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관련해서 최근 즐거운 소식이 꼬리를 물고 있다. 국장, 부국장 등 간부진이 대거 노조의 파업에 동참한 일에 이어 몇 해 전 MBC를 떠난 기상 캐스터 출신 방송인 배수연의 당찬 소신 발언이 전해졌다. 궤변도 아니고, 신념도 아닌 이상한 논리로 뉴스데스크 앵커자리로 나란히 돌아온 양승은, 배현진 아나운서를 보며 구겨졌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 희소식이었다.

배수연은 MBC의 급한 섭외 전화를 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고, 그 이유를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난 김재철 사장이 버티고 있는 곳에서는 웃으며 방송하고 싶지 않아요. 당당하고 떳떳한 방송인이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허허”

특별히 명문장도 아니고, 날선 비판이 담긴 글도 아니지만 최근 들어 이토록 통쾌하고 후련한 단문을 접한 적도 없다. 배수연이 말한 당당함과 떳떳함은 아닌 게 아니라 김재철이 오기 전 MBC의 상징이기도 했다. 시청자에게는 분명 만나면 좋은 친구였고, MBC니까, MBC라서 등의 단어들이 갖는 신뢰의 무게는 대단히 컸다.

거기에는 PD수첩, 100분토론, 시사매거진2580 등의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의 MBC에는 없다. 손석희는 100분 토론을 떠나야 했으며, 광우병 소송에서 당당히 승소한 PD수첩 제작진들은 오히려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았으며 얼마 후 비제작부서로 보내졌다. 이런 변화는 비단 MBC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방송 분위기를 상징한다.

지금 그 MBC를 되찾고자 노조원 800여 명이 120일을 넘겨가며 파업 중에 있다. 방송사들이 이렇게 장기간 파업한 예가 없는데도 무력하거나 무자격한 정치권은 아직도 뒷짐 진 채 서로에게 돌아올 이익과 피해를 계산하고 있다.

그런 속에 검찰은 노조집행부 5인에 대해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역시나 법원심사에서 기각됐다. 법원도 “파업의 책임을 어느 일방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김재철의 엄청난 비리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노조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졌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런데 노조에 의해서 밝혀진 이번 영장청구의 배경 때문에라도 배수연의 트위터 발언이 더욱 빛을 발했다. 이번 영장 청구는 배현진 아나운서가 사내 게시판에 제기한 노조폭행설을 근거해서 작성됐다는 것이다. 대관절 폭행이면 폭행이지 폭행설은 무엇인가. 혹시나 권재홍 앵커가 후배들에게 당했다는 장풍처럼 맞지 않아도 저절로 부상당하는 그런 폭행을 뜻하는지 모를 일이다. 노조는 배현진의 주장을 거짓말이라 일축하고 있다.

이렇듯 누군가는 거짓을 꾸며대면서까지 자리에 연연하는데 반해 배수연은 일자리를 거절하고, 거꾸로 파업중인 노조원들을 응원했다. 배수연은 현재 웨더뉴스 소라이브코리아를 진행하고 있다. SNS를 기반으로 하는 방송이다. 그렇지만 공중파와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작은 방송에 불과하다. 모든 방송인은 공중파를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수연의 섭외거절은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런던올림픽을 겨냥해 상황에 따라서는 큼직한 보직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양승은, 배현진 아나운서가 돌아간 앵커보다 사적으로는 더 큰 떡밥이 될 수도 있다.

그처럼 큰 이익에 흔들리지 않는 것. 그것을 바로 신념이라고 한다. 신념이나 소신의 의미를 잘 모르는 뉴스데스크의 앵커들에게 좋은 본보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MBC가 정상화되면 꼭 뉴스가 아니더라도 이런 방송인을을 꼭 티비에서 만나고 싶다. 열 아나운서 부럽지 않은 개념 방송인 하나를 찾아낸 것도 파업의 한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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