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과 무용가 정씨의 '갈수록 수상한' 관계가 화제다.

회사 법인카드로 액세서리, 화장품, 여성의류, 명품가방 등을 구매한 사실이 확인돼 한때 누리꾼들로부터 '달콤한 연애에 빠진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던 김 사장. 4월 17일을 기점으로 김재철 사장이 울산MBC, 청주MBC, 서울MBC 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7년간 MBC가 재일동포 무용가 정씨에게 수 십억원 대의 특혜를 몰아준 사실 등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무용가 정씨와 김 사장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2010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정씨 집 인근에서 MBC 법인카드가 사용된 내역 분석. ⓒMBC노조

김재철 사장은 의혹이 본격 제기된 지 한 달여 만인 14일 입을 열어 "J선생은 일본에 계신 동포 무용인 가운데에는 손꼽히는 분으로서 한 가지 분야에만 능통한 게 아니라 춤과 연기, 노래 등을 아우르며 종합적인 연출력까지도 겸비한 분"이라며 "J선생의 출연과 관련해서는 이 분의 역량과 경험, 행사의 성격과 특성을 두루 고려한 결과"라는 해명을 내놓았으나, 의혹의 눈길은 여전하다. '국악 애호가' 공영방송사 사장과 한 국악인의 통상적 관계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정씨 관련 의혹들은 다음과 같다.

◇ 확인된 금액만 20억원?

▲ MBC 주최 공연에 출연한 무용가 정씨의 모습. ⓒMBC노보
MBC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MBC 사장이 울산MBC 사장, 청주MBC 사장, 서울MBC 사장 등으로 재직하던 지난 7년간 MBC가 주최하거나 후원한 공연 가운데 정씨가 출연 또는 기획한 공연이 27건에 이른다. MBC노조는 이 가운데 16건의 공연으로 정씨에게 20억원20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무용가 정씨는 김 사장이 울산, 청주MBC 사장으로 재직했던 2005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2007 대한민국 장애인 축제> <제21회 지용제> <제1회 국궁 페스티벌> 등의 공연으로 적게는 2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김 사장이 서울MBC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수익의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11월 20일 <MBC 창사 50주년 '북한민속예술제'> 공연으로 3000만원을 벌어들인 것이 최저금액이며, 2011년 10월 <대한민국 판소리 페스티벌> 1억4000만원, 올해 2~3월 <MBC 방송 51주년 기념공연 '한국 뮤지컬 이육사'> 11억8900만원 등 억 단위 금액도 눈에 띈다.

기획, 제작, 홍보 등을 한 기획사가 책임지는 '턴키' 방식으로 정씨가 공연 제작비 일체를 챙겨갔으며, MBC가 정씨의 개인 공연 <춤길>과 관련해 포스코로부터 7000만원을 협찬금으로 송금받은 뒤 곧바로 정씨에게 입금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더욱이, 정씨는 지난해 6월 전주MBC 주최의 <전주대사습놀이>에서 1시간 공연을 하고 4,300만원을 받아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도 울고 갈 대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용계에서 정씨가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한다면,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 주말 저녁, 정씨 집 근처 식당에서 집중 사용된 MBC 법인카드

황당하게도 MBC 법인카드가 주말에 사용된 내역 가운데 상당수는 정씨의 아파트가 있었던 구기동 인근 동네 식당들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 동안 정씨의 구기동 아파트 반경 3km 지역에서 MBC 법인카드가 사용된 횟수는 162차례이고 2500만원 이상이 사용됐다.

▲ 5월 19일자 <시사인>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11일 점심 서울 시내에서 산책 중이던 시사인 기자들과 우연히 마주쳤으나 "김재철 사장님 아니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아닙니다. 누군데요? 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라고 시치미를 뗐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 트위터(@dogsul)

정씨의 집과 불과 30미터 거리에 있는 S주점에서는 22차례에 걸쳐 150만원 이상이 사용됐으며 G복집에서는 19차례, H수산에서는 MBC 법인카드가 13차례 사용됐다. 주로, 주말이나 공휴일을 앞둔 저녁 시간대에 결제가 이뤄졌고, 음식을 포장해간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김 사장은 구기동과 멀지 않은 홍제동의 모 횟집에서는 7차례 법인카드를 결제했는데 이중 네번은 회를 포장해간 것으로 나타나 파업 도중 얻은 '호텔왕' '숙박왕' '카드왕' '고소왕' '징계왕' '배임왕' 등의 별칭에 이어 '회셔틀'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김 사장의 자택이 위치한 서초동 서래마을과 여의도 MBC본사와도 거리가 좀 있는 구기동에서 왜 MBC법인카드가 사용됐던 것일까?

MBC 법인카드가 200만원 넘게 사용된 사직공원 근처의 한 정육식당 직원은 MBC노조 측이 정씨의 사진을 보여주자 "(김재철 사장은) 항상 사모님과 오신다. 이분이 사모님 맞지?"라고 되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 정씨 울산 공연 당일엔 울산 호텔에서 MBC 법인카드 사용돼

김재철 사장의 출장지와 정씨의 공연 장소가 '우연히' 겹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정씨의 가무악극 <궁> 울산 공연 당일 MBC 법인카드는 울산의 한 백화점과 호텔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우연'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반복된다. 지난해 10월 정씨가 출연했던 경남MBC의 <대한민국 판소리 페스티벌> 공연 당시 김 사장은 진주의 한 호텔에서 법인카드로 숙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우연'은 일본 공연에서도 이어진다. 정씨가 지난해 5월 MBC 주최의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원 자선 한마당 "힘내요 일본"> 공연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을 당시 김재철 사장 역시 일본에서 법인카드로 여성용 미용 제품 등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갑자기 'MBC 동북3성 대표' 된 정씨 친오빠

석연치 않은 혜택을 받은 것은 정씨 본인뿐만이 아니었다.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직후 정씨의 친오빠는 'MBC 동북3성 대표' 명함을 들고 다니며 MBC 해외 통신원 행세를 하고 다녔다고 한다. 월 활동비가 200만원씩 지급됐으며, 월 활동비 외에도 2011년 3월과 2012년 1월 MBC 자회사인 (주)나눔이 개최한 '연변 장애인 초청행사'때 행사진행비 명목으로 각각 600만원과 100만원을 따로 주는 등 2년 가까운 기간 중 수천만원이 정씨 친오빠에게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MBC 동북3성 대표'라는 직함은 MBC 직원들에게조차 생소한 자리. 이에 대해, MBC 사측은 "대북돌발상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접경지역 취재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돼 현지 사정을 잘아는 인력을 채용한 것일 뿐이고, 터무니없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친오빠 정씨는 횡령 등의 전과로 실형을 산 적도 있는 인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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