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는 시종일관 달린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와 반전을 준비해뒀는지 걱정될 정도로 매회 전개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7회에도 굵직한 사건들이 숨차게 전개됐다. 백홍석(손현주)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서지원(고준희)를 이용해 서지수(김성령)의 정보를 빼낼 수 있었다. 그리고 순간적인 기지와 순발력을 발휘해 서지수 납치에 성공한다.

그런 와중에 서 회장(박근형)과 서영욱(전노민)은 섬뜩한 일을 결정하고 있었다. 그룹 승계의 모든 비밀이 담긴 회의록을 들고 강동윤을 도와주라는 거래를 했던 딸의 뒤통수를 치는 내용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랑에 빠진 딸이라며 서 회장은 오빠 영욱에게 지수와 강동윤을 옥에 가둘 계획을 진행하라 명령한다.

한편 백홍석은 서지수를 재개발로 방치된 서울 외곽의 카바레에 가두고는 강동윤(김상중)에게 모든 사실을 저녁 뉴스를 통해 고백하라고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서지수의 입을 열게 될 거라 협박한다. 경찰에 알릴 입장이 되지 못하는 강동윤은 서 회장을 찾아가 아내 서지수를 구해달라고 하지만 서 회장은 “지수는 내 딸이 아니라 네 마누라”라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강동윤은 지수와 통화를 통해 아버지 서 회장의 속내를 전달한다. 믿었던 아버지의 변심에 서지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강동윤에게 은행 안전금고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1208KDY 아마도 생일이거나 결혼기념일 정도가 될 테지만 중요한 것은 강동윤이 지수에게 결코 아버지가 사다준 푸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점을 먼저 안 것은 강동윤이 아니라 서 회장이었다. 지수는 강동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명고 예를 들어가며 사랑에 빠진 딸이 무섭다는 말을 했다. 그렇지만 서 회장도 미처 모른 것이 있었다. 사랑에 빠진 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버림받은 여자였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지수는 망설임 없이 회의록을 강동윤에게 넘겨줬다.

그런데 강동윤은 지나치게 귀족적이었다. 그래서 미래에 다가올지 모를 큰 위험을 남기게 된다. 안전금고에 직접 간 것이 아니라 비서 혜라(장신영)을 보낸 것이다. 안전금고에는 PK준의 휴대폰이 함께 있었고, 혜라는 그것도 함께 가방에 챙겼다. 그것이 서지수로부터 강동윤을 지키기 위한 위험제거일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위험과 보호를 결정짓는 것은 강동윤의 태도가 될 것이다.

장인 서회장의 힘을 꺾을 수 있게 된 강동윤은 동시에 정보유출 루트를 역추적해 백홍석의 위치까지 알아내 해결사를 보낸다. 바로 그때 백홍석은 티비 드라마 자막에서 강동윤의 중대발표 내용을 본다. 그것을 본 백홍석과 조 형사는 지레짐작을 하고 만다. 그 발표가 양심선언이라도 되는 걸로 확신해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들뜬 마음에 황 반장(강신일)에게 전화를 걸어 잡아가라고 한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고 만 것이다.

그 성급함이 치명적인 실수인 동시에 절묘하게 빠져나갈 돌파구가 됐다. 그건 백홍석의 실수가 아니라 작가의 실수였다. 아무리 낙천적인 성격이라 할지라도 살인에 이어 납치까지 저지른 전직형사가 이토록 조급하고 어설프게 상황을 마무리할 리는 없다. 아직 백홍석을 잡히게 해서는 안 될 상황에다가, 서지수 납치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고육책이었겠지만 차라리 서지수의 인질상황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낫지 해결사와 검찰수사대를 동시에 맞닥뜨리게 해서 백홍석과 조 형사를 탈출하게 한 것은 억지가 좀 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의의 해석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백홍석에게는 자신의 문제 해결만큼이나 황 반장이나 조 형사에 대한 미안함이 크다. 게다가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백홍석이 순간적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사람에게는 특정 현상을 자신의 바람에 꿰맞춰 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강동윤의 중대발표를 확인하기도 전에 확신해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특히 황 반장 때문에라도 더 그럴 가능성이 있으며, 나중을 위해서라도 황 반장에 대한 백홍석의 애정이 크게 그려질 필요가 있기도 하다. 백홍석이 황 반장에게 전화를 걸어 잡아가라고 한 것에 대한 개연성은 결국 이 드라마를 보는 호감도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결국 백홍석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소시민으로서는 후자에 서게 되지 않을까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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