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유령> 여주인공 유강미(이연희 분)는 경찰대 출신에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새만금 개또라이'로 종종 무시 받는 비운의(?) 경찰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온갖 비아냥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야 하는, 즉 반드시 경찰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학기 천만 원 등록금, 최고의 시설, 커리큘럼을 자랑하는 성연 고등학교에서도 유강미는 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9년 만에 다시 벌어진 학생 자살 사건으로 재회하게 된 여교사(진경 분)가 유강미보고 경찰대 간 게 아깝다고(?) 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학생들이 모인 성연고등학교에서도 탑을 유지하던 유강미가 전교 2등을 하고, 평소 유강미에 밀려있던 친구 권은숙이 1등을 하면서 성연고등학교에는 어둠의 기운이 찾아옵니다. 당시 은숙의 1등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성연고 몇몇 학생들은 은숙이 '전설의 답안지'를 받고 1등을 했다며 그녀를 학교 창고에 감금시켜버립니다. 지금에야 정의의 여전사로 활약하는 유강미도 그때는 친구가 자신의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는 데 눈이 멀어 은숙을 괴롭히는 친구들의 비행에 동조합니다.

빚을 내 성연고에 다녀야 하는, 어려운 집안환경에도 목숨 걸고 공부하던 은숙은 끝내 유급을 당하게 되고, 유급으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은숙은 옥상 위에서 뛰어내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기숙사 룸메이트이기도 한 은숙을 자살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휩싸인 강미. 그녀 역시도 칼로 손목을 긋는 자해를 하다가 은숙 자살 사건 수사 차 은숙 방에 들어온 김우현(소지섭 분)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강미는 경찰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됩니다.

유강미가 경찰로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멸시를 받으면서도 경찰이 되고자 한 계기는 다름 아닌 '학교 폭력'이었습니다. 당시 가해자로서 친구를 괴롭히던 강미는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하는 마음에서 경찰이 되고자 합니다. 물론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자신을 살려준 우현을 향한 동경과 흠모도 강미를 경찰의 세계로 인도한 결정적 이유로 해석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유강미는 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친구를 죽음으로 내몬 자신을 탓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 어떤 사건보다 자신의 후배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의문을 품으면서 죽은 은숙의 넋을 위로하고자 합니다.

은숙의 자살과 연이은 성연고 학생들의 자살로 위장한 타살에는 '특수 목적고' 즉 귀족 학교에서 기를 쓰고 살아남고자 하는 학생들의 극도의 스트레스가 숨어 있었습니다.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가는 학교, 명문대 진학은 물론 출세길이 탄탄히 보장된 엘리트 코스라고 성연고 학생들을 부러워하고 추어올리지만, 정작 성연고 학생들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3년 동안 6천만 원 이상의 학비를 투자하면서 성연고에 보낸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성연고 학생들은 말 그대로 필사적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유강미처럼 늘 전교 1등을 차지한 학생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성연고에서 중위권만 차지해도 서울대 중상위권 학과 입학이 보장될 것 같지만 성연고 학생들은 성연고 내에서 살아남는 게 급선무로 보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성연고 학생들은 학업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런 학생들에게 찾아온 '전설의 답안지'라는 의문의 메일 한 통은 자신의 손목을 자해하면서까지 성적을 올리고픈 학생들의 눈을 멀게 합니다.

김우현(이기영)의 확인 결과 전설의 답안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유혹하는 '전설의 답안지'는 분명 존재했고, 결국 학생 두 명을 죽음으로 내몰게 됩니다. 누군가가 '전설의 답안지'를 미끼로 평소 못마땅하게 여긴 학생들을 죽이려고 하는 치밀한 계략이었죠.

과연 누가 이 엄청난 수법으로 학생 둘을 황천길로 보냈는지는 오늘 21일 방송을 봐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예고편에서 '장학금' 이야기가 나오고 9년 전에 죽은 은숙과 은숙을 자살로 내몬 강미, 그리고 9년 후 죽은 학생과 성연고 학생들을 종합해 봤을 때 결국 이들을 죽음으로 혹은 살인자로 내몬 것은 다름 아닌 '과도한 성적 지상주의와 학업 스트레스'라는 점을 쉽게 부인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한때 질투심에 눈이 멀어 친구의 폭행에 동조한 유강미는 학교 폭력의 암묵적 가해자입니다. 지난 세월 내내 자신의 철없는 악행에 괴로워하던 유강미는 대한민국 최고의 고등학교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자신의 손으로 거두고자 9년 만에 모교에 나타납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의 연이은 죽음에 깊숙이 관계되어있으면서도 애써 "성적 스트레스 때문"이라면서 사건을 덮고자 합니다. 학생들은 친구가 죽었음에도 기말고사가 코앞이라는 이유로 친구 장례식에도 가지 못하고 시험 준비에만 몰두해야 합니다.

가상의 설정이긴 하지만 드라마 <유령> 속 최고의 명문 사립고 성연고등학교의 실체는 학교 폭력이 일어나도 쉬쉬하기만 바쁜 학교, 장학금, 명문대 입학 등 달콤한 사탕을 앞세워 아이들을 '학업 성적'으로 구속하기 바쁜 우리의 교육 현장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꽃다운 학생들이 '학교 폭력' ,'학업 스트레스'로 죽어가고 있음에도 학생들의 애꿎은 죽음을 막을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말로는 '학교 폭력의 대책'을 세운다고 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대처는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학생들을 구하기에 역부족입니다. 드라마 <유령> 성연고 괴담이 결코 드라마 속 이야기로만 비춰지지 않는 씁쓸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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