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의 전인권이 다시 복귀해 들국화를 결성했다. 본래 멤버였던 고 허성욱의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다시 들국화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것은 드러머 존 보넴의 사망으로 레드 제플린을 영구 해체한 것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들국화란 밴드에서 전인권이라는 이름이 가장 크기는 하지만 세상을 떠난 전 멤버를 배려했다면 다른 이름의 복귀도 좋지 않았을까도 싶다.

그렇지만 세상은 고인이 아니라 산 사람들의 것이니 그들이 그 이름을 계속 쓴다고 해서 딱히 시비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전인권의 복귀 소식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다섯 번이나 수감된 전력을 가진 것도 크지만 그보다는 배우 이은주의 사망 후 전인권의 발언이 대중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던 이력이 더 커 보인다.

그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전인권의 가수 복귀가 결코 평탄치는 않은데 거기에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나가수1은 괜찮은데 나가수2가 가수들의 도살장 같다는 말을 꺼냈다. 나가수2를 비판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도살장에 비유한 것은 너무 지나친 말이었다. 사석도 아니고 기자회견장에서의 발언이라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가수2가 도살장이라면 결국 현재 출연하고 있는 가수들은 도살장에 끌려나온 아니 자진해서 들어온 도축용 동물이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가수2가 마땅치 못하다고 하더라도 도살장이라는 단어는 피했어야 했다. 나가수2에 출연 중인 후배가수들이 전인권의 말 한 마디에 받을 상처도 미리 생각했어야 했다.

전인권은 덧붙여서 나가수2가 연예인을 존경하지 못하게 한다는 말을 했다. 과연 전인권이 그런 말할 자격을 갖췄나부터 생각했어야 했다. 연예인을 동경하다 못해 존경하란 법도 없지는 않겠지만 잦은 수감과 실언으로 빈축을 사는 것이야말로 연예인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허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인권의 독보적인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는 일만은 대단히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8,90년대를 거친 세대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인권이 그저 복귀한다고만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굳이 복귀를 알리는 첫 장소에서 괜한 나가수2 비난으로 반가워야 할 소식에 논란거리를 보탠 것은 경솔했다.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겠다며 과오를 사과하는 자리라 더욱 그렇다.

복귀를 위한 첫 인사 자리였다면 조심스럽게 사과와 인사만 했으면 좋았을 것을 괜한 말을 했다. 전인권이 본래 사회현상에 대해 자기 의견을 내는 사람이 아니었지 않는가. 전인권은 비평보다는 노래하는 모습이 백배천배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위험한 생각이겠지만 마약을 다시 하더라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다.

그런 전인권이라면 복귀 기자회견장에서 이런저런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그저 가슴이 뻥 뚫리는 노래 한 곡조에서 그쳤다면 훨씬 더 가수 전인권답지 않았을까 싶다. 설혹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더라도 좀 더 시간이 흐른 뒤를 기다리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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