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SK와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는 명승부 끝에 6:4로 승리했습니다. 박용택의 2점 홈런 포함 3타점과 김용의의 공수 양면에 걸친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6회말 선발 임정우가 무너지고 유원상마저 역전을 허용했지만 8회초 박용택은 우월 2점 홈런을 뿜어내며 4:3으로 재역전시켰습니다. SK의 에이스 마리오의 100구째를 받아쳐 우측 폴 안쪽으로 넣은 홈런이었고 마리오는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실점인 4실점을 기록하며 결국 강판되었습니다.

9회초 4:4 동점의 균형을 깨뜨린 서동욱의 적시 3루타 이후 맞이한 1사 만루 기회에서 박용택은 다시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쐐기 타점을 얻었고 LG는 6:4로 달아나며 승리를 자신할 수 있었습니다. 무사 혹은 1사 3루 기회에서 좀처럼 희생타가 나오지 않아 지난 주 2승 4패의 부진에 그쳤던 것과 마무리 봉중근에게 1점차 리드 상황 등판은 부담스러웠다는 점에서 2점차로 벌리는 박용택의 타점은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 박용택 선수ⓒ연합뉴스
사실 박용택의 타석에 앞서 1사 2, 3루에서 이대형을 고의사구로 거른 SK 이만수 감독의 작전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선구안, 정교함, 그리고 외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능력 모두 박용택이 이대형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SK가 이대형을 상대로 유인구로 승부했다면 LG는 결코 6점째를 얻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경기 중반 승부처라고는 하지만 이만수 감독의 선수 교체는 성급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6회말 역전타를 터뜨린 박재홍을 대주자 김재현으로, 8회말 동점 2루타를 터뜨린 이호준을 김성현으로 교체했는데 경기가 연장으로 진행되었다면 SK의 중심 타선은 크게 약화되었을 것입니다.

4:4로 맞선 8회말 1사 1, 3루에서 친정팀 LG를 잘 아는 조인성 대신 유재웅을 대타로 기용한 것 또한 LG로서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승부가 되도록 작용했습니다. 아마도 사이드암 김기표를 상대하기에는 우타자 조인성보다 좌타자 유재웅이 낫다고 판단한 듯하지만 타자의 무게감으로 인해 LG가 느끼는 부담감은 유재웅보다 조인성이 훨씬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유재웅은 내야 땅볼로 역전 타점을 올리는 데 실패했습니다. 유재웅은 9회초에 우익수 수비로 들어갔는데 때마침 서동욱의 결승 3루타는 유재웅의 키를 넘어가는 타구였습니다. 수비 능력이 뛰어난 외야수였다면 잡을 수도 있었던 타구였지만 수비 능력이 좋지 않은 유재웅이 외야에 나간 것이 SK로서는 뼈아팠습니다. 이만수 감독의 만루 작전과 선수 교체는 모두 LG의 승인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면 LG 김기태 감독의 야수 교체는 놀랍게도 적중했습니다. 전술한 8회말 4:4 동점 1사 1, 3루 상황에서 김기표를 마운드에 올리며 1루수도 김용의로 교체했는데 김용의는 대타 유재웅의 큰 바운드의 땅볼 타구를 점프해 캐치해 3루 주자를 협살로 아웃시켰고 LG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8회말을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
김용의는 9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우전 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서동욱의 3루타에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9회말에는 선두 타자 정근우의 우익선상으로 빠져나가는 직선타구를 다이빙 캐치해 아웃 처리했는데 김용의가 잡지 못했다면 2루타 이상이 되며 마무리 봉중근을 불안하게 했을 것입니다. 4회말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최동수가 1루에 그대로 있었다면 8회말과 9회말 수비는 어떻게 되었을지 의문입니다.

4회말 최동수는 하나의 플레이에서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1사 1, 3루에서 박정권의 땅볼 타구를 포구한 뒤 2루에 송구하려다 공을 놓친 것이 첫 번째 잘못입니다. 정상적으로 송구했다면 병살타가 되며 실점 없이 이닝이 종료되었을 것입니다. 최동수의 두 번째 잘못은 공을 놓친 이후 1루를 밟아 타자 주자를 아웃시키는 과정에서 2루는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1루 주자 이호준이 최동수가 어떻게 병살로 연결할지 가늠할 수 없어 제대로 뛰지도 않았기에 최동수가 1루를 밟은 뒤 침착하게 다시 2루를 보고 송구를 했다면 이닝을 종료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동수는 당연히 1루 주자가 2루에 안착했으리라 오판해 이닝을 종료시키지 못했고 2:1로 SK의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4회말 추가 실점 위기를 틀어막기는 했지만 투구수가 늘어난 임정우는 결국 6회말 무너졌습니다. 최동수가 4회말을 박정권으로 종료시켰다면 6회말 임정우는 중심 타선을 상대하지 않고 보다 길게 던질 수도 있었습니다.

김기태 감독의 야수 교체는 적중했지만 투수 교체는 의문을 자아냈습니다. 6회말 1사 후 이호준의 볼넷에 이어 박정권의 동점 3루타가 터지자 박재홍 타석에서 임정우를 강판시키고 유원상을 올렸는데 타이밍이 좋지 않았습니다. 오늘 LG가 패하면 시즌 처음으로 승패 마진이 -가 되면서 4할 대 승률로 추락하기는 하지만 이미 동점이 된 뒤 6회말 1사 3루의 역전 위기에서 프라이머리 셋업맨을 올리는 것은 성급한 교체였습니다. 어제가 휴식일이었다고는 하지만 유원상은 3경기 연속 등판이었습니다. 불펜에 믿을 만한 셋업맨이 부족하지만 유원상은 앞서는 경기에서 마무리 봉중근 바로 앞에서만 사용하며 아껴야 합니다. 아직도 시즌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차라리 임정우를 교체해야 했다면 박정권의 타석, 즉 이호준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가 되었어야 했고 그것도 유원상이 아닌 이동현, 김기표 등 다른 우투수여야 했습니다. 볼넷이 없던 임정우가 투구수가 누적되며 처음으로 볼넷을 내줬으며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른 교체를 검토했어야 합니다. 교체가 아니더라도 중심 타선이었던 만큼 적어도 마운드에 올라가 임정우의 상태를 점검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LG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고 동점으로 연결되었습니다.

7회말 박재상을 아웃 처리한 좌완 이상열을 8회말 최정, 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장타력을 지닌 우타자를 상대로 그대로 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김기태 감독은 이상열에게 최정, 이호준을 지나 좌타자 박정권까지 맡기려는 의도였겠지만 이미 최정과 이호준은 앞선 타석에서 모두 장타를 터뜨리며 타격감이 좋았기에 이상열의 구위로는 범타 처리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이상열은 최정과 이호준에게 연속 2루타를 얻어맞으며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따라서 8회말은 박정권이 아니라 최정과 이호준에 맞춰 우투수를 올린 뒤 박정권 타석에서 최성훈을 투입하든가 했어야 합니다. 김기태 감독의 투수 교체는 어긋났지만 그보다 이만수 감독의 만루 작전과 야수 교체가 더욱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면 LG는 패배했을 것입니다.

6회말 1사 3루에서 박재홍을 상대로 한 공 배합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0-2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계속 바깥쪽 승부를 고집하다 역전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몸쪽을 찌르지 않고 바깥쪽 일변도 승부를 통해 경험이 풍부한 박재홍에게 공 배합을 읽힌 것입니다. 사실 1사 3루에서는 땅볼 타구가 우측으로 향하는 것보다 좌측으로 향하는 것이 내야수들이 3루 주자의 득점을 막기에는 유리하기에 몸쪽 승부를 해야 했지만 유원상 - 김태군 배터리는 승부구로 바깥쪽을 계속 고집하다 결과를 그르쳤습니다.

여하튼 LG는 승리하며 승률 4할 대 추락은 피했습니다. 후반에 역전당한 이후 재역전으로 승리한 경기는 드물었는데 오늘은 엎치락뒤치락하다 재역전승으로 귀결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하위타선이 상대 필승계투진을 무너뜨리며 결승점을 뽑았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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