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과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코바코)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언론계에 'MB맨' 사전 낙점설이 파다하다. 각 사 차기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들은 모두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다. KBS 차기 사장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KBS와 YTN, 코바코 모두 독립적인 사장 선임 절차가 있고 아직 그 절차는 본격적으로 시작도 되지 않았으나 이미 인선이 끝난 듯이 이야기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권 입맛대로는 안될 것"이라며 강력 경고하고 있다.

'보도전문채널' 정치독립성 필수…노조 "더 이상 젊잖게 대응 안할 것"

▲ YTN 전용 헬기. ⓒ3월27일자 < YTN 사보>
한전KDN과 KT&G, 한국마사회 등 정부투자기관과 공기업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YTN은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임한다. 준 공기업적 성격 상 정부의 입김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보도전문채널이라는 점에서 정권과의 '거리'는 필수적이다.

YTN 구성원들이 사원 대표가 참여하는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YTN은 지난 2003년과 2005년 현 표완수 사장 선임, 연임 때 사장추천위원회를 가동한 바 있으나 규정으로 명문화돼 있지 않아 이번 이사회에서 절차를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사원 대표는 YTN 구성원들의 총의를 전달하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주식을 갖고 있는 사원 주주들의 대표이기도 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YTN지부 현덕수 위원장은 25일 "지금 거론되는 구조 내에서 차기 사장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만약 그럴 경우 더 이상 우리도 점잖게 대응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실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 상임특보로 일했던 구본홍씨 등 '정권 실세'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현실을 겨냥한 말로 보인다.

YTN지부는 다음달 2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차기 사장 선임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는 5월말로 예정된 집행부 교체 시기도 늦추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장 선임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형식은 '공모' 실제는 '내정'…최상재 위원장 "광고로 지상파 압박 우려"

▲ 한국방송광고공사 PR광고. ⓒ코바코
코바코 사장 선임 문제는 현 정권 들어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민영미디어렙 도입과 맞물려 더욱 복잡하게 됐다.

코바코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를 별도로 구성, 복수의 사장 후보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하도록 돼 있다. 인사 검증이 끝나면 형식적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코바코 사장을 임명한다.

이에 따라 코바코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24일 첫 회의를 갖고 25일 최고경영자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5월8일까지 지원서를 받고 13일 서류심사, 15일 면접 등을 거쳐 복수의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순균 전 사장의 사표가 수리되기도 전에 언론계에서는 이미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양모씨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코바코 관계자에 따르면, 이밖에 한국일보 출신 모 인사 등 다수의 후보도 거론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코바코지부 함현호 위원장은 "공공기관운영법 시행에 따라 공모제로 바뀐 뒤에는 어쨌거나 법적 테두리 내에서 선임되기 때문에 무조건 낙하산이라고 반대투쟁을 하기는 곤란해졌다"면서도 "신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공사 존치 이유를 강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현재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코바코는 민영 미디어렙이 신설될 경우 존립 근거가 위태로워지는 만큼 공사의 위상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차기 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바코지부는 지난 22일 성명에서도 "전파의 공공성 확보와 광고산업의 균형발전을 견인해온 공사의 역할을 전파하고 필요시 위정자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인사'가 필요하다"며 "정부권력의 부스러기 중 하나로 공사를 오판한 자가 공사를 넘본다면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은 "지난 10년 동안에는 적어도 광고를 통한 압박이나 압력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코바코는 지상파 방송의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오히려 비정치적 인사가 들어와야 되는 중요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국민 우롱할 바엔 차라리 그냥 임명해라"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미디어스
KBS의 경우에도 현 정연주 사장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보좌역을 지낸 김인규 전 KBS 이사가 일찌감치 거론되고 있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KBS에서는 지난 2003년과 2006년 사장추천위원회를 가동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박승규)는 지난 22일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며 "총체적 위기를 극복할 최선의 해법은 정연주 사장 퇴진"이며 "정 사장을 내보낸 뒤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사장 선임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실제로는 정치 종속적인 구조를 가져가면서 형식적으로만 마치 공모를 하려는 듯이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행위"라며 "대선 캠프에 있을 때에는 언론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얘기해놓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는 것은 자천이든, 타천이든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 또한 "직전까지 정치권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이런 식으로 국민을 우롱할 것이라면 차라리 정권에서 바로 임명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현업자들이 조직적 저항을 통해 방송의 가치를 지켜왔다"며 "방송 노동자들이 독립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보니 정치인들이 우습게 보고 세력을 키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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