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어제 경기에서 10:7로 패해 넥센전 4연패를 기록하며 넥센과의 시즌 전적에서도 1승 6패로 크게 밀리고 있습니다.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로 연결되는 넥센의 중심 타선을 상대로 LG 투수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 1번 타자 정수성을 너무나 손쉽게 출루시켜 주자를 둔 상태에서 중심 타선과 힘겨운 승부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LG 마운드의 ‘정수성 울렁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수성의 올 시즌 타율은 0.287이며 LG전 7경기 타율은 0.130입니다. 타율만 놓고 보면 ‘정수성 울렁증’이라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 정수성을 상대로 LG 투수들이 내준 볼넷이 무려 10개입니다. 정수성은 올 시즌 18개의 볼넷을 얻었는데 그 중 55.6%를 LG전에 얻었습니다. 몸에 맞는 공 1개까지 포함하면 정수성이 LG 투수들을 상대로 얻은 사사구는 11개나 됩니다. 발 빠른 정수성을 11번이나 ‘공짜 출루’시켰다는 의미입니다.

LG는 36경기를 치른 현재 110개의 볼넷만을 내주며 삼성과 함께 8개 구단 중 최소 볼넷 허용을 기록 중입니다. LG가 예상을 뒤엎고 5할 승률 선전하는 이유로 과거와 달리 투수들이 볼넷을 줄이고 정면 승부해 자멸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7개 구단 전체를 상대로 LG 투수진이 내준 110개의 볼넷 중 9%에 해당하는 10개의 볼넷을 한 명의 특정 선수, 즉 정수성에게 몰아줬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 넥센 정수성 ⓒ연합뉴스
그렇다고 정수성이 선구안이 뛰어나 많은 볼넷을 골라내는 선수인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LG를 제외한 6개 구단을 상대로 정수성은 25경기에서 출전해 9개의 볼넷을 얻었을 뿐입니다. LG전 7경기에서 얻은 10개의 볼넷보다 적습니다. 유독 LG 투수들이 정수성에 많은 볼넷을 내주고 있습니다. 정수성만 만나면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는 ‘새가슴’으로 돌변하는 것입니다. 반면 정수성이 LG 투수들을 상대로 얻은 안타는 3개에 불과합니다. 사사구의 개수에 비해 안타의 숫자는 초라할 정도로 적습니다.

몸에 맞는 공 1개를 포함해 ‘공짜 출루’ 11번을 바탕으로 정수성은 LG전에만 9득점을 올렸습니다. 올 시즌 정수성이 얻은 20득점 중 절반에 육박합니다. 결국 볼넷이 화근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주중 3연전 중 어제까지의 2경기에서도 LG 투수들이 ‘정수성 울렁증’에 시달리는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5월 22일 경기에서는 선발 이승우가 1회초와 3회초 정수성에게 볼넷을 내줬으며 3회초에 내준 볼넷은 선취점 실점의 화근이 되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정수성에 3개의 볼넷을 내줬는데 1회초와 2회초 LG 선발 정재복이 내준 스트레이트 볼넷 2개는 모두 실점과 직결되었습니다. 이틀 동안 정수성에게 볼넷 5개를 헌납하며 3실점의 빌미를 자초한 것입니다.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LG 투수들을 상대로 ‘시원하게 중월 홈런을 맞아보자’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는 상대 타자에 볼넷을 줄 바에야 한복판 스트라이크를 던져 대형 홈런을 허용하는 편이 낫다는 의미의 발언입니다.

정수성은 프로 16년 차이지만 통산 홈런이 6개에 불과합니다. 정면 승부해도 정수성에게 홈런을 얻어맞을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힘들게 공 4개를 던져 볼넷으로 출루시킬 바에는 한복판 스트라이크 1개를 던져 안타를 맞는 것이 더욱 효율적입니다. ‘친다고 다 안타가 아니다’라는 야구 속설처럼 한복판 스트라이크 10개를 연속 던져도 모두 홈런은커녕 모두 안타로도 연결되지 않는 것이 야구입니다. LG 투수들이 ‘정수성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볼넷을 계속 남발한다면 앞으로도 넥센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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