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가 엠타운터에 이어 뮤직뱅크에도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f(x)의 1위의 의미가 더욱 큰 것은 원더걸스를 이겼다는 사실이다. f(x)의 습격에 원더걸스는 고작 1주 천하를 맛보고 정상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러나 이미 충분히 예상됐던 결과이며,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미국 활동에 주력해왔다고 하더라도 원더걸스가 이토록 초라하게 추락한다는 것은 실제로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다.

도대체 원더걸스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역시 긴 해외활동으로 인한 국내 팬덤의 약화를 가져온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팬덤의 규모는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화력만큼은 음반판매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뮤직뱅크 음반점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원더걸스는 음반판매에서 f(x)에게 완패를 당했다.

음원과 방송점수에서 미세하게 앞선 f(x)가 집계가 되지 않은 시청자 선호도 점수 영점처리에도 불구하고 원더걸스를 1위에서 끌어내린 저력은 바로 1천점 가까이 벌린 음반점수가 결정적이었다. 천하의 원더걸스의 팬덤이 무너졌음을 증명한다. 다음 주에는 f(x)에게도 시청자 선호도 점수가 적용되기 때문에 원더걸스의 1위 탈환은 어려워 보인다.

이와 같은 결과는 개성이 너무 강해 대중성이 부족했던 f(x)스타일이 마침내 대중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f(x)의 발전보다는 원더걸스의 추락이 더 커 보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 활동하던 소녀시대 유닛 태티서의 기록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진다.

소녀시대조차도 쉽게 넘볼 수 없었던 걸그룹 최강 원더걸스의 초라한 현실은 그동안 쌓여왔던 악재가 반영된 결과라 해야 한다. 멤버 둘의 교체, 성과 없는 미국 체류 장기화 그리고 멤버의 공개연애까지 아이돌그룹에게는 하나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는 악재들이 원더걸스에 있었다. 그나마 원더걸스라 버텼다고 할 수 있다.

텔미, 노바디 등 내놓는 노래마다 전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원더걸스의 모습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대로 원더걸스는 초라한 퇴장의 출구에 선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은 사람이 아직은 더 많을 것이다. 이제라도 노바디의 원더걸스의 위상을 되찾을 길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의 원더걸스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이자 가장 서둘러야 할 것은 돌아선 팬의 마음을 달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원더걸스가 화려한 국내를 등지고 미국시장에 도전한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도전할 때의 용기보다 더 큰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그리고 돌아와 국내팬들에게 다시 사랑받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원더걸스가 이제 와서 국내 정착을 선언하는 일은 많이 늦은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원더걸스라면 그 늦은 시간마저 극복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더 크다. 텔미, 노바디의 충격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며 그것은 현재 어떤 걸그룹도 갖지 못한 원더걸스의 무한한 자산이다. 원더걸스는 그 기억이 마저 사라지기 전에 뭔가를 해도 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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