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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민영화 논리, 역사적·논리적 모순"MBC 최용익 논설위원, 언론광장 토론회서 주장…"KBS 보신주의 팽배" 지적도
정은경 기자 | 승인 2008.05.01 01:43

30일 저녁 언론광장(상임대표 김중배) 주최로 이명박 정부에서의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제를 맡은 MBC 최용익 논설위원은 'MBC 민영화' 논리에 대해 "공영방송으로 자리잡은 지 20년이 된 MBC를 원래 민영방송이었기 때문에 민영방송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은 단순히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자는 퇴행적 논리"라고 주장했다.

   
  ▲ 30일 저녁 7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언론광장 4월 월례포럼이 열렸다. ⓒ정은경  
 
'소유구조는 공영인데 재원은 광고로 조달하기 때문에 민영화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공영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공적 재원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지 상업화의 길이 뻔한 민영화로 가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기득권 이해 대변해주지 않으니 불편해하는 것"
 
최 위원은 "MBC 민영화를 주장하는 세력들은 '왜 MBC가 SBS를 닮아가느냐'고 하는데 사실 SBS가 MBC와 같은 공영방송의 경영, 제작, 보도 행태를 닮아온 측면도 크다"며 "공영방송의 존재로 인해 민영방송이 공영방송에 수렴되는 효과가 발생하고, 민영방송의 저질화를 막는 자정기능이 발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위원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존재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기득권을 쥔 보수세력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던 기존 방송과 다르니 불편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각에선 MBC를 '노영(勞營)방송'이라고 하는데 결국 기득권 세력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강형철 교수 "MBC 민영화 실익?…'짜식들이 건방지잖아'"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강형철 교수는 "MBC 민영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민영화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명확하게 답을 못내놓고 결국 '짜식들이 건방지잖아'라고 말한다"면서 "MBC의 정치적 독자성에 대한 불만을 비합리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공영방송이 존재할 가치가 있다면 사회적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고 그에 대한 성과를 요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면서 "공영방송 내부에서도 겸손한 자세로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자신들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오로지 '성장'이라는 화두에 매달리는 지금의 분위기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강택 PD "KBS, 수신료 인상 실패 후 무력감·보신주의 팽배"

   
  ▲ MBC 최용익 해설위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KBS 이강택 PD. ⓒ정은경  
 
KBS 부분 발제를 맡은 KBS 이강택 PD는 '문민정부-홍두표 사장 기' '국민의 정부-박권상 사장 기' '참여정부-정연주 사장 기'로 나눠 KBS 통제구조의 변천사를 정리했다. 이를 두고 이날 토론회에서는 KBS 사장이 정권과 운명을 함께 한다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기도 했다.

이 PD는 정연주 사장의 임기를 전·후반부로 나눠 2003~2004년 1기에는 아래로부터의 개혁 움직임이 있었다면 2005년 2기부터는 정체기를 거쳐 점점 후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PD는 "정연주 사장 취임 이전에 이미 국가·자본·언론 감시 프로그램 강화, 수평적 팀제와 현업자 중심의 편성위원회 도입,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 등에 시민사회 역량 결합 등 일련의 개혁안이 마련된 바 있다"며 "당시에는 현업자들의 의욕도 높아졌고 자원도 제대로 배분됐으며 시청률도 좋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2005년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아래로부터의 개혁운동'은 사실상 막을 내렸고 정 사장의 개혁 드라이브도 후속조치 미흡, 장기화에 따른 개혁 피로증, 정치적 독립성 미흡, 경제적인 압박 등의 이유로 후퇴했다는 게 이 PD의 분석이다.

이 PD는 "현업 제작진들 사이에서는 제작비 압박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히 커졌다"며 "수신료 인상에 실패하면서 무력감이 증대되고 굴종을 하더라도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보신주의, 누가 사장으로 오든 내 일자리만 지켜줄 수 있으면 좋다는 이런 분위기 팽배해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가에 의한 통제에서 자본에 의한 통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재원부족 → 시청률 위주 개편, 비정규직 양산"

토론자로 참여한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무한경쟁 속에서 과거 독과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지상파 방송이 몸을 낮추고 기본에 충실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이 과정에서 재원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고 그 결과 시청률 위주의 개편, 비정규직 양산, 지역의제 소홀 등등의 문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따라서 방송이 시장에 맡겨졌을 때 이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공공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보완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여론미디어팀 김동훈 기자는 토론에서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는 점점 더 약해질 것이고 방송의 상업화는 극으로 내몰릴 것"이라며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장의 통제에 넘어가게 되면 상황은 최악으로 달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10년 만에 다시 미디어분야를 취재해보니 지금의 언론환경은 10년, 아니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전선이 명확해진 만큼 역풍도 거셀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은경 기자  pensidr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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