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넥센, KIA, 롯데로 이어지는 8경기에서 LG는 2승 6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5월 셋째 주 SK, 두산으로 이어진 6연전에서 5승 1패의 호성적을 내며 쌓아둔 승패 마진 +4를 모두 까먹으며 5할 승률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최근 LG의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LG 타선의 집중력 상실 때문입니다. 많은 안타를 치고 볼넷으로 출루해도 불러들이지 못하는 ‘변비 야구’가 예상외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투수진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롯데와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인 5월 29일 경기에서 LG는 16안타 2사사구에 상대 실책 3개와 폭투 2개를 묶어 고작 5점 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산술적으로 20명 이상이 출루해 그 중 1/4에 해당하는 5명밖에 홈을 밟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비효율적인 공격으로 인해 보다 쉽게 경기를 풀어갈 기회를 놓친 LG는 유원상, 봉중근의 필승계투조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고 5:3의 살얼음 승리를 간신히 확정지었습니다.

▲ 정성훈, 이병규 ⓒ연합뉴스
어제 경기는 더욱 답답한 흐름이었습니다. 2회초 상대 실책과 사사구 2개, 2안타를 묶어 2득점한 뒤에는 타선이 완전히 침묵하며 연장 11회 끝에 3:2로 역전패했습니다. 대량 득점의 기회였던 2회초 2득점에 그치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더니 7안타 5사사구에 상대 실책 2개를 묶어 2득점에 그쳤습니다. 14명이 출루했지만 그 중 1/7에 해당하는 고작 2명이 홈을 밟은 것입니다. 최근 LG 타선의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안타를 치고도 적시타가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주자만 득점권에 나가면 LG 타자들의 방망이는 얼어붙고 있습니다.

경기의 흐름을 일거에 바꿀 시원한 장타가 터지지 않는 것 또한 아쉽습니다. 5월 23일 잠실 넥센전에서 박용택과 오지환의 홈런이 터진 이후 6경기에서 홈런이 단 한 개도 터지지 않았습니다. 주자를 모아 놓은 상황에서 홈런이 터졌다면 답답한 공격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며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겠지만 도무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2루타는 심심치 않게 터지지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나와 득점과 직결되지 못해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홈런이 터지지 않는다고 해서 LG 타선이 정교한 타격을 중시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LG는 어제 경기에서 33개의 아웃 카운트 중 무려 11개를 삼진으로 당했습니다. 삼진은 방망이에 공을 맞히지 못하고 타자가 뒤돌아서 주자의 진루는커녕 상대 실책조차 유발할 수 없기에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인데 한 경기의 1/3을 삼진을 당했으니 공격의 흐름이 번번이 끊긴 것이 당연합니다.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신 장타라도 펑펑 터진다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정교한 것도 아니며 장타와도 거리가 먼 LG 타선은 그야말로 무색무취합니다.

부상 선수의 속출 또한 LG 타선의 힘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그제 경기 전에는 이진영이 부상으로 선발에서 제외되더니 어제는 작은 이병규가 경기 직전 라인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 이진영, 박용택 ⓒ연합뉴스
주전 우익수와 1루수가 제외되면서 선발 라인업이 취약해진 가운데 이병규와 정성훈은 여전히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5월 내내 맹타를 휘두르던 박용택조차 최근 5경기에서 22타수 4안타 0.182로 저조하며 타점도 전무합니다. 최고참 최동수만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 시즌 초반 LG는 4번 타자 박용택을 앞세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지만 6월 이후 박용택을 비롯해 타자들이 침묵에 빠지며 하위권으로 추락한 바 있습니다. 올 시즌 또한 4번 타자 정성훈의 활약에 힘입어 4월에 호조를 보였지만 5월부터 타선이 전반적으로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자칫 지난 시즌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LG가 올 시즌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5할 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의 투수진의 전력 누수로 인해 이승우, 최성훈 등의 신인급 투수와 유망주에만 머물렀던 유원상이 호투하며 급부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잘한 부상과 감기 등에 시달리며 자기 관리에 실패하고 한 번 타격감이 떨어지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주전 타자들 대신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의욕이 넘치는 새로운 선수들을 중용하는 것 또한 김기태 감독이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LG 타선이 ‘그 밥에 그 나물’이 되는 동안 해가 갈수록 노쇠화로 인해 파괴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색무취 LG 타선이 난국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당장 오늘부터 승률 4할대로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