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KIA에 7:3으로 패하며 3연전 스윕을 당했습니다. 투타 모두가 붕괴된 완패였습니다.

LG 선발 이승우는 5.1이닝 동안 무려 13안타를 허용하며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이승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선두 타자 승부에 실패했으며 두 번째는 볼 카운트를 불리하게 전개했다는 점입니다.

이승우는 6번의 이닝 중 4이닝에 걸쳐 선두 타자를 출루시켰고 그 중 3이닝에서 실점했습니다. 선두 타자를 너무나 자주 출루시키니 동료 야수들의 입장에서는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승우는 5회말 이준호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화근을 자초했고 집중타를 얻어맞으며 2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LG 타선이 5회초 간신히 역전에 성공했지만 이승우는 돌아서자마자 선두 타자인 9번 타자에 안타를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재역전을 허용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 LG 선발투수 이승우 ⓒ연합뉴스
이승우는 오늘 볼넷을 내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제구가 잘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끝에 스트라이크를 넣기에 급급하다 높게 제구가 형성되어 마구 통타당했습니다. 5회초 선두 타자 이준호에게는 3-1에서 좌익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이용규를 상대로는 풀 카운트에서 2루타를 허용했습니다. 이어 김원섭에게 허용한 역전타이자 결승 2루타는 역시 3-1의 볼 카운트에서 허용한 것입니다. 6회말 5:2까지 벌어지게 된 이용규의 적시타는 0-2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승부를 짓지 못하고 풀 카운트까지 끌려간 끝에 허용한 것입니다.

유리한 카운트로 끌고 가지 못하고 항상 상대 타자들에게 끌려가는 것이 오늘 이승우의 투구 양상이었습니다. 강속구를 지니지 못했으면서 제구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결코 1군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선발 투수로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으며 전력 분석으로 상대에 노출이 된 상황에서 이승우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도 LG는 무려 3개의 실책으로 자멸했습니다. 1회말 무사 1루에서 김선빈의 안타에 우익수 이진영은 타구를 포구하지 못해 무사 1, 3루의 실점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애당초 1루 주자 이용규는 타구가 빠른데다 우익수 정면이라 3루로 향할 의사가 없었지만 이진영이 놓치는 것을 확인하고 3루까지 내달렸습니다. 이진영의 실책은 1:1 동점 실점과 연결되었습니다.

2회초에는 1사 후 김주형의 땅볼 타구에 오지환이 대시하다 글러브 질을 제대로 하지 못해 포구하지 못해 내야 안타가 되었습니다. 기록상으로는 실책이 아니라 안타이며 실점과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김주형의 발이 빠르지 않았으니 오지환이 정확히 포구했다면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실책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7회말에는 무사 1루 이범호 타석에서 김원섭의 도루 시도에 포수 김태군이 2루에 악송구해 외야로 빠지면서 무사 3루가 되었고 안치홍의 적시타로 6:2로 벌어져 사실상 승부가 갈렸습니다. 7회초 3안타를 치고도 서동욱의 어이없는 도루자와 이진영의 병살타로 LG가 득점에 실패한 가운데 돌아서자마자 7회말 실책이 실점과 직결되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었습니다.

8회말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상열이 이용규에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한 후 견제 악송구로 실점했습니다. 이용규가 홈을 밟은 견제 악송구도 어이없지만 베테랑인 이상열이 불필요한 사구를 2사 후 내줬다는 점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평소 차분함이 돋보이던 이상열답지 않은 어이없는 플레이의 연속이었습니다.

투수의 난조와 수비 실책이 겹쳤다면 타선이라도 터져야 만회할 수 있지만 LG 타선은 오늘 13안타 5사사구를 얻고도 단 3득점에 그쳤습니다. 득점권 기회를 무수히 만들어 놓고도 적시타가 단 1개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2회초 1사 3루, 3회초 2사 만루, 7회초 무사 1, 2루, 8회초 1사 1, 3루, 9회초 2사 1, 2루 기회에서 주루사와 병살타가 겹치며 단 1점도 얻지 못했습니다.

2회초 1사 3루에서는 김태군이 초구 몸쪽 낮은 공을 성급하게 잡아당기는 타격으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습니다. 1사 3루에서 외야 플라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밀어치는 타격으로 1, 2루 간으로 타구를 보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잡아당기는 타격으로 유격수, 혹은 3루수 땅볼이 나오면 타구를 잡은 내야수가 3루 주자의 움직임이 시야에 들어오며 송구를 받는 포수 또한 송구하는 내야수와 홈 쇄도를 하는 3루 주자를 한 눈에 볼 수 있기에 그만큼 득점이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내야수의 시야에 3루 주자의 움직임이 들어오지 않으며 포수가 공과 주자를 한 눈에 볼 수 없는 1, 2루 간으로 타구를 보내야 하지만 김태군의 타격은 목적이 불분명했습니다. 김태군의 3루 땅볼 이후 오지환마저 삼진으로 돌아서 LG는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사실 2회초 정성훈이 2루타로 출루했을 때 김태완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해 8번 김태군과 9번 오지환에게 타점을 기대한 김기태 감독의 작전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김태완이 1군에 올라와 아직 안타가 없고 초반 리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희생 번트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김태군이 1사 3루에서 희생타로 타점을 얻기에는 타격 능력이 부족한 선수였으며 초반 1점 리드로는 승리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무사 2루에서 김태완에게 강공을 지시하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3회초 2사 만루에서 정성훈의 삼진으로 득점에 실패한 것도 곱씹어봐야 합니다. 정성훈은 6구 승부 끝에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는데 KIA의 서재응 - 송산 배터리가 6구 내내 바깥쪽 승부로 일관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서 삼진을 당했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정성훈이 상대 배터리의 고지식한 공 배합을 읽지 못하고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난 것은 그만큼 타격감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 LG 서동욱 ⓒ연합뉴스
7회초 무사 1, 2루에서 3루 단독 도루를 감행하다 아웃된 서동욱의 주루 플레이는 오늘 LG 공격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장면이었습니다. 5:2 3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무사 1, 2루라면 굳이 주자가 무리하게 도루를 시도할 이유가 없습니다. 1, 2점차 1사 상황이라면 모를까 3점차 무사라면 1, 2루에서 2루에 있으나 3루에 있으나 매일반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타석에 있었던 것이 좌타자 작은 이병규이기에 포수 송산이 3루 쪽으로 시야가 탁 트여 있었다는 점에서 3루 도루는 더욱 불리했습니다. 점수차, 아웃 카운트, 그리고 상대 포수의 상황을 감안하면 무엇 하나 유리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된 것입니다. 서동욱은 상대 의표를 찌르겠다는 의욕이 앞섰던 것으로 보이지만 추격의 흐름에 얼음물을 끼얹었을 뿐입니다. 서동욱의 어처구니없는 도루자 이후 작은 이병규의 안타가 나왔지만 이어 이진영의 병살타로 LG는 7회초 연속 3안타를 치고도 무득점에 그치며 주저앉았습니다.

9회초 선두 타자로 나왔을 때 서동욱의 타격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9회초 등판한 양현종이 어제까지 이틀 연속 볼넷을 남발하며 강판되었음을 감안하면 차분히 공을 고르며 출루를 우선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서동욱은 3구만에 기습 번트를 시도하다 투수 정면으로 빠른 타구를 보내 아웃되었습니다. 기습 번트의 방향과 타구 모두 무의미했지만 더욱 어이없는 것은 그에 앞서 2구에 기습 번트를 시도하려는 몸짓으로 상대에 자신의 의도를 뻔히 드러낸 상황에서 3구에 다시 한 번 번트를 시도해 아웃된 것입니다. 타격과 주루에서 적극적인 것도 좋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쓸데없는 플레이를 지양하며 차분히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서동욱은 타격과 주루에서 성급한 모습으로 경기 종반 2번이나 흐름을 끊었습니다.

LG는 오늘 패배로 시즌 처음으로 3연전에서 스윕당하며 이번 주 1승 5패의 부진에 빠졌습니다. 지난 주 SK와 두산을 상대로 5승 1패로 호조를 보이며 +4의 승패 마진을 만들어 놓은 것을 모두 까먹으며 20승 20패로 다시 5할 승률로 회귀했습니다. 이번 주 상승세의 넥센과 KIA를 만난 대진이 불운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LG 타선의 집중력 부재와 수비 실책 연발 등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상대가 강했다기보다 LG가 자멸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주말 3연전에서 타선이 폭발하며 두산에 3연전 스윕을 거둔 롯데를 다음 주중 사직에서 만난다는 점에서 LG는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LG는 세 개의 시리즈 연속으로 연승을 달리는 팀들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야수들이 공수에서 집중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LG는 4할 대 승률로 떨어지며 하위권으로 추락할 위기가 코앞에 닥쳤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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