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3탄은 파이터 추성훈의 가세가 으뜸 화제다. 출연만으로도 큰 화제인데다가 족장 김병만과 생년원일이 똑같은 추성훈의 활약은 기존 멤버들에게 관심을 주기 힘들 정도로 뛰어났다. 거기다가 파이터 이미지와 달리 허당의 모습까지 자주 노출해 정글의 법칙 바누아투 편은 과연 김병만족인지 추성훈족인지 명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큰 사건이 하나 터졌었다.

정글의 법칙을 처음부터 같이 해온 원년 멤버 황광희가 돌연 중도하차를 선언한 것이었다. 멤버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결정했기에 때문에 김병만을 비롯해 멤버들은 소위 멘붕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비록 막내이긴 해도 어엿한 성인인 광희가 결정한 문제를 누군가 나서서 강력하게 만류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기나긴 무명 생활을 견디며 오늘의 달인으로 우뚝 선 김병만은 누구보다 해주고픈 말이 많았을 것이다. 또한 포기하겠다는 광희에 대해서 화도 나고,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방송에 비쳐진 표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해질 수 있었다.

김병만과 다른 멤버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처럼 광희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대체로 싸늘했다. 정글의 법칙이 거쳐 온 다른 지역에 비해 먹을 것이 더 풍부했던지라 더 그랬을 것이며, 여자 게스트 박시은마저 잘 버티는데 광희의 포기선언은 납득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몇 시간 후 돌아간 줄로만 알았던 광희가 포기하지 못하겠다며 웃으며 돌아왔어도 그 앙금은 쉽사리 사라질 수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광희의 포기 이유를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8일 고현정의 고쇼에 출연한 광희의 말을 통해서 포기를 번복하고 다시 김병만 족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포기도, 재도전도 모두 광희 본인이 결정한 것이 분명하지만 거기에는 자의라고 하기에는 한 작가의 눈물겨우면서도 무서운 충고가 있었다.

정글의 법칙에서 광희와 친한 작가가 울면서 광희에게 한 말이 괜히 겁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티비 화면에는 나오지 않는 제작단계의 현실적인 경험들을 토대로 한 말이니 결코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고쇼에서 광희가 밝힌 그 작가의 말은 간단했다. 여기서 포기를 한다면 분명 프로그램에 해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고, 그런 연예인을 다른 어떤 예능도 다시는 캐스팅하지 않을 거란 충고였다.

분명 진심어린 충고였겠지만 듣는 광희 본인에게는 그 어떤 협박보다 무서운 조언이었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광희는 혼자서 5시간이나 울었다고 한다. 왜 울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무섭고 외로웠을 것이다. 남들을 숨기려고만 하는 성형사실을 오히려 떠벌리며 예능의 기대주로 떠오른 광희는 막말로 예능 아니면 할 것이 없는 자신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고 정글의 법칙 포기 이후 미래가 두려웠을 것이다.

사실 광희의 고백이 토크쇼 현장에서는 공감을 주고, 동정을 받는 분위기였지만 그것이 엠씨들과 다른 게스트들의 속마음까지 그렇다고는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이미 포기했던 광희의 모습은 전파를 탔고, 다시 김병만 족에 합류했지만 포기라는 주홍글씨는 광희의 이마에서 지워지기 어려운 일이다. 이미지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광희를 내치지 않고 다음 도전에도 합류시켰지만 길게 보면 광희의 예능 생활이 큰 걸림돌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평범한 예능도 아니고 정글의 법칙처럼 때로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아주 특별한 프로그램이라면 누군가 적응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앞서 김광규는 벌레들에게 물린 후 알러지 반응으로 도착과 동시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아쉽기는 했지만 정글이라는 현실을 상징하는 포기였다. 마찬가지로 김병만이나 추성훈처럼 큰 활약은 하지 못하더라도 아니 못하기 때문에라도 광희는 견디기 더 힘들지도 모른다.

예능이 한 번 타면 돌아올 수 없는 가미가제 특공대처럼 처절해질 필요는 없다. 물론 중도포기란 우리 사회가 대단히 싫어하는 단어이고, 결코 권유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정글의 법칙 정도의 힘든 예능이라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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