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가 엠타운터에 이어 뮤직뱅크에도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f(x)의 1위의 의미가 더욱 큰 것은 원더걸스를 이겼다는 사실이다. f(x)의 습격에 원더걸스는 고작 1주 천하를 맛보고 정상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러나 이미 충분히 예상됐던 결과이며,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미국 활동에 주력해왔다고 하더라도 원더걸스가 이토록 초라하게 추락한다는 것은 실제로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다.
도대체 원더걸스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역시 긴 해외활동으로 인한 국내 팬덤의 약화를 가져온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팬덤의 규모는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화력만큼은 음반판매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뮤직뱅크 음반점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원더걸스는 음반판매에서 f(x)에게 완패를 당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개성이 너무 강해 대중성이 부족했던 f(x)스타일이 마침내 대중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f(x)의 발전보다는 원더걸스의 추락이 더 커 보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 활동하던 소녀시대 유닛 태티서의 기록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진다.
소녀시대조차도 쉽게 넘볼 수 없었던 걸그룹 최강 원더걸스의 초라한 현실은 그동안 쌓여왔던 악재가 반영된 결과라 해야 한다. 멤버 둘의 교체, 성과 없는 미국 체류 장기화 그리고 멤버의 공개연애까지 아이돌그룹에게는 하나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는 악재들이 원더걸스에 있었다. 그나마 원더걸스라 버텼다고 할 수 있다.
예전의 원더걸스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이자 가장 서둘러야 할 것은 돌아선 팬의 마음을 달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원더걸스가 화려한 국내를 등지고 미국시장에 도전한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도전할 때의 용기보다 더 큰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그리고 돌아와 국내팬들에게 다시 사랑받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원더걸스가 이제 와서 국내 정착을 선언하는 일은 많이 늦은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원더걸스라면 그 늦은 시간마저 극복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더 크다. 텔미, 노바디의 충격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며 그것은 현재 어떤 걸그룹도 갖지 못한 원더걸스의 무한한 자산이다. 원더걸스는 그 기억이 마저 사라지기 전에 뭔가를 해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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