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된 손현주, 김상중 주연의 추적자는 진정한 중년의 아름다움이란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사람이라면 죽어도 떼지 못할 묵은지로 끓인 김치찌개의 얼큰하고도 깊은 맛처럼 중년의 배우들이 중심이 된 추적자는 스토리 이전에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99%의 연기로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

그런데 이 추적자 첫 장면이 심상치 않았다. 강력계 형사인 손현주가 법정에서 권총을 난사한 것이다. 바로 영화 부러진 화살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부러진 화살에서는 피고의 변호사가 시너로 짐작되는 액체를 생수병에 담아 법정에 가져갔었다. 그것을 기자 김지호가 재빠르게 치워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이 첫 장면이 부러진 화살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것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인 강력계 형사가 법정에 권총을 난사했다는 점이다. 누구보다도 법을 존중하고 두려워해야 할 형사가 법의 무력한 현실에 총구를 겨눴다. 이 장면은 대단히 상징적이고 파격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결국 피고인 이용우와의 몸싸움 끝에 오발사고가 나 손현주는 체포되었다.

이 충격적인 법정 총기난사 사건은 한 교통사고로 시작되었다.

손현주는 강력계 형사다. 파스값을 충당하느라 담배까지 끊어야 하는 박봉의 중년이지만 딸을 위해서는 한 달 용돈을 털어 콘서트 티켓을 선물하는 유별난 딸바보 아빠이기도 하다. 교통사고는 바로 그 생일날 일어났다. 그런데 사고를 낸 사람은 유명가수와 불륜관계인 여자. 옆자리에 동석했던 가수는 자신의 추락을 염려한 나머지 아직 살아있는 손현주의 딸을 차로 두 차례나 더 친 후 뺑소니를 쳤다. 뺑소니가 잦은 유명스타들에 대한 경고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그렇지만 딸은 손현주 친구인 의사의 노력 끝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이 딸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딸을 꼭 살려내겠다는 약속을 했던 의사는 30억이라는 돈 앞에 굴복했고, 직접 약을 투여해 딸을 죽게 했다. 이 검은 범죄의 뒤에는 김상중이 있었다.

애초에 교통사고를 냈던 여자 남편이 지지율 61%의 대선예비후보 김상중인 것이 문제였다. 그 여자 김성령의 아버지는 검찰총장을 손에 쥐고 흔드는 재벌총수 박근형이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였는지 옹서지간에 커다란 알력이 생겨 김상중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한국을 떠나라는 장인의 명령을 들었고, 그 순간 울며 들어오는 김성령의 말을 통해 악마의 계책을 떠올렸다.

아내의 범죄를 빌미 삼아 장인과 거래를 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박근형은 한밤중에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위에 대한 조치를 거두게 됐고, 다음날부터 김상중의 대선예비후보 행보는 거침없이 이어지게 됐다. 즉, 김상중에게는 손현주 딸의 죽음이 기사회생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그 말은 곧 손현주의 딸이 살아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비서 장진영을 시켜 손현주의 친구이자 주치의 최준용을 회유해 딸을 죽게 한다.

살아났던 딸의 죽음에 분노한 형사 손현주는 친구(그러나 살인범)인 최준용에게 상주를 해달라고 하고는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앞으로 손현주가 찾아낼 가수 PK준은 깃털에 불과하고 진짜 몸통은 그가 경호해야 할 예비 대선후보 김상중이라는 사실은 아직은 모르고 있다. 그런데 그 비밀을 열어줄 PK준이 법정에서 가슴에 총을 맞았으니 더욱 난감한 일이다.

당장은 PK준이 범행을 털어놓지 않은 일에 절망하지만 진짜 절망스러운 것은 손현주가 딸을 죽인 범인을 아무것도 모른 채 경호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슬프고 분노한 아버지가 불가침의 권력인 돈과 정치에 맞서 어떻게 절망하고 또 싸워가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줄 것이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월화는 중년들의 연기에 깊은 공감과 탄식을 겪게 될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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