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자 KBS노조 특보
'KBS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을 내걸고 4일 0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던 KBS 기존 노조가 파업 돌입 13일만에 파업을 접었다. KBS 기존 노조 측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19대 국회에서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고, 민주통합당 역시 '방송법 개정'을 공식 입장으로 밝혔다"며 '소기의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파업을 접었다고 밝혔으나, KBS 기존 노조의 파업이 애당초 진정성이 없는 선언적 파업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KBS노동조합(위원장 최재훈)은 16일 오후 4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17일 0시부터 파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KBS노조 집행부, 중앙위원, 시도지부장 등 총 46명 가운데 35명이 참석했다.

17일 윤형혁 KBS노조 공정방송실장은 '뚜렷한 성과 없이 파업을 접은 것 아니냐'는 <미디어스>의 질문에 "새누리당 당대표까지 '방송법 개정'을 순순히 말한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 아니냐. 방송법 개정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 시점이 올해 말이 될지 대선이 끝난 내년 후가 될지 기약이 없다"며 "파업을 중단하고 앞으로 비대위원 중심으로 방송법 개정 싸움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어제 회의에서도 표결까지 이뤄지진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답했다.

윤 실장은 "지도부 입장에서는 조합원들의 전반적 정서와 동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파업 잠정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애당초 이번 싸움의 성격 자체가 단기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파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적극성이 덜했던 부분은 예상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윤성도 KBS 새 노조 정책실장은 16일 새언론포럼 주최의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언론파업' 토론회에 참석해 "8월에 KBS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기 때문에, (집권여당의 독식구조를) 완화하는 게 필요하긴 하지만 상당히 경계해야 할 함의가 숨어있다"며 "(지배구조 개선 투쟁이) 낙하산 퇴진 투쟁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제2, 제3의 김인규 사장이 올 수 없도록 KBS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만 힘을 싣는 것은 현재의 낙하산 사장에 대한 '침묵'이 내포돼 있다는 지적이다.

윤성도 실장은 이어 "향후 KBS사장 선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김인규 사장도 강하게 주장하는 대목"이라며 "기존 노조가 김 사장과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새누리당도 이에 공조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KBS 사측은 KBS 새 노조의 '김인규 퇴진 촉구' 파업에 대해서는 최경영 KBS 기자를 해고하는 등 강경 대응을 보이고 있으나 KBS 기존 노조의 '방송법 개정 촉구' 파업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19일 메인뉴스인 '뉴스9'을 통해 "공영방송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사장의 선임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기존 노조의 파업 결의 소식까지 보도하는 등 묘한 공조를 이루고 있다.

윤성도 실장은 "설사 김인규 사장을 퇴진시킨다고 하더라도 '특보체제'는 그대로 남게 될 것이다. 특보는 가더라도 특보체제는 남는 것"이라며 "그래서 새 노조의 파업은 당장의 김인규 퇴진을 넘어서 4년 가까이 관제, 특보 사장이 구축해 놓은 체제를 타파하고, 인적 청산을 이루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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