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선발 정재복과 유원상, 봉중근의 이어던지기에 힘입어 SK에 1:0으로 힘겹게 승리하며 위닝 시리즈를 기록했습니다. 오지환은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지만 또 다시 경기 종반 수비 실수로 팀을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정재복은 SK 타선을 상대로 6.2이닝 동안 무피안타 2볼넷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팔꿈치 수술 이후 과거의 구속은 회복하지 못해 제구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지만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가장 완벽한 투구 내용을 과시했습니다. 무피안타 상황에서 79개를 던지고 7회초 2사 후 강판되었는데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의식할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정재복이 9회말까지 완투하기는 어려우며 강판 직전 박재상에게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고 계속해서 최정, 이호준 등 장타력을 지닌 타자들이 나오며 LG가 고작 1:0으로 앞서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투수 교체였습니다.

셋업맨 유원상과 마무리 봉중근은 타선이 뽑은 단 1점과 정재복의 승리 투수 요건을 지켜냈습니다. 1:0의 팀 완봉승은 투수진이 강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LG 필승계투진이 사실상 완성되었음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8회말 2사 후 SK에 LG 투수진이 허용한 첫 번째 안타인 박재홍의 2루타는 우측 담장에 직격하는 타구로 조금만 더 힘이 실렸다면 동점 솔로 홈런이 되었을 것이며 뒤이은 김강민의 타구 역시 중견수 이대형의 정면으로 향해 아웃되었지만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 경기 운이 LG에 따른 것입니다.

▲ 정재복 선수ⓒ연합뉴스

타석에서는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지만 포수 김태군은 1회말과 6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박재상과 김강민의 도루를 저지하며 루상의 주자를 모두 없애며 도루를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김태군 역시 오늘 경기 팀 완봉승의 수훈 선수 중 한 명입니다. 김태군의 도루 저지 능력은 리그 최고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타격을 비롯한 모든 능력을 포기하는 대신 도루 저지 능력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색적입니다.

SK는 어제 4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두른 조인성을 벤치에 앉혀두고 시즌 타율 0.160의 정상호를 선발 출장시켰는데 조인성의 선발 출전 명단 제외로 인해 LG 투수들이 SK 타선을 상대하기 쉬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SK 이만수 감독은 어제 1루수로 출전한 정상호의 불만을 다독거리기 위해 오늘 조인성을 벤치에 앉혀두고 정상호를 포수로 선발 출전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LG로서는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입니다.

LG의 야수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SK 선발 제춘모에게 7이닝 동안 3안타 3볼넷 밖에 얻지 못하며 단 1득점에 그쳤는데 직구 구속 130km/h 중반의 제춘모를 만만하게 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춘모의 투구는 비교적 높게 형성된 볼이 많았는데 차분하게 골라내 출루를 우선하기보다 방망이로 때려서 안타나 홈런을 쳐내겠다는 욕심이 앞서는 모습이었습니다. 제춘모가 LG 타선을 상대로 얻은 21개의 아웃 카운트 중 57%에 해당하는 12개가 뜬공 아웃이었습니다. 높은 공의 밑동을 방망이로 건드렸다는 의미입니다. 만일 LG 타자들이 제춘모의 공을 오래 지켜보고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며 2득점 정도만 더 했어도 피 말리는 투수전 대신 보다 쉽게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3회초 낮은 공에 강한 특유의 타법으로 낮은 직구를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으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오지환이지만 9회말 2사 후 정근우의 땅볼 타구를 포구하지 못해 글러브에 맞고 중견수쪽으로 빠져나가는 안타가 되도록 한 수비는 명백한 실책성 입니다. 만일 오지환이 침착하게 처리했다면 그대로 경기가 종료되었을 것이며 마무리 봉중근은 마운드에 오를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2사 후였고 정근우가 발이 빠르며 후속 타자인 대타 안치용과 최정이 모두 장타력을 지녔기에 외야에 떨어지는 깊숙한 타구가 나왔다면 LG는 곧바로 동점을 허용했을 것입니다. LG가 필승계투진을 모두 꺼낸 반면 SK는 정우람이 남아있었으니 LG는 9회말 혹은 연장에서 끝내기 패배할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경기 중반까지 안정감 넘치는 유격수이지만 경기 종반 수비 집중력이 갑자기 떨어지며 불안한 모습으로 오지환이 탈바꿈하는 것은 타구 판단, 풋 워크, 글러브 질 등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집중력과 같은 멘탈의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LG가 상위권 팀이 되기 위해서는 센터 라인이자 내야진의 핵심인 유격수 오지환이 경기 종반까지 수비 집중력을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오늘 경기 선발 투수로 정재복과 SK 제춘모가 예고되었을 때 1:0 투수전으로 종결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LG가 어제 경기 초반에 점수가 벌어지자 일찌감치 포기하는 쪽으로 불펜 운영을 선택한 것도 오늘 경기가 타격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임찬규를 오늘 1군에 등록해 롱 릴리프로 활용하겠다는 복안 역시 정재복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경기 중반까지 두 선발 투수가 호투했지만 후반에는 양 팀 타선이 점수를 뽑아내며 접전으로 흐르지 않을까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양 팀 타자들은 솔로 홈런을 한 방을 제외하면 3루를 밟은 선수가 없으며 놀라운 투수전으로 매조지 되었습니다. 예상이 무색해지는 야구의 의외성의 매력이 무엇인지 입증한 명승부였습니다.

LG는 15승 15패로 4승 승률 추락의 위기에서 다시 한 번 오뚝이처럼 고비를 넘으며 승패 마진 +1에 다시 올라섰습니다. 에이스 주키치를 앞세우는 LG가 김승회를 선발 등판시키는 두산에 내일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연승을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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