따운 여배우 송지효였지만 제작진이 리셉션장으로 준비한 분식집에 들어와서는 좀 전의 레드카펫 분위기는 금세 잊어버리고 평소의 멍지효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10년 만에 예능에 출연한 김희선을 위해서 런닝맨 에이스의 본능은 잠시 접고 순순히 아웃당하는 너그러움도 보였다.

아무래도 송지효는 런닝맨 촬영 때에는 집에다 여자를 장롱 안에 두고 오는 것이 분명하다. 얼마나 아름다운 프로의식인가. 그런 송지효이기 때문에 런닝맨에 아무리 눈부신 미모의 게스트가 초대될지라도 결코 가려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이는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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