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5월 3일자 1면

"광우병의 위험이 단 0.001%라도 있다면 그것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더불어 생각하는게 공동체의 상식이자 원칙이지 그것을 어떻게 '반미·반정부·반이명박'으로 몰아갈 수 있는가.

지금이라도 정부는 '광우병 경고=반 정부 반 이명박'이라는 소아병적이고 즉물적인 판단을 넘어 무엇 때문에 인터넷 공간에서 불과 며칠 사이에 '미국 소'와 '이명박'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서명 인원이 50만명을 넘어섰는지 사려깊게 되새기기를 바란다."

경향신문 오늘(3일)자 사설 <'쇠고기 민심'에도 '색깔론'인가>의 마지막 부분이다. "정부를 비롯해 이른바 보수언론 등에서 이번의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여론을 '반미·반정부 투쟁'으로 폄훼하려는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까지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공동체의 상식이자 원칙'이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보수 언론들은 2일 밤 청계광장 일대를 촛불로 물들이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쳤던 '민심'에 색깔론과 정치색을 덧씌우기 바쁘다. '자신들'의 자의적인 상식과 원칙만 존재할 뿐이다.

동아일보는 3일자 신문에서 광화문 일대를 수놓았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를 상대로 노골적인 '색깔론' 공세를 시도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다룬 MBC <PD수첩>과 네티즌·시민들의 우려를 '괴소문' '괴담'으로 보도해 빈축을 산지 이틀만이다.

▲ 경향신문 5월 3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우선 1만여 명이 넘게 참여한 대규모 광화문 촛불시위를 단신으로 처리해 그 의미와 파장을 축소하더니 아예 "이날 집회를 주도한 카페 운영자는 창조한국당 당원으로 확인됐다"며 "정치적 목적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사설에선 노골적으로 촛불시위를 "반미·반이로 몰고가는 '광우병 괴담'"으로 규정하고 "이명박 탄핵 투쟁연대 주최로 열린 시위에서 1만여 참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으로 비난하면서 '탄핵' 구호를 외쳐댔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반미 감정을 증폭시킨 '효순 미선양 촛불시위'처럼 번지는 양상"이라고 묘사했다.

▲ 동아일보 5월 3일자 사설
지상파 방송 보도와 인터넷의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광우병 괴담' 발신지는 지상파 방송 일부 프로그램이다. 검증되지도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교묘히 포장해 시청자들의 광우병 공포를 자극했다. 인터넷 공간은 여과되지 않은 표현으로 괴담을 확산시켰다. '라면 수프만 먹어도 광우병에 걸린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겠다' 같은 황당한 발언이 난무했다"고 일갈했다.

동아일보의 '심기불편한' 이같은 눈초리는 "무기력하고 굼뜬" 정부의 대응자세에 화살을 겨눴다.

"미국 얘기만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흠집을 찾아내 부풀리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한 탓이 크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일련의 괴담에 처음부터 기민하게 대응했더라면 사태가 이토록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장차관들이 마른 땅만 밟으려 하다 보면 일부 세력의 불순한 선동에 민심이 흔들리게 된다."

그런데 동아일보의 이런 정부 질타는 한겨레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겨레는 3일자 사설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광우병 공포'>에서 이렇게 밝혔다.

"검역주권을 포기한 졸속 협상을 한 탓에 안전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은 전 정권의 약속에 따른 것' '문제가 있으면 안 사먹으면 된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말을 해 논란을 키웠다. 시민들이 이런 이유로 분노를 표출하는데 이 대통령은 정치 논리가 광우병 불안을 키운다고 화살을 돌리고 있다. 정부는 쇠고기 협상의 진상을 밟히고 재협상을 통해 검역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 한겨레 5월 3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1면과 8면에 걸쳐 촛불문화제 내용을 상대적으로 충실하게 담아냈지만 역시 카페 운영자와 관련해 "대선 직후부터 인터넷에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운동을 해온 창조한국당 당원"이라며 정치적인 해석을 늦추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어 '촛불 집회 '정치 집회'로 번지나'라는 부제목과 함께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의 말을 인용해 "지난 대선 때 몰락했던 좌파 세력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계기로 다시 결집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2일 밤 청계광장 촛불문화제에는 가족 단위, 대학생, 중고등학생, 직장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고,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을 지켜달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가치와 원칙이 우선이었다. 그곳에 모인 시민들이 모두 '좌파'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을까. '안전하게 먹고 살 권리'를 요구하는 데 좌파와 우파가 따로 있는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 조선일보 5월 3일자 8면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존재하고 그래서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과 현 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하라"는 요구와 비판을 제기하는 것인데 왜 미국만 결부되면 모두 '좌파'이고 '반미'인가. 천박하고 자의적인 '논조'도 문제지만, '현장'을 코 앞에 둔 탓에 시민들의 구호와 함성이 쩌렁쩌렁 울렸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사실을 이렇게 비틀고 왜곡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조중동은 쓰레기"라고 외치던 시민들의 야유와 함성에 비위가 상하긴 했겠지만.

중앙일보는 아예 침묵을 선택했다. 3일자 신문 지면 어디에도 1만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한데 모여 외친 '민심'은 없다. "미국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2일 발표 내용만 1면과 5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렸을 뿐이다. 정부의 발표 내용을 비판이나 검증없이 대대적으로 받아쓴 것은 물론 조선과 동아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여론은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시민들의 놀라운 힘'을 보여준 촛불문화제는 3일 밤에도 이어질 예정이며 다음 아고라에 개설된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40221&)에는 3일 오전 현재 70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동참하는 등 뜨거운 열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지난달 29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했던 MBC <PD수첩>이 오는 13일 후속편을 방송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PD수첩'은 지난 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포함해 우리나라 검역시스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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