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KBS <각시탈> 보조출연자 박희석씨가 촬영현장으로 가는 도중 버스 전복 사고로 사망한 것과 관련해, 유족들은 "사고 당일부터 KBS, 팬엔터테인먼트, 태양기획, 동백관광은 도의적이든, 민사적이든, 형사적이든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말만 했고 장례비 2천만원의 돈을 가지고 흥정까지 했다"며 '돈'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 때문에 시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 6월 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고 박희석씨의 딸이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곽상아

KBS <각시탈> 제작사 측은 유족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8일 공식 입장을 내어 "(버스회사인) 동백관광의 보험사인 전세버스공제조합이 사망보험금으로 1억5천만원을 확보해둔 상태다" "(버스운전사와의) 형사 합의금으로 3천만원을 (유족들이) 지급받을 수 있다"며 논란이 더 이상 이어지길 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족은 10일 발표한 공식 입장을 통해 "제작사 측이 발표한 배상금을 받지 못해서 하는 시위가 아니다"라며 "남편의 주검을 앞에 두고 사고에 대한 책임 회피와 금전적인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의 마음은 찢어졌다"고 밝혔다.

유족은 제작사 측이 발표한 배상금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일단, 전세버스공제조합의 사망보험금 1억5천만원과 관련해 "가해차량 소유자가 민사상의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지 (제작사 측이) 피해자에게 선심을 베풀기 위함이 아니다"라며 "마치 지급하지 않아도 될 금액 1억5천만원을 유족을 위해서, KBS를 비롯한 제작사의 노력으로 확보해두었으니 유족이 수령하라는 의미의 발표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드는 교묘한 기망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작사를 향해 "당신들은 이 부분에 대해 말할 자격도, 위치에도 있지 않으며, 합의를 위한 협상 대상도 아니다"라며 "1억5천만원이라는 금액 역시 아직 합의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금액을 일방적으로 특정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제작사 측이 발표한 '형사합의금 3천만원'에 대해서도 "형사합의금은 가해자인 운전자가 받아야 할 형사처벌을 감면받기 위해 피해자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유족에게 금전을 지급하고 합의서를 받아가는 것이다. 유족한테 한 푼이라도 돈만 들어오면 그 모든 것이 유족을 위한 배려인가?"라고 물으며 "KBS를 비롯한 제작사가 이런 부분까지도 유족한테 선심을 베풀었다는 인식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선심을 베풀었다는) KBS를 비롯한 제작사의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운전자와 형사합의할 의사를 접는다"며 "형사합의금을 유족한테 베풀고자 한 선의라고 생각했다면, 3천만원을 사양하겠으니 더 좋은 곳에 사용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제작사가 "KBS, 팬엔터테인먼트, 태양기획, 동백관광 4개 회사가 장례 절차 지원을 위해 유족들에게 2천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힌 대목에 대해서도 "당신들은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유가족을 앞에 두고 5백만원, 천만원, 천5백만원 등의 금액으로 흥정했고 결과적으로 KBS 드라마국장의 조문에서 장례비 2천만원이 결정됐다"며 "남편이 시신으로 돌아올 것이라 예측하지 못해 장례비를 미리 준비해두지 못한 죄로 그 돈을 받아 장례를 지냈지만,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재보험을 신청하는 과정에서도 "고용주인 태양기획측에 고인의 급여명세서를 직인 날인하여 제공해주길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히며, "이러면서도 유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유족은 "만약 돈의 목적이 있었다면 장례식장에서 요구하고 말지 이 더운 날 이렇게 힘들게 시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은 교묘하게 저의 시위를 금전적인 문제로 연상하도록 배상금이나 보상금 관련 사항으로 입장을 표명했다"며 "미약한 개인을 상대로 야비하고 치졸한 행위를 하지 마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유족은 "사고 직후 KBS와 관련 회사들은 공식 입장을 발표했으나, (실제로) 행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보조 출연자라고 해서 그의 유족까지 당신들을 위한 보조 출연자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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