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각시탈> 보조출연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각시탈> 제작사 측이 8일 '이미 사망보험금으로 1억5천만원을 확보해 뒀다'고 입장을 발표한 이후에도 유족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 고 박희석씨의 아내 윤모씨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앞에서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곽상아

4월 18일 <각시탈> 촬영장으로 이동하던 중 버스전복사고로 사망한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아내 윤모씨는 18일 "사고 직후 KBS를 비롯해 관련된 4개 회사는 언론사들에게 보도자료를 뿌려서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지만, 정작 유족들을 찾아와 사과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사고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어 KBS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자 그제서야 4개 회사 관계자들이 찾아와 '솔직히 돈을 원하는 게 아니냐'며 폄하하기 일쑤였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진정성있는 사과"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윤씨는 "드라마 <각시탈> 방영 직전이나 직후에 KBS가 '고인의 사고 소식'과 함께 '보조출연자들의 권익을 위해 힘쓰겠다'는 문구를 방영해준다면 만족하는데, KBS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돈을 원하는 게 아닌데, 자꾸 우리를 '돈 밝히는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다. 보조출연자가 아무리 비정규직이어도 그렇지,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권을 가진 유족들을 이렇게까지 짓밟을 수 있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유족들이 지난달 22일부터 KBS 앞에서 침묵시위에 돌입한 지 벌써 한 달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KBS를 비롯한 4개 회사는 말이 없다. 유족들의 시위로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8일 <각시탈> 제작사 측이 '이미 사망보험금으로 1억 5천만원을 확보해 뒀다'며 논란이 더 이상 이어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또다시 감감무소식이다.

윤씨는 "1억 5천만원은 (버스회사인) 동백관광의 보험사인 전세버스공제조합이 당연히 지급해야 할 사망보험금으로서 제작사와 관련없는 돈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들이 이미 선심을 베풀었고 할 도리를 다 했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KBS를 비롯한 4개 회사는 언론사들에게 보도자료만 뿌리지 말고 우리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각시탈> 제작사 측의 입장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1억 5천을 받을 수 있는데 유족들은 뭘 더 바라는 거냐"는 비판 여론도 상당한 상황. 이와 관련해 윤씨는 "제작사의 입장을 보면 마치 우리가 2억원을 이미 챙겼는데도 불구하고 더 많은 돈을 원한다는 뉘앙스이지 않느냐. 제작사가 입장을 발표하니까 30여개 매체가 곧바로 받아썼지만, 우리의 반박은 거의 보도되지 못했다"며 "우리에 대한 비판 여론을 만들기 위해 그런 식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 같은데, 아무리 힘 센 사람들이라고 해도 그렇지 사람을 이런 식으로 취급할 수 있는지 정말 잔인하다"고 털어놓았다.

유족은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이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망인이 돈 때문에 딸아이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자꾸 데리고 와서 시위를 하고 있는데,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분개하며, 고영탁 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씨는 "고영탁 국장이 (사과나 보상 대신에) 나를 다른 보조출연자로 취업시켜주겠다는 기사를 보고, 둘째 딸아이가 나에게 '엄마도 보출(보조출연) 나가는 거야?' 'KBS가 엄마도 죽이려고?'라고 물어보는데 가슴이 미어졌다. 내가 계속 KBS 앞에 간다고 하니까 아빠처럼 돌아오지 않을까봐 걱정되는지 따라오려는 것을 억지로 떼놓고 왔다"며 "출근한다고 나간 남편이 타지에서 시신으로 돌아왔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진정한 사과를 받을 때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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