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최근 한국광고주협회와 한국언론재단이 실시한 조사결과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KBS가 국가기간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함은 물론, 특히 공영성과 시청자 서비스 기능을 한층 강화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KBS <뉴스9>의 '이슈&뉴스'는 2011년 방송기자클럽 보도상 가운데 방송학회장상을 수상하는 등 전문가층으로부터 우호적 평가를 받았으며, 이러한 결과에 힘입어 2011년 뉴스 품질평가 조사 결과 KBS 뉴스가 방송3사 메인뉴스 가운데 심층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 부문에서 보도의 정확성, 전문성, 신뢰성, 공론장 역할 등에서 예년과 비견할 만한 안정된 성과를 보였다."

최근 공개된 '2011년 KBS 경영평가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KBS이사회는 매년 경영평가단을 선정해 한해 동안의 KBS 방송과 경영 전반에 대해 평가하는데, 경영평가단은 지난 한해 KBS의 방송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평가를 내놓았다.

11일 <미디어스>가 470쪽 분량의 '2011년 경영평가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 한해 수신료 인상 국면에서 KBS가 뉴스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광고주협회의 'KBS 신뢰도 1위' 설문 결과 등에 대해서는 반복적으로 자세하게 다룬 반면, 비판적 평가와 관련해서는 "공정성과 심층성 등에서는 일부 비판적 평가를 초래한 경우가 있었기에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두루뭉술하게 한문장으로 언급한 수준이다.

KBS가 현 정부에 불리한 의제에 대해 침묵해 왔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며, 결국 기자들의 자괴감이 폭발해 '공정방송 쟁취'를 내건 최장기 파업까지 벌어졌으나 KBS 경영평가 보고서는 '태평' 그 자체다.

KBS 경영평가 보고서는 지난 한 해 KBS는 '보도의 정확성, 전문성, 신뢰성 등에서 예년과 비견할 만한 안정된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 새 노조가 지난해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조합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결과는 전혀 다르다. 당시 설문에 참여했던 944명의 KBS 직원 가운데 95.8%가 '김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와 프로그램이 신뢰도와 대내외적인 평가 등 전체적으로 그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73.7%가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22.1%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85%는 '김 사장 재임 2년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KBS가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하며 KBS의 독립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47주년을 맞아 협회원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로 KBS(11.7%)가 아닌 한겨레(19.2%)가 꼽혔으며, 응답자의 60.6%는 KBS 불법도청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아닌) KBS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이 내용 역시 경영평가 보고서에는 단 한줄도 걸쳐져 있지 않다.

또, 보고서는 KBS가 'KBS뉴스의 공정성을 다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을 위해 노력'했던 한 사례로 한국 방송학회의 '뉴스 공정성위원회 연구'를 제시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수신료 인상 국면에서 KBS가 내외부의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 가운데 하나로서 한국방송학회 측에 3월부터 6월까지 방송3사 메인뉴스의 보도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그러나 <PD저널> 보도에 따르면, 방송학회 최종 보고서가 KBS의 기대와 달리 "서민과 소수계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뉴스 보다는 정치 관련 엘리트의 비중이 높고, 청와대 뉴스에서는 지나치게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의존하고 있어 '관급기사'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며 KBS 뉴스가 상대적으로 사실성과 균형성 측면에서 미흡한 것으로 분석하자 KBS측은 방송학회 연구진에 수 차례 수정을 요구했으며 결국 순차적으로 진행하려던 '공정성 연구'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영평가 보고서는 "KBS 뉴스 자체가 전문적 관점에서 비판받았다는 점 자체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원론적 수준의 지적만 내놓을 뿐이다.

또, 경영평가 보고서가 "뉴스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독립적 분석과 비평을 수행함으로써 KBS 뉴스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는 물론 시청자들의 신뢰 획득을 기대할 수 있는 참신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던 <KBS 뉴스 옴부즈맨>에 참여한 옴부즈맨 위원 6명 전원은 비판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KBS 보도국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5월 19일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사퇴의 변'을 통해 "지난 7개월간의 경험을 근거로 단언하자면, KBS 보도국은 옴부즈맨을 건설적 비평을 하는 전문가로 보지 않고, 한 사람의 시청자 관점에서 KBS 뉴스를 제시한 의견도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과연 경영평가보고서의 말대로 지난 한해 KBS가 '뉴스의 공정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년 하반기 내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KBS 국회 출입기자의 민주당 불법도청 의혹 사건이 단 한차례 언급되지 않은 것도 의아한 대목이다.

이렇게 일방적인 경영평가 보고서가 나오게 된 배경으로는, 여당 추천 이사 7명과 야당 추천 이사 4명으로 구성되는 KBS 이사회 비율이 KBS 경영평가단 구성에도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1년 KBS 경영평가단은 김민환 고려대 교수, 이준웅 서울대 교수, 임정규 전 KBS 기술본부장, 정경훈 국민대 교수, 김동규 건국대 교수, 한찬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 등 6명으로 구성됐는데 여야 4:2 비율로 추천됐다. 당초, 야당 이사들은 3:3 비율로 하자고 주장했으나 여당 이사들은 2월 말 이사회에서 표결처리로 경영평가단 선정을 그대로 강행했다.

여당 추천인 이상인 KBS 이사회 대변인은 "여당 이사들이 3명을 추천했고, 2명은 야당 이사들이 추천했다. 나머지 회계 부문의 한명이 결정되지 않아 외부 추천을 통해 (여당 추천인) 손병두 이사장이 결정해 이사회의 최종 추인을 받았다"며 "현실적으로 이사회가 7:4 구조인데, 야당 이사들이 평가위원의 절반인 3명을 추천하겠다는 것은 안맞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어 "(해마다 경영평가단을 선정할 때) 전임 이사회에서는 여당 이사들이 사실상 영향력을 거의 전부 행사했었다"며 "이번 이사회부터는 야당 이사들도 추천하게 하자고 해서 서로 협의하고 있는데 3:3으로 할지, 4:2로 할지 항상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인 고영신 KBS 이사는 "그래도 작년에는 3:3으로 추천했었는데 올해에는 여당 이사들이 표결로 4:2를 밀어붙였다"고 전하며 "경영평가보고서에서는 방송, 기술, 경영 등 전반적 분야에서 잘못한 점을 과감하게 지적해야 하는데 '용비어천가' 수준의 보고서가 나왔다"고 혹평했다.

고영신 이사는 "작년에도 야당 이사들이 추천한 평가위원이 회사로부터 '피드백'을 너무 많이 받아서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가 나오지 못한 폐단이 있었다. 방송 분야를 맡았던 모 교수의 경우, G20 보도와 관련해 비판적 대목을 포함시켰다가 여당 이사들의 거센 항의와 수정을 요구받았다"며 "회사측의 입장에 거슬리는 초안이 나오면 피드백이 들어가서 비판적인 대목이 두루뭉술해지고 있는데, 사실관계가 다르다거나 자료상 착오가 있다면 모르지만 사실상 내용 간섭을 하는 게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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