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밴드2 300초 슬라이딩 경연이 이번 주에도 계속 됐다. 총 49개 팀 중 이번 주까지 25개 팀을 소화한 3차 경연을 통해서 한 가지 특별한 경향이 발견되었다. 신대철이 칭찬하고 높은 점수를 주는 팀은 다른 심사위원들과의 평가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전문심사위원단과는 더 크게 엇갈리고 있어 이러다가 신대철의 저주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모를 상황이 되고 있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다. 지난주까지 1위였던 슈퍼키드를 단숨에 꺾은 데이브레이크에 대한 평가는 모두 같았다. 그러나 신대철이 데이브레이크에 준 점수는 다른 심사위원들과는 달랐다. 비록 신대철이 지금까지 준 점수 중 최고 점수를 준 것만은 분명하지만 흥미롭게도 그 점수가 현재 탈락이 거의 확실시되는 야야 밴드에게 준 점수와 단 1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대철이 데이브레이크에게 준 점수는 90점이고, 야야에게는 89점을 주었다. 그리고 신대철이 데이브레이크와 같은 최고 점수를 준 팀은 국악밴드 고래야뿐이다. 고래야는 탑밴드2에서 가장 독특할 수도 있는 팀이다. 국악을 기반으로 하는 유일한 언플러그드 밴드다. 당연히 김도균이 가장 큰 호감을 보일 줄 알았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신대철이 가장 높은 90점을 준 반면 김도균은 심사위원 중 가장 낮은 점수인 85점을 준 점도 의아한 일이었다. 김도균은 한동안 국악에 심취해 스스로 기타산조라는 곡을 만들 정도였다. 4명의 심사위원과 20명의 전문심사위원 중 가장 국악에 대해서 애정과 관심을 가졌을 김도균이 고래야에게 인색한 점수를 준 이유가 궁금증을 남겼다.

어쨌든 남은 경연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가장 흥미로운 것은 신대철의 평가가 전체 평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신대철의 점수 중 최고는 90점 두 팀과 89점 두 팀이다. 그들 중에서 5위권에 단 2팀만 존재할 뿐이다. 반면 전체 순위와 거의 일치를 보이는 심사위원은 김경호였다.

더 흥미로운 것은 4명의 심사위원 점수보다는 전문위원들의 점수가 순위를 결정짓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점수만으로 놓고 볼 때 전체 순위는 전문심사위원의 점수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대표적으로 마그나폴이 전문심사위원들의 고득점을 통해 적어도 3팀 이상을 건너뛰어 4위에 오르게 됐다. (방송에 공개되지 않은 와이낫과 오르보아 미쉘의 점수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지만)

반면에 심사윈원 점수로는 5위에 해당됐던 고래야는 전문심사위원들의 저평가로 인해 10위로 추락하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심사위원와 전문심사위원의 결과가 반드시 같으란 법도 없고, 또 같다면 굳이 다중 심사의 취지가 사라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로 볼 때 순위 결정에 더 큰 힘을 가진 전문심사위원들의 음악적 성향이 생각보다 탑밴드2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탑밴드2의 실질적 권위를 갖게 된 전문심사위원에 대한 불안도 없지 않다. 전문심사윈원들이 음악에 대해서 다소 보수적이고, 편향적이지 않나 하는 우려가 노출되고 있다. 예컨대, 이번 주 방송 말미에 내 귀에 도청장치 연주에 대한 평가가 그렇다. 전문심사위원장 송홉섭은 “음악이 좋게 들리려면 몇 가지 규칙이 지켜져야 하는데 그런 게 간단하게 무시되는 게 경이롭다”는 말을 했다.

반면 신대철은 내 귀에 도청장치에 대해서 잘 안 웃는 얼굴에 미소까지 지으며 탁월한 곡 해석을 보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서 결과는 다음 주로 미뤄졌지만 신대철이 극찬했고, 전문심사위원단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신대철의 저주가 이들에게도 적용될까 걱정스럽다.

물론 밴드음악이 주로 마니아들이 즐긴다고는 하지만 방송이란 전제에서 심사위원들이 자신만의 취향과 기준으로 심사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중성의 조율이 너무 지나쳐서 밴드음악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탑밴드2의 진정한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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