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나는 가수다2는 새 가수들이 등장했다.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인디 출신 밴드 국카스텐이 단숨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에 뒤이어 출연하는 한영애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다. 그렇지만 국카스텐과 달리 한영애는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심지어 상위권에도 들지 못해 블루스 여왕의 귀환에 걸맞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그렇지만 순위와 상관없이 첫 무대를 장식한 한영애의 모습은 나가수2에 블루스라는 또 하나의 색깔 짙은 장르 하나를 보탰다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영애의 등장은 단지 베테랑이라는 것만이 아니라 조용함과 무거움이라는 장르 이외의 가치를 보탰다는 의미 역시 갖는다. 그렇지만 그 조용한 등장보다는 아무래도 소란하고 화려한 국카스텐에게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나가수 시즌1에 아주 많은 문제들이 노출됐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소위 열창의 강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성대킹이니 고음뚫기니 하는 냉소적인 시선이 항상 존재해왔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파워풀한 무대를 보인 무대에 대한 인상이 클 수밖에 없어 서로의 자존심이 걸린 경연에서 가수들은 최대한 자신의 한계 가까이까지의 음역대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국카스텐의 1위를 보면서 은근히 다시 나가수 시즌2가 시즌1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베테랑 가수들의 내공과 자존심에 의해서 이후 선곡이 특별히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탈락자를 내는 고별가수전이라는 위기감 속에서도 그 자존감은 빛났다.

한영애를 비롯해서 김건모, 정인 등은 치장하지 않은 담백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무대에 섰다. 김연우도 비록 댄서들을 동원했지만 특별히 과하게 비쳐지진 않았다. 고별가수전 무대에 선 가수들 중에서 가장 강렬한 외연을 보인 사람은 흥미롭게도 박미경과 이영현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뭘 해도 잘 되지 않는 분위기의 박미경은 마지막까지도 잘 풀리지 않았다. 대신 이영현은 그동안 애써 자제했던 폭풍가창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1위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묘한 갈림이었다. 가장 강렬했던 두 사람의 결과가 극과 극으로 갈린 그 경계는 자연스러움이 아니었을지 모를 일이다.

박미경은 첫 무대부터 이번 마지막 무대까지 고음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박미경 본인이 보여주고 싶어 했던 자신의 모습이 고음역을 시원스럽게 뚫는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는 무리였다. 반면 이영현은 아직 젊은 만큼 고음역에서 오히려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로운 모습이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6월의 1위는 그렇게 해서 모두 강렬한 무대를 꾸민 가수들에게 돌아갔다. 이러다가 다시 목청킹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지금 나가수2에 참여하고 있는 가수들 중에서 특별히 고음이 불가능한 사람은 없다. 아직까지는 나가수2의 성적과 순위보다는 자신들이 스타일을 스스로 지지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순위를 결정짓는 요인이 고음역으로 특정된다면 흔들릴 수도 있다.

물론 6월에 1위를 차지한 가수들이 단지 고음만으로 승부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 대단한 결례이자 곡해이다. 그렇지만 그런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것만으로도 오해의 소지는 충분하다. 게다가 청중평가단의 점수 반영이 40%에서 50%로 바뀐 것도 그런 경향을 부채질할 수 있다. 고음역의 노래는 티비보다는 현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청킹의 망령이 부활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단지 기우이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고음역과 싸우려 들지 않는 가수들의 자존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어쨌든 순위가 가려지고, 1위와 탈락자가 나오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 적어도 겉으로는 초연한 모습을 보여준 한영애에게 특별히 찬사를 더 보내고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