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는 방식으로 MBC 파업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과연 MBC 파업이 MBC 구성원들에게 '공영방송'으로서의 MBC에 대한 정체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것인가? 불확실하다는 게 제 판단이다."(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소장)

▲ 30일 오후 개최된 '시청자 주권을 위한 지역방송의 역할과 제도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이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곽상아

MBC노조가 '공정방송 쟁취'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내걸고 122일째 총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MBC가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방송문화진흥회에 의한 지역MBC 직접 출자 △수신료 조달 △공영미디어렙 유지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30일 오후 개최된 '시청자 주권을 위한 지역방송의 역할과 제도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현재의 MBC 네트워크는 초기와 달리 점점 더 수직적 주종관계로 전락하면서 지역MBC 사장의 일방적 선임 등 전 분야에서 자율성이 침해되고 있다"며 "(서울MBC가 아닌) 방송문화진흥회가 지역MBC에 (직접) 출자하게 함으로써 방송문화진흥회를 중심으로 지금보다 수평적인 네트워크로 바꿔야 한다. 서울MBC가 소유한 지역MBC 지분을 방문진에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과거 서울MBC와 지역MBC는 독립적인 가맹사 체제로 비교적 수평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지역MBC의 민간소유 지분 가운데 적게는 51%에서 많게는 100%까지 서울MBC로 강제 이관돼 서울MBC가 지역MBC의 대주주가 됐다. 본사, 계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현 지역MBC 소유구조는 사실상 수직적, 종속적 관계로 운영되고 있어 차제에 서울MBC 뿐만 아니라 지역MBC의 소유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조준상 소장은 이어 "MBC가 '광고판매는 방송사의 자기영업권'이라는 판단을 버리지 않는다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에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서울MBC가 공영 미디어렙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며 "지역MBC를 포함해 서울MBC가 재원의 일부를 수신료로 조달해야 한다. 만약 MBC가 상업방송으로서의 지향을 강화한다면 궁극적으로 민영화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적으로 독립된 MBC 소유구조를 만들기 위해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선임구조를 바꾸자는 구체적 제안도 제기됐다.

조준상 소장은 방문진 이사 선임 구조 변경에 있어서 △국회 추천 절반 이하 △여야 동수 추천 △시민사회 추천 과반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 대표성을 지닌 이사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핵심으로 내세우며 "이는 KBS나 EBS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준상 소장은 "정당간 대립이 공영방송에 직접 투영되는 것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국회 추천이 절반 이하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회 추천과 시민사회 추천에서 지역 대표성은 적어도 3명은 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구 MBC의 이동민 PD는 "지역MBC와 서울MBC의 종속적 관계는 불편한 진실에 해당되는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대구 MBC노조는 서울MBC가 4월 18일 대구MBC 사장에 차경호 서울MBC 기획조정본부장을 임명하자 4월 2일부터 지역뉴스를 포함한 정규방송을 모두 중단하면서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동민 PD는 "안타깝게도 (지역MBC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MBC 내부 전체의 동의나 총의를 모으기 대단히 어려운 벽을 느낀다"며 "대주주인 서울MBC는 사장 선임 권한 뿐만 아니라 해임 권한까지 가지고 있어, 낙하산 사장들은 일신의 보전을 위해서 1년에서 길게는 3년 동안 지역MBC 사장으로 지내다가 말없이 떠나간다"고 전했다.

방문진 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지역 인사 3명 이상을 방문진 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조치"라며 조준상 소장의 의견에 동의를 나타냈다.

서울 MBC가 소유한 지역MBC 지분을 방문진에 이관토록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서울 MBC 구성원들의 전폭적 동의 등이 필요한 부분이라 굉장한 난항이 예상된다"는 우려를 전하며 "지역MBC와 관련해 임원 선임, 정책 의결권, 감사 감독권 부분만이라도 서울MBC가 아닌 방문진이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과도적 형태의 법안은 어떠한가? 물론 최종적 목표는 지역MBC를 공영적 구조로 완결시키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민 전북민언련 정책위원 역시 "지역MBC 사장 선임구조에서 지역사회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지역방송 사장으로 오려는 사람이 과연 적절한 인물인지 지역사회 단위에서 의견을 내고 이를 반영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래야 해당 지역방송에 대한 지역 사회의 관심과 애정, 참여의 공간이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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