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현재 변변한 주전 포수 없이 시즌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종료 이후 FA 자격을 취득한 조인성의 SK 이적으로 고만고만한 포수들의 주전 경쟁이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 시즌 초반인 현재까지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딱히 두드러지는 선수는 없습니다.

조인성의 이적 직후 당초 주전 포수로 꼽힌 것은 김태군이었습니다. 조인성이 LG의 안방마님이었던 시절 김태군이 백업 포수로 자주 기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베테랑 심광호에 비해 안정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도루 저지 능력과 타격은 우위라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물론 김태군의 최대 장점은 나이가 젊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김태군의 성장은 더뎠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체력 테스트 탈락을 이유로 김태군을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사실은 성장이 더딘 김태군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충격 요법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김태군은 개막 엔트리에도 제외되어 2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했고 4월 한 달 간 1군에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4월 내내 기회를 준 2년 차 포수 유강남이 부진하자 김기태 감독은 엔트리를 맞바꾸면서 김태군은 5월 5일 어린이날 1군에 등록되었습니다. 하루 전이었던 5월 4일 LG의 2군 구리 구장을 김기태 감독이 직접 방문한 뒤 1군 등록을 결정한 것이기에 그만큼 2군에서 연마한 김태군에 기대를 걸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김태군 선수ⓒ연합뉴스

김태군은 5월 5일 두산과의 어린이날 경기에 선발 출장해 상대의 3개의 도루 시도 중 2개를 잡아내며 심광호와 유강남의 약점으로 지적된 도루 저지 능력이 우위에 있음을 과시했습니다. 경기 결과 또한 LG의 역전승으로 마무리되었고 김태군이 선발 출장한 이틀 연속 승리하며 두산과의 어린이날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장식했습니다.

그러나 김태군은 0.667의 도루저지율이 드러내는 도루 저지 능력 외에는 딱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공 배합에 있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포수의 리드가 만병통치약처럼 신격화되어서는 곤란하지만 동일한 로케이션을 반복하는 고지식한 공 배합이 상대 타자에게 간파당해 결정타를 허용하는 장면이나 유인구 활용에 실패해 장타를 허용하는 장면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포수는 타석에 들어서면 타자가 되어야 하며 루상에 나가면 주자가 되어야 하지만 김태군의 타율과 주루 플레이는 실망스럽습니다. 현재 김태군은 15타수 2안타 타율 0.133에 타점은 1개에 그치고 있습니다. 심광호의 타율이 0.244인 것과 비교하면 1할 이상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김태군은 삼진 5개를 당했지만 볼넷은 하나도 얻지 못했습니다. 선구안에 약점을 드러낸 것입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1, 2루간으로 툭툭 밀어치는 타격으로 2할 타율은 넉넉하게 넘겼던 것에 비하면 타구질 또한 좋지 않습니다. 방망이 중심에 맞는 타구가 거의 없습니다. 김태군의 부진이 겹치며 LG의 하위 타선은 상대 투수들이 손쉽게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 이른바 ‘쉬어가는 타순’이 되고 있습니다.

5월 13일 잠실 삼성전에서 김태군은 주루와 수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습니다. 2회말 1사 1루에서 7경기 만에 행운의 내야 안타로 출루했지만 서동욱의 깊숙한 좌측 안타에 3루에 가지 못하고 2루까지만 진루하는데 그쳤습니다. 타구 판단과 삼성 좌익수 최형우의 송구 능력을 감안하면 3루까지 진루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김태군은 이대형의 우전 안타로 3루를 밟았지만 박용택의 투수 앞 병살타로 이닝이 종료되어 홈을 밟지 못했습니다. 만일 김태군이 서동욱의 안타에 3루를 밟았다면 이대형의 우전 안타는 적시타가 되어 LG는 2:0으로 점수를 벌리며 보다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김태군의 발이 느리기는 하지만 도루가 아닌 루상에서의 주루는 준족 여부보다 타구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LG 공격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으며 역전패의 화근을 제공했습니다.

7회초 오지환의 실책으로 빚어진 1사 1, 2루에서 대타 진갑용의 좌중간 3루타가 터졌을 때 이대형에서 출발해 오지환을 거친 중계는 포수 김태군에게 향했지만 김태군은 포구에 실패했고 1루 주자 배영섭의 득점으로 동점이 되었습니다. 만일 김태군이 송구를 착실히 포구했다면 배영섭을 홈에서 아웃시켜 2:1 리드 상황을 유지하며 2사 3루로 실점할 가능성을 줄였겠지만 김태군의 포구 실수로 2:2 동점에 1사 3루가 되며 삽시간에 흐름이 삼성으로 넘어갔습니다. 김태군이 2번의 잘못은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그 중 하나만 범하지 않았어도 승부의 향방은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포수의 선발 출전과 경기의 승패를 무조건적인 연관 관계를 지닌 것으로 규정할 수 없지만 어린이날 2연승 이후 김태군의 선발 출전 경기에서 LG는 3연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전 포수를 꿰찰 기회를 모처럼 얻은 김태군이 이처럼 실망스러운 결과를 반복한다면 김기태 감독은 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선수를 주전 포수로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김태군을 중용하지 않고 2군에서 유강남을 다시 올릴 수도 있습니다. 과연 김태군이 공수주 모든 면에서 김기태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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